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침이 4에서 5사이를 가리키면 신호가 온다.


2. "너 왜 이렇게 사람 말하는데 몸을 뒤척이니?"라는 옛 친구의 말이 떠오르면서 다시 컴퓨터를 열심히 쳐다보는 척만 한다.


3. 커피를 방금 마셨는데, 포트를 다시 'ON' 상태로. 이미 그날의 에너지는 그날을 위해 다 썼다는 반응이다.


4. 야근 할 겁니까라는 비의지적,무의지적 질문이 사무실을 떠돌아다닌다.


5. 어이 해야죠. (하지만 '먹튀' 생각 가득)


6. 갑자기 내 책상 옆 책꽂이에 책들이 다 잘 있는지 쓰다듬는 눈빛으로 챙겨본다. 


7. 그리고 조금 더 원고를 본다. (이미 마음은 집에)


8.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저녁은 뭐 먹지 하는 기분으로 내일 가방을 쌀 때도 있다.


9. 내일 가방이란, 결국 손과 어깨에 아무 부담도 주지 않은 채 워킹화를 신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의 여부.


10. 바람이 차네? 파주 날씨를 한번 욕해준다.


11. 컴퓨터를 끈다.


12. 퇴근 카드를 찍는다.


13. 고개를 숙인다. 


14. 다른 건물을 쳐다본다.


15. 버스가 방금 지나갔다.


16. 어색한 사람들과 어색한 눈빛을 교환한다.


17. 질주하는 버스를 잡기 위해 손으로 미리 여러 번 흔들흔들 신호를 보낸다.


18. 탄다.


19. 손에 무엇을 쥔 아가처럼 교통카트가 든 지갑을 꼭 쥔다.


20. 연습할 오늘의 랩 음악을 틀어놓고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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