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노엘 카스트리에 대하여
'윤리적 소비'를 연구하는 동무랑 함께 스터디를 하다가, 우연히 노엘 카스트리(Noel Castree)라는 인문지리학자를 알게 되었다. 그의 개념을 통해 '환경의 신자유주의화'를 고찰했던 엄은희 교수의 발제문<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환경의 신자유주의화>을 읽다가 발견한 학자였는데, 여러 자료를 뒤지다보니 인문지리학쪽에서는 상당한 권위자인 것 같았다. 맑스주의 이론을 통해 학제적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연'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일상 속에서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했다.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대해선 삶의 더듬이가 민감한 이들은 한번쯤은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생각들이 있을 것 같다.
# 2- 사회가 자연을 생산하다
이런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선 '사회적으로 만들어진'자연이란 개념, 흔히 '사회-자연(social nature)'이라고 불리는 용어부터 알아야 한다. 겁먹을 것 없다. 이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쉽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자연 / 사회라는 구분법에 익숙했다. 사회의 저 빠듯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은 늘 우리에게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준다는 어떤 심리적 방어선이란 게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전략이 점점 자연과 사회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자연이 점점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연구자들은 일례로 우리의 '밥상'에 들어오는 식품의 생산 과정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가장 큰 사례로 유전자조작 식품의 사례 같은 것.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의 생산 과정 속에서 개입되는 과학 지식, 그리고 이와 연계된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투자 사업 및 이것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소위 사회에 의한 '자연 생산'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학자들의 고민이 속속 하나의 담론 영역을 만든다. 그리고 글로벌-글로컬의 문제로 돌입하기.
# 3 - '자연의 신자유주의화'라는 이론화를 시도하기
이제 기후문제부터 시작해서 국가와 국가 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현재 상황들, 그리고 여기서 주고받는 매우 평화롭고 진보적인 것 같은 협약들이지만 알고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권력 관계에서 벌어지는 오염 허용/비허용의 문제들. 이것이 국제적인 문제라면, 그러한 국제적 추세를 국내에 접합시키려는 정부의 정책들. 우리가 지겹게 듣고 있는 이번 정부의 '녹색 성장'이란 개념과 그것이 주도하고 있는 어긋난 결과들. 노엘 카스트리는 비유를 들자면 '녹색'과 '성장'이란 딜레마 속에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권력의 통치기술은 무엇인지 정의한다. 엄은희 교수의 발제문 내용에 나온 카스트리의 견해는 아래와 같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자본과 국가 간의 신자유주의적 영역 조절 과정은 다음의 네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첫 번째 환경적 조정의 형태는 '자유시장 환경주의'유형으로, 외부효과로 여겨지던 환경 오염 문제를 적극적인 상품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해결하려는 일련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환경적 조정의 형태는 '탈취에 의한 축적' 유형으로, 보호지역이었거나 정부 관리 하에 있던 자연환경을 자본축적을 위한 새로운 영역으로 개방하는 일련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환경적 조정의 형태는 '오염의 권리 및 자연의 생산' 유형으로, 자본의 국가의 영역을 훼손하며 환경을 오염시킬 권리를 획득하거나 생명공학 산업을 통해 새로운 자연을 생산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네 번째 환경적 조정의 형태는 '분권과 최소정부화 ' 유형으로, 국가가 환경관리의 권한을 지방이나 시민사회에 이양하거나 최소정부의 입장에서 케인즈주의 시대 환경규제들을 대폭 감축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아파트가 있는 곳이면 으레 하나씩 있는 '인공 냇가'로 시작되는 '인공적인 여유로움'에서부터, '녹색'이라는 이름 아래 지금 이 시각에도 재구성,재조정되고 있는 국내 곳곳의 풍경까지. 여기에는 '자연을 지켜내야 한다'를 강경하게 주장하는 '심층생태론자'들과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지금 이 지경까지 온 것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 사회는 자연을 좋은 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본-기술의 미래가 있다는 '생태적 현대화론'자들의 논쟁이 있다.가장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이지만 가장 '사치스러운'문제로 여기는 테마라는 모순을 극복하기. '자연의 신자유주의화'라는 섬뜩한 개념은 우리네 일상을 되돌아볼 주요 키워드일 것이다.
책이 더 많은데 알라딘 이미지가 계속 오류다. 일단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