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점
김신식
청각 손상의 위험이 있으니 너무 높은
소리로 듣지 마세요란 말을 무시한 채
그 빠른 랩 가사를 꼭꼭 씹어먹는다
듣고만 있으면 돋아날 줄 알았던 살점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오징어 눈알이
되어버렸다
끄덕일 줄만 알면 맨드리 있게 짜일 줄
알았던 쥐난 발가락은 발악 끝에
차라리 겨울잠을 자자며 스스로를
포기한다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라고 묻기가
무섭게 눈꺼풀이 무겁다
오늘도 불면이다
살점이 떠나 방황하는 걸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