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록해두는 인물은 스위스 출신의 문학연구자 장 스타로뱅스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에서 가장 먼저 그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책을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세넷의 이 책 중 장 스타로뱅스키의 생각이 인용된 「상처를 주는 동정」편을 보면, 왜 세넷이 스타로뱅스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넷이 참조하고 있는 스타로뱅스키의 생각은 스타로뱅스키가 쓴 에세이 『후한 부조Largesse』에 기인한다. 이브가 아담에게 건네는 독사과를 담은 코리지오의 그림에서 출발한 스타로뱅스키의 사유는 '돕는다는 것'의 폭넓은 의미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도 요한의 목을 베어달라고 요청했던 살로메의 시도 등도 포함되어 있다.-성경에서 헤롯에게 요한의 목을 베어달라고 하는 살로메의 간청은 단순히 사도 요한이라고 하는 개인을 향한 증오가 아니라, '선물'이란 의미에서 나타나는 그릇된 권력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조르주 바타유의 '저주의 몫'과도 걸쳐 있는 부분이 있을 듯하다)

스타로뱅스키는 기부라는 사회적 실천을 비롯해 이처럼 도움에 대한 다양함을 고찰함으로써 세넷이 바라보는 '현대
적 감정으로서의 동정'에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마음씨를 쓰는 것일 수 있지만, 권력의 시혜라는 비판적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건 사실 누구나 아는 지점이기도 하나 그냥 시선의 통쾌함만으로 가두기엔 무거운 주제이고 계속 다뤄야 할 주제다.

+

스타로뱅스키는 장 자크 루소에 대한 탁월한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아카넷에서 나온 『투명성과 장애물』은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무척 읽고 싶은 내용이었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형식으로서 투명성을 긍정적으로 표출하고 싶었던 루소는 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에 마주하면서(장애물) 자기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만다. 스타로뱅스키는 이 두 가지 관점을 주요 포인트로 해서 루소의 삶과 사상을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루소의 책 내부 분석을 통해 파고들어 보려 했다고 한다. 

* 물론 이러한 투명성과 장애물이란 구도는 내가 '택해서 보려는' 관점에서, 루소가 취하는 표현 방식으로서의 투명성과 이에 대한 역반응이지만, 책은 사실 문명과 자연, 인간이란 삼각 구도에서 루소가 그리는 큰 그림으로서 투명성과 장애물을 더 보려는 듯하다. 

최근 '투명사회'가 뜨면서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떠오르고 있는데(나는 개인적으로 이 논의는 국내 사회과학자들도 충분히 진지하게 잘 다뤄온 테마라고 생각하고 관련된 좋은 기존의 연구물도 꽤 있다고 본다)
장 스타로뱅스키가 바라보려는 투명성의 전개 과정은 조금 특이해 보여서 마음속으로 도그지어를 해본다.

+덧붙임) 장 스타로뱅스키의 생각은 parti pris, 우리말로 하면 '편견'이라고 하는 루브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번째 큐레이터는 자크 데리다와 영화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였다. 스타로뱅스키는 이 프로그램의 세 번째 큐레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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