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구판절판


경제는 마음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마음이란 동정심이나 상냥함, 또는 인간성 따위를 뜻하는 것도, 도덕성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인간의 마음은 지각,인지,기억,판단,결정,감정,의지,동기 등을 포괄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마음은 '하트(heart)'라기보다는 '마인드'(mind)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마음은 합리적인 추론은 물론 계산을 하며, 감정이나 직감도 낳는다. 마음이 인간 행동을 결정하고,인간 행동이 경제를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마음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16쪽

주류 경제학에서는 사람은 합리적인 계산이나 추론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고 본다.그러나 감정이나 직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이에 따라 오늘날의 경제학은,빈틈없는 사람들의 합리적 손익계산일지라도 감정의 비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계산에서 감정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16쪽

주류 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인간상인 경제적 인간은 인지나 판단에 관해 완전히 합리적이며,의지가 굳고,오직 자신의 물질적 이인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다.인지나 판단의 합리성이라는 개념과 물질적 이익 추구라는 개념을 합친 의미로 단순히 '합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저술이나 연구자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양자에 대해 각각 개별적인 내용을 지닌 것으로 취급한다.왜냐하면 사익 추구란 행동의 목적이며,합리성은 그를 위한 수단/방법이므로 개념으로서는 각각 다른 것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합리적이며 사익 추구'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동시에 이타적','비합리적인 동시에 사익 추구', '비합리적인 동시에 이타적'이라는 구조도 가능하다. -28쪽

경제적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합리적'이란 말부터 따져보자.도대체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일상적인 또는 사전적인 사용법으로 합리적이란 말은 이성적,논리적,손익계산의 교묘함 등을 뜻하지만, 경제학에서는 합리성이라는 말에 상당히 한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우선 자신의 기호(취향)가 명확하며,거기에는 모순이 없고 항상 불변해야 한다.그리고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만족)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 대안(예를 들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29쪽

경제적 인간은 지각,주의,기억,지론,계산,판단 등 뇌나 마음이 실행하는 인지 작업에 관해서는 무한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일단 결심한 것을 반드시 실행하는 초월적 자제력을 갖춘 의지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슈퍼맨이지 않는가. -30쪽

경제적 인간에게는 합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다른 중요한 개념이 하나 더 첨가된다.타인에 대해서는 일절 돌보지 않고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을 최대화하려는 이기적 인간이라는 점이다.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만일 이타적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 행동은 어떤 보답을 기대하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인간은 윤리나 도덕이라는 개념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다. -31쪽

행동경제학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되는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왜 그렇게 하는가, 행동의 결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하는 경제학이라 말해도 좋다. 인간 행동의 실제,원인,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정책에 관해 체계적으로 규명할 것을 목표로 한 경제학이다. (중략)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자제심,이기심을 부정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비자제적,비이기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완전 합리적,완전 자제적,완전 이기적이라는 점만을 부정할 뿐이다. -35쪽

경제학은 원래 심리학과 연관성이 깊었다.경제학이 확립된 18세기 무렵,심리학은 아직 과학으로서 독립적인 입지를 마련하지 못해 당시의 경제학자는 심리학자를 겸업했다고 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리스크나 불확실성이 인간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구나 이익을 얻을 기회는 약간이라도 과대평가하고,사람들 대부분은 손실을 볼 기회는 조금이라도 과소평가한다'는 합리성에 반하는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37쪽

잘 알려져 있듯이 애덤 스미스의 최초 저작물은 《도덕감정론》(1759)이며,이 책에서는 자제심이나 공감,이타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그렇지만 후세 사람들은 애덤 스미스가, '이기심'의 추구야말로 인간의 모습이며,이기심의 추구가 실제로 희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38쪽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고려하는 선호를 '사회적 선호'라고 한다.(중략) '이타성'과 '이기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먼저 정리해두자.이타성이란 자신의 물질적인 이익 감소라는 비용을 무릅쓰고 타인의 물질적인 이익을 증대시키는 행위나 성질을 말한다. 이기성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나 성질이며, 경제적 인간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기적인 경제적 인간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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