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틀러의 <광학적 미디어>를 정독중이다. 읽으면서 한국의 커뮤니케이션학 교육 과정에 대해 내 경험들을 돌아봤다. 내가 대학생 때 맥루언과 더불어 키틀러의 견해를 비교해서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났다면, 커뮤니케이션학에 대한 지금의 내 심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텐데.  나는 한국의 커뮤니케이션학에 환멸을 느낀다. 


2. <광학적 미디어>는 좋은 번역도 한몫하지만, 키틀러의 생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 더 나아가 확신이 들었다.


3. 왜 키틀러를 좋아하는 내 지인들이 기술사에 탐닉하는지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4. 지젝의 책과 키틀러의 책을 읽으면서 하나 공통점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의인화/인간화의 오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두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말을 한번 만들어본 것인데, 가령 지젝은 시장에 대한 의인화가 오늘날 자본주의의 자기증식이 고도화하는 과정 속에서 자본주의의 인간미가 있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음을 개탄한다. (동감한다) 키틀러 또한 기술/기술사를 대하는 태도가 마찬가지다. 키틀러는 마치 기술에 인간을 덧씌워 기술의 비인간성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주장은 무용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기술사는 아예 인간과 무관하다는 전제하에 키틀러는 조금은 센 이 견해 속에서 기술의 '사회문화적 의미'라는 국내에도 한때 참 유행했던 연구들의 무용함을 언급하는 듯하다.


5. 어떻게 보면 문화연구자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과학-'이라는 부분에 대한 광활한 접촉의 필요성과 가능성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본다. 다만,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문화연구의 그 잡식성이'과학'을 흥미로운 수사로 전락시키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6. 문화연구는 참 다양하고 넓은 공부를 하지만, 논문들을 보면, 이런 게 너무 연구가 안 되어왔다 그 정도의 '외로움 호소' 이상은 아닌 것 같아 아쉽다. 이야기가 어쩌다 여기까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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