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나는 '소리의 손실'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일단 나는 발성 자체가 밖으로 퍼지기보다는 말을 하면 내 쪽으로 다시 오는 유형의 사람인 듯하다. 가령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랑 고등어구이 주세요"라고 하면, 내 말을 듣는 식당 주인은 "네? 뭐라구요?" 혹은 "김치찌개랑 뭐요?" 혹은 "잘 안들려요"라는 말을 처음에 던진다. 이런 적이 무척 많았다. 내가 단어를 빨리 말하나 싶어 요즘엔 일부러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보지만 효과가 있진 않았다. 


2


다른 맥락에서 소리를 아까워하는 사람이 있다. 가령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유형이다. "야, 대박대박, 어제 글쎄 담비가 샥샥이랑 손잡고 가던데? 걔네 사귀나봐"라는 말을 A가 B에게 했다손 치면, 며칠 후 혹은 몇 시간 후 A와 B의 친구인 C가 이 둘을 만났을 때 이야기거리가 떨어지는 순간에 A는 B에게 했던 이야기를 C에게 또 할 것이고, B는 인상을 찌푸리는. 그리고 자신은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회사에서도 "이거 제가 지난번에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하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상관과 이를 어이없어 하는 후임의 입장을 많이 겪어봤을 것이다.


1-1

다시 1의 경우로 돌아왔을 때, 2와 어떤 맥락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건 난 분명 한 번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소리로 전달했는데(그리고 더 잘 들으라고 배려도 나름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못 들었을 때 밀려오는 짜증이다. 반면에 내가 그 소리를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이를 한 번 더 자신의 귀에 전달했을 때 밀려오는 짜증이다. 


1-2


1의 경우, 나는 마치 머리를 감고 나서 물이 귀에 들어갔을 때 그 귓속을 휘감아버리는 맹한 느낌을 맞이한다. 귀를 탁탁 때리며 입으로 어버버버 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내 소리가 상대방에 지금 전달되지 않고, 마치 나만 내 소리를 듣는다는 그 느낌의 순간이 싫어서 효력이 있던 없던 막 해봤던. 


주말 사무실. 아무도 없는 고요함 속에서 말들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외려 청개구리처럼 난 머리를 감고 싶어진다. 내 소리가 나에게라도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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