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조퇴할게요
김신식
새벽 두세 시 울퉁불퉁한 표정으로 자기 매장
우육탕사발면을 드시던 패밀리마트 아저씨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미스테리다
출근길 개그맨 장두석을 닮은, 늘 후드 점퍼를
두툼하게 입고 안 어울리는 색감의 루이뷔통 숄더백을
맨 청년은 또 이유 없이 나를 뻔하니 쳐다본다
미스테리다
버스정류장에 뒤섞인 비누향, 샴푸향은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누군가는 자고도 있을 시간에 헐레벌떡
출근하는 그 혹은 그녀들의 행진이다
하지만 그들의 축축함은 미스테리다
근데 나 왜 이곳에 있는거지 미스테리다
사장님, 저 오늘은 조퇴할게요
(씩씩하게 누워 있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