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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래 영화총서에 빠져 있던 시기를 지나 영화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싶다 동기를 심어준 책 몇 권이 있다. 그중 영화학자 벤 싱어의 《멜로드라마와 모더니티》(이위정 옮김, 문학동네)를 김샥샥연구소 감정사회학 아카이브 두 번째 책으로 올린다. 일찍이 영화학 도서의 고전이긴 하지만, 이 책을 감정이란 키워드로 재구성해 다시 읽어낸다면 감정사회학의 양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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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책 9장 [멜로드라마와 마케팅]은 매체의 사회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나 영화광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좋아할 챕터일 것이란 생각이다. 며칠 전 영화학자 노엘 버치의 견해를 빌어 영화란 결국 우연을 서사로 통제하느냐 아니면 그 서사의 통제에 속박되지 않게 하느냐란 전투였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러했을 때 벤 싱어의 9장 연구는 버치의 주장을 보충해줄 텍스트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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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발행물의 짧은 전성기. 9장이 다루는 테마다. 영화를 보기 전 대화를 나누면 우린 '스포일러'를 의식한다. 본 /보지 않은 사람이란 구분 속에 먼저 본 사람은 이야길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한다. 지금은 이야기, 줄거리를 대하는 감각이 사람 사이에서 나름 발달한 시대이기에 이는 뜬금없이 예민한 문제가 되기도 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를 두고 언짢은 덧글을 주고받기도 한다.

한데 벤 싱어가 다루는 1910년대는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스토리, 내러티브, 플롯에 대한 이해도가 요즘에 비해 많이 떨어진 시기였다. 그래서 영화의 홍보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영화 개봉과 함께 영화 줄거리 자체를 '특집화'하는 움직임이었다. 이것이 동시발행물이며 영화만큼이나 한 영화의 이야기를 상세히 지면에 소개하는 이 홍보수단은 짧지만 큰 전성기를 누렸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그 당시 대중영화의 재료가 된 단편소설이 영화화됨과 더불어 신문 게재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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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동시발행물의 전성기, 그 표지가 되어준 출판물은 스튜어트 블랙턴 파라그래프사 사장이 발간한 《더 모션 픽처스토리 매거진》(1911)이다. 영화사로 볼 때 영화팬을 위한 최초의 잡지라 불리는 출판물이다. 블랙턴은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이야기를 잘 파악하는 숙련도가 아직 떨어지는구나 냄새를 맡고 이 잡지를 내게 된다. 처음엔 영화의 감상과 이해를 돕는 스토리 게재가 중점이 되었지만 이후 영화배우들의 생활상도 전하는 잡지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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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에 대해 갖는 관심은 대단했다. 영화사들은 홍보수단으로 다음 장면엔 어떻게 이뤄질까요라는 퀴즈를 내고 꽤 액수가 높은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동시발행물은 왜 짧은 전성기를 누렸을까. 너무나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감독들이 이야기가 생생한 영화를 시간이 지날수록 잘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동시발행물을 통해 영화 속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당시 영화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개상으로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수가 제법 있었다고 한다. 관객들은 뭔가 갸우뚱하긴 한데 영화상으로 이야기를 인식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동시발행물의 이 짧은 전성기 속 아이러니. 영화보다 그 영화를 소개하는 동시발행물에 실린 영화-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더 재미를 주고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심지어 동시발행물 제작자들은 상영을 앞둔 영화가 어눌한 이야기 투성임을 알고 영화의 허점을 가리기 위해 없는 이야길 덧대기도 했다.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또 영화와 종이매체를 통해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 또 이를 둘러싼 생산자-소비자의 감정 구도는 어떤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김샥샥연구소감정사회학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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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버크 지음
《숭고와 미의 근원을 찾아서: 쾌와 고통에 대한 미학적 탐구》(김혜련 옮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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