A 오타르 이오셀리아니의 <달의 총아들>(1984)_이 영화는 깨진 접시에 관한 이야기다. 누군가 접시를 깨뜨렸고, 다른 누군가는 그 깨진 접시를 줍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오셀리아니 감독은 깨진 접시를 통해 저 깨짐의 상태를 붙임의 상태로 돌려놓을 자가 누굴까, 관객이 습관적으로 몰입하는 '해석 게임'을 깨는 데 더 관심이 많다.
B 이오셀리아니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개인과 사회, 고립과 연대 같은 사회학적 용어는 본 작품에서 무용하다. 옛부터 구소련 체제와 오랜 반목 관계에 있었던 그루지아 출신의 감독에게 기대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영화 속 깨진 접시, 두 발만 남은 동상의 강조를 떠올려보지만, 이 할배 감독은 아예 '국적성'으로 소비하는 것 자체에 무심하다(본 영화는 프랑스에서 찍었지만 '프랑스적인 것'의 강조는 없다). 그가 언론을 통해 강경하게 드러낸 정치적 관점과 달리 영화는 천연덕스럽게 제 갈 길을 간다.
C 작품 속 인물들은 일을 벌리고 다니지만, 그 일을 정리하려는 자는 또 다른 일을 벌리고 다니는 자가 된다. 유물론자인 그는 그릇, 사진, 동상, 가구, 천장등의 균열을 반복하면서 인물들의 해석이 '지식의 윤곽'에 포획되지 않게 장면마다 일을 벌리고 다니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D "제 영화는 결국 우화에 관한 것입니다." 이오셀리아니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달의 총아들>은 우화하면 떠오르는 조화로운 귀결에도, 혹은 그 조화로움에 반기를 들어 새 해석을 꾀하고픈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악동스런 불화에도 그리 관심이 없다. '이게 뭐야' 섭섭해하는 사이 화면엔 "FIN"이란 자막이 떠 있다. 그래, 이게 그만의 (정치적) 우화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