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가명)는 팀별 과제가 두렵다. 조가 짜이면 '이번에두 그냥 내가 다 하고 말지' 하는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선아는 사실 몇 번의 팀별 과제 때문에 마음이 다친 적이 있다. 이는 선아의 성격 그리고 이 성격과 우연히 이어진 공교로운 상황과도 연관이 있었다. 

선아는 기본적으로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떠밀려서 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때그때 맡은 일은 최선을 다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었다. 괜시리 엄마에게 화를 내는 일도 잦아졌다. 
과제를 위해 모임을 가지면, 다들 쭈뼛쭈뼛하게 있을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선아는 가짜외향성을 발휘해 모임을 이끌어나간다. 팀별 과제에서 관건은 역할 분배의 어려움이다. 이 과정을 아는 이들은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너흰 피티에서 요것만 담당해"라고 말하곤 모임에서 나올 긴장감과 갈등선에서 벗어나려 한다.

가짜외향성은 순간의 갈등 그리고 선택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에겐 일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모임피로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문자와 카톡으로 쌓였던 불만이 터져나오고 과제 발표 하루 직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비극도 일어난다. 


큰 문제는 교수가 과제를 할 때 네가 맡은 건 무엇이었냐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다. 선아는 자기가 알아서 대신 과제를 준비하는 것보다 이젠 이때의 곤란함이 싫어 팀별 과제가 꺼려진다.
교수가 묻자 선아와 팀원들은 서로의 얼굴만을 쳐다볼 뿐이다. 어색하게. 선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애초에 나누었던 역할을 떠올리며 팀을 구하려 힘을 써보지만 교수는 선아의 곤란한 내면 상태를 알고 있는 채 질문했던 것이다.

선아는 이전과 달리 자신이 주도적으로 과제를 했음을 밝히고 집으로 돌아왔다. 카톡 단체방에서 팀원들의 이름을 확인한 뒤 개별 카톡으로 미안함을 전달하려 하지만 지웠다 썼다만을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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