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와 자소서를 조금 쓰다가,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서 바이오통에 들어있는 설탕 가득 뿌린 토마토를 몇 조각 주워먹었다. 한 손에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위즈덤경향,2011)를 집어 들고서.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읽고 싶은 사람들 순서로 읽었다. 고현정에서, 나영석 피디, 신영복 교수 등등등 순으로. 김제동이 '만나러 간 사람'에 포커스를 두면 그냥 '훈훈한' 인터뷰집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한 나의 행동을 좀 합리화하고 싶어서 몇 구절, 구절들을 뜯어보기로 했다. 이 책에서 건질 수 있었던 첫 걸음은 '김제동'에 방점을 찍는 것이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간 이유는 김제동 본인이 가진 컴플렉스를 드러내고 고쳐보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고로  이 책에 대한 나의 주제 찾기는 다음과 같았다. 

'한국 사회에서 착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피곤함' 

 

 

인터뷰는 원래 이타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포장을 해줘야 하고, 화장을 해줘야 하며, 누군가는 조연이 되어야 한다. 보통 조연은 인터뷰어가 되기 쉽다. 이렇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이기적' 독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김제동의 저 '착함 콤플렉스'를 따가울 정도로 집요하게 같이 고민해주기. 이런 관점에서 읽으면 이 책은 '착하지만 그만큼의 우울함도 함께 갖고 있는 한 아저씨'의  탐사기 같았다. 그는 타인의 이야기를 남에게 비춰주려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김제동도 이럴 때가 있습니다.."를 더 하소연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난 이 아저씨가 충분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착하지만 늘 우울함을 달고 있는 인상이다.  김혜리 기자가 『진심의 탐닉』(씨네21북스,2010)에서 김제동에게 했던 질문 그리고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김제동이 했던 말은 묘하게 섞인다. 

웃음 주시는 분한테 이상한 이야기지만, 김제동씨를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우울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 김혜리, 『진심의 탐닉』(김제동 편, 48쪽) 

  

(...) 난 종종 내 감정을 이겨가면서 겉으로는 안 그런 척, 착한 척해야 할 것 같은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그러면서도 가끔 못 참고 울컥했다가 집에 와서 베겟잇을 붙잡고 밤새도록 끙끙대며 힘들어한다.  

-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김C 편, 139쪽 - 김제동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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