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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이자 문학에도 욕심이 많아 소설가 데뷔 경험도 있던 랜들 콜린스는 정서적 에너지라는 개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마음을 다루는 책들이 근래 엄청나게 출간되면서 사람을 설명하는 데 겹치는 용어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정서적 에너지 혹은 정신 에너지라고 하는 것이다. 이 개념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쓰는 말에서 의미를 간접적으로 헤아려도 큰 무리는 없다. "아 더 토론하고 싶은데 에너지가 없어서 이제 그만.." "아 평소엔 안 그랬는데 너랑 있으면 에너지가 팍팍 줄어들어" 랜들 콜린스는 정서적 에너지의 누적과 소모에 있어 사람들이 어느 쪽에 에너지를 더 쓰고 싶어하는지 연구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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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평상심은 고요한 지층 아래 숨겨진 용암이었다. 지루하고 진부하고 '그냥 그거 늘 이렇게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잖아?'란 말로 설명되는 게 일상 아니요?라는 시선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뭐 에너지가 들겠소? 싶지만 콜린스는 늘 새롭고 일탈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이 숨겨놓은 그런 새롭고 자극적인 일상을 향한 갈구가 외려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에 많은 정서적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사회학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 있는 한 명인(명예의 전당은 내 표현이다) 해럴드 가핑클의 위반실험이 사람들이 얼마나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려 하는지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회학적 연구방식이라고 분석한다. 가핑클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습득해왔고 그리하여 미리 예상해 준비해두고 있는 일상의 틀을 조금 비틀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당혹감을 보고팠던 개구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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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에 관한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소설가는 W.G. 제발트다. 그는 『공중전과 문학』에서 엄청난 폭격을 당한 독일의 한 지역 속 사람들의 정서를 추적하면서 그들의 평상심 안에 든 어떤 그릇된 오만함을 본다. '공격당했다고? 괜찮아. 다시 세우면 된다고. 이럴수록 당황해선 안 돼. 그냥 있던 그대로 행동하자구'의 마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기가 아무 의미도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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