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맵다
김신식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기사의 선의가
나의 괜한 심술을 찌푸린다
그런 거 있잖나 술에 취해 졸다가
다시 깨어나보니 모두 망가져버린
그래서 이런 선의가 가시는 정작 아닌데
객쩍은 방어의 주문
눈이 감기고 졸리는 시간 기사는 날 위해
볼륨을 줄여주고 난 거기에 맞춰
이어폰을 낀 채 심술을 또 부리고
아무 이유 없는데 엄마에게 왜 이리
맛없냐며 찬거리까지 따지던 심술은
주머니 속은 돈을 가득 구기고 구겨
기사 당신이 또 선의를 베풀면 이 돈을 더 구기겠다고
눈을 떠보니 세상은 그대로
어디서도 연탄 기운은 남아 있질 않아 그치만 매워
어디서부터 언제 어떻게 그런 거 다 망가뜨린
연탄 기운은 어디에 어디에 너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