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유명인'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유명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실 일상 속에서 이런 연구를 이미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자신일지 모른다. 지하철에서 읽는 무가지에서부터, 저녁 술안주용 수다까지, 우리는 이미 유명인에 관해서는 '박사급'지식을 가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외국어로는 '셀러브리티'(Celebrity)로 익숙한 유명인 혹은 명사.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무엇이며,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것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려는 학술적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대중문화 연구자들이 힘을 합친 '셀러브리티 스터디즈'(Celebrity Studies)라는 학술잡지의 탄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학술 잡지가 탄생한 이유는 그 이전부터 '유명인'을 학술적으로 읽기 위한 시각들이 단행본 기획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Su holmes, Sean Redmond, David Marshall, Graeme Turner등은  '유명인 문화'(Celebrity Culture)라고 부르는 영역을 깊이 읽기를 제안하는 연구자들이며, 이들의 관점은 여러 권의 단행본으로 나와 있다. 이들의 이런 각각의 시각이 서로 다양한 학문 간의 교류를 통해 논의될 필요성이 제시되면서 앞으로 유명인을 둘러싼 다양한 학문 간의 교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2- '명성'을 주목하라 

대중문화 연구 안에서 '유명인 연구'는 과거에서부터 오늘까지 이어지는 관점이 있고, 과거와 다른 오늘의 그 무엇을 특별하게 주목하는 관점이 있다. 과거엔 영화학에서  유명인 연구가 많았다. '스타'가 된 영화배우들의 삶. 영화배우와 그들을 만들어내는 스타 시스템, 그 시스템의 중심에 있는 헐리웃 스튜디오의 시장 구조 분석, 팬덤 등이 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유명인에 대한 범주를 더 확대시켰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더 섬세하게 살펴보려는 노력들이 학술적으로 논의해도 되겠다는 이해로 나타나면서 신진 문화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주목할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 성과는 사람들이 늘 접촉하는 대중문화, 대중문화를 생산하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미디어의 형태의 특성 분석하기, 스타들을 소비하는 일상 속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 유명인과 세계화, 지역화를 연결지어 보는 문제, 유명인의 추락에 대한 사람들의 '가쉽'소비 등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상 속 행위에 지식을 투여하고 연관성을 만들어보는 분석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 관련 아티클을 보면 관통하는 키워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명성'(fame)이다. 대중문화 연구자들은 왜 '명성'이란 키워드를 주목할까. 하나의 예로 2011년 사우스 캐롤라니아대학교의 강의명은 <레이디 가가와 명성의 사회학>이다. 이 코스는 단순히 대중음악을 연구하는 코스가 아니다. 레이디 가가의 실제 앨범이름인 the fame이 주는 시사점은 아마 레이디 가가의 퍼포먼스가 오늘날 사람들이 갈구하는 '명성'이란 것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명성은 유명인에게 주어진 하나의 인기만을 말하지 않으며, 대중의 욕망과 연결하여 봐야 한다. 대중은 왜 유명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일까, 이런 유명함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활용하여 나오는 '명성'의 다양한 결과물들은 무엇일까. '명성'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나오는 열정, 환희, 분노, 좌절 등과 함께 고려해볼 수 있는 상징이 아닐까. 명성이라는 상징에는 신자유주의, 계급, 양극화 등 경제의 문제가 더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명인' 연구가 특별히 '명성'에 주목하는 것은 이처럼 대중들 스스로 명성을 많이 의식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살펴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연구자 조 리틀러는 '명성의 문화경제'라는 표현을 통해 신자유주의 체제 속 대중들이 스타의 인기 상승과 추락을 소비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문화'의 특징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 3. 한국은? 

한국에서도 '스타'는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늘 중요한 탐구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1990년대 <문화과학>의 출간을 비롯하여 <리뷰>와 같은 문화계간지 등이 대중문화도 지식을 투여해 분석할 수 있다는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그 열기는 더해갔다. 영화배우, 탤런트의 삶을 다룬 에세이, 그들의 인기를 추앙하고 소비하는 대중들의 삶을 다룬 스타비평집, 문화비평집의 엄청난 출간은 아마 이 분야에 관심있던 사람이라면 다 수긍할만한 현상 자체였다. 최근에 문화연구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출간한 『아이돌』은 그러한 연구 영역의 맥을 이어주는 오랜만에 나온 '향수적'인 문화 분석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향수적'이란 말처럼 옛날 현상을 다루지 않는다. 오늘날 대중문화는 1990년대를 타격했던 대중문화의 신드롬과 다른 층위에서 바라볼 가치가 있다는 것에서 이 책의 기획은 출발한다. 그리고 이 중심에 '아이돌'이 있다. 아이돌에 대한 연구는 과거 '팬덤'을 분석하는 몇몇 연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2pm 박재범 사건 등으로 붉어진 아이돌과 연예산업의 관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대중의 모습들을 비롯해 소녀시대를 소비하는 '삼촌팬'과 한류현상. 연예인의 사생활 집착과 확인, 소속사의 기획 전략 분석까지. 새롭게 분석할 거리들이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거리들이 우리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논의해야 할 정당한 문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 '아이돌'을 넘어 

국내 대중문화 연구계의 논문들을 보면 '아이돌'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문화연구자들의 개입이 국내에도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나면서 '유명인 연구'는 더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의 해외봉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의 특성과 함께 이어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 아시아계 스포츠 스타들이 '유명인'이 되면서 그들이 갖는 인종적 정체성과 그것을 세계 각지에서 소비하는 사람들의 문화, 그러한 문화를 매개하는 세계화의 새로운 양상은 무엇일까 등은 이미 나와있는 국내 연구의 성과들이다. 이것을 더 재미있게 기획하여 단행본으로 꾸며봐도 좋을 듯하다. 

 

 

 

 

 

  

 

- 얼그레이효과가 주목하는 '유명인 문화'  : 유명짜한 스타들은 왜 예술 시장에 주목하는가

마지막으로 이 연구 영역과 관련하여 내가 주목하는 테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유명인들이 '예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가수 조영남은 그를 '화수'라고 부른다. 그는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한국 미술계에서 이단아로 불리는 유명 화가이기도 하다. 이런 조영남의 미술계 진입에 대해 어떠한 견해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을까. 미술평론가들, 조영남의 전시회를 기획,주관하는 후원자들, 미술가 당사자들, 대중들이 조영남을 보는 시각은 각각 다르다. 조영남은 가수라는 명성으로 예술 시장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내세우는 '천재성'은 정녕 그만의 것인가? 미디어는 조영남의 '천재성'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미술평론가들과 미술가 당사자들은 조영남의 예술 행위를 어떻게 분석하려 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비단 조영남뿐만이 아니다.   

 

 

 

 

 

 

 

  

(문학판에 진출한 가수 이적, 타블로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이적, 타블로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낄까. 그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는 문학동네 58호)

 

구혜선, 나얼, 하정우, 타블로, 이적 등 그들이 만들어내는 미술,영화,소설 등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무엇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예술적 천재성에 감탄과 동감을 보내지만, 어떤 사람들은 철저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전략 아래 나온 고도의 기획성 상품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아직 이러한 시각을 깊이 있게 연구한 논문 그리고 흥미롭게 분석한 책은 나오지 않았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영역이다. 한국판 『유명짜한 스타와 예술가는 왜 서로를 탐하는가』의 출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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