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예술잡지 『F』18호 '전염'에 <사회문화사적 열병>이란 글을 썼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서브 컬처: 성난 젊음> 전을 다녀와서 남긴 쌉싸래한 리뷰. 데리다의 '아카이브 열병'을 떠올리며 썼다. 



"이 아카이브의 사운드는 과연 무슨 말을 건네고 싶은 걸까. 전시장을 살펴보면서 손짓하는 유령들을 미리 만나보았다. 다행히도 가장 식상한 유령이 먼저 다가왔다. 그 유령은 내게 공간 진입의 자격을 물었다. ‘이 기록이 서울시립미술관에 들어올 만해?’로 시작하는. 이내 그 질문에 성의가 없었다고 느꼈는지 예술관에 진입함으로써 얻는 상징자본 따위를 운운했다. 그리 마음이 움직이는 지적은 아니었다. 다음 유령은 조금 마음에 들었다. 그는 사회문화사적 에너지가 과하게 분비되는 것 같지 않냐고 물었다. 관심이 갔다. 그것은 요즘 내가 시각장(visual field)에 느끼는 불안이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전시회에 가면 예술가들은 사회문화사 연구자가 되어 있었다. 예술가들은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하나의 문서/문서고 이미지로 축약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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