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에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서평을 기고했다. 


「감정과 사유라는 이분법을 넘어」(전문)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수전 손택&조너선 콧, 『수전 손택의 말』과 병렬 독서를 제안했다. 그러했을 때 솔닛의 이 책에서 흥미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6장 「울프의 어둠」이 왜 이 책에서 중요한지 챙겨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서평을 통해 솔닛의 이 책을 '이런 남자 조심하세요'라는 테마의 잡지 칼럼, '나를 껄그럽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 정리법' 같은 트렌디한 심리학 에세이로 축소-활용하는 것을 벗어나. 오늘날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성별과 지식의 배치, 그 불평등'이란 관점에서 다시 읽어보자 이야기하고 싶었다. 


"신조어는 대개 유행의 유통기한에 휩쓸려 사라진다. 어쩌면 ‘맨스플레인’도 그런 운명의 범주에 속할지 모른다. 허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Men Explain Things To Me, 한국어판 김명남 옮김, 창비 2015, 이하 『맨스플레인』)와 『자기만의 방』을 같이 읽다보면, 이 조어는 실제로 오랜 역사와 생명력을 축적해왔음을 알게 된다. 솔닛이 『맨스플레인』을 통해 펼쳐 보이는 시야는 꽤 넓다. 그녀는 책을 통해 젠더와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 중인 ‘사유: 남성의 것=감정: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에 대항한다(이 생각은 일찍이 수전 손택이 조너선 콧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7장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에서 솔닛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를 다룬 자신의 글을 비난한 남자의 견해를 소개한다.

 

“당신은 FOX 채널 뉴스 기자만큼이나 빈약한 ‘증거’를 갖고서 현실을 넘어 과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느낀다는’ 이유로 진실이라고 말합니다.”(172면)

 

솔닛은 졸지에 “느낌을 생각이나 지식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되었다.”(173면) 이는 비단 솔닛이 살고 있는 미국에 국한된 현실은 아닌 듯하다. 지성의 역사에서 여성이 끼친 무수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식장 내부에서는 여성에게 ‘맡기면 좋을 법한 말과 글’이라는 식의 안일한 분류법이 작동하는 것 같다. 쓰인 맥락은 좀 다르지만 솔닛의 표현을 빌리자면, “할당된 배역”(12면)이 있다고 가정한다. 여성은 생활 가운데 감성, 기분, 느낌을 끄집어내는 고백자로 쉬이 규정된다. 그러한 고백은 다소 ‘들떠 있는 호소’로 폄하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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