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4층에 들러 가지런히 꽂혀진 졸업논문들을 보면 그 '곤색찬란'한 풍경이 주는 묘한 감정들이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런 감정들이 논문 속 본론에 있다기보다는 서론보다 먼저 등장하는 저자의 생각, '감사의 글'에 있다. 이 '감사의 글'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참 착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자기 논문 쓸 때 제대로 안 챙겨준다고, 교수에게 으르렁대다가도 결국 마무리는 '급훈훈'해진다. "교수님,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저 이 대학원 안 왔을거에요.." 같은.
한때 문학판을 휘감았던 '주례사 비평'만큼이나 '감사의 글 비평'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솔직히 논문을 쓰는 데 교수들이 그렇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는 혼자 하는 거다,란 말은 정말 맞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그 공간이 오히려 한 텍스트를 완고한 자신을 격려하는 공간으로 채워지는 상상도 해 본다.
철저한 학문 사회 비판을 매우 식상하게 만드는 건, 묘하게 이 판을 까는 이른바 '유사 - 감사의 글'들이다. 감사합니다,라는 마음 속에 담긴 어떤 응어리. 그렇게 내 논문이 마음에 안 들었냐와 같은 시선을 슬며시 비치는 '분노형 감사'의 글들을 볼 때면 이상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 시간에도 탈모를 고민하며 공부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여. 감사의 글을 분노의 글로 활용하기를. 아니면 자신에 대한 자화자찬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