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시상식 같은 걸 즐겨보는 편이다. 음악케이블 채널인 엠넷이 주관하는 MAMA 또한 매년 챙겨보는 시상식인데, 올해는 특히 이 행사가 '마카오'에서 한다는 특수함 때문에, 더 관심이 갔다. 먼저 이 MAMA에 대한 상세한 내 소감을 말하기 전에, MAMA를 하던 즈음 '분열적인 내 상태'를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연평도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터진 지 며칠 안 되어, 벌써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른 화제들이 오가고 있었고, MAMA 개최 또한 그런 화제 중 하나에 속해 있었던 것 같다. 좀 거칠게 말해서, 이번 MAMA를 통해 사람들은 "한국 가수들이 왜 이렇게 안 와? 망하는 것 아냐?(하지만, 봐야지)"라는 시선과 "오, 엠넷 이번에 가수들이 별로 참석 안 해서 망할 것 같더니, 해외 가수들이 좀 오네?(그렇지만 불안한 건 여전해)"라는 시선을 '오고 가며' 즐기고 있었다. 

이 시상식이 '마카오'에서 한다는 것, 그게 왜 특별하냐고 물을 경우, 이 시상식이 '한국 가수'를 위한 것이었다는 그 전통적 정체성을 챙기면 된다. 그러나, 조금씩 그 틈이 벌어졌고, 엠넷은 몇 년 전부터, MAMA를 '한국'이 아닌, '아시아'라는 큰 정체성 안에서 기획하고 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어색했던 지점, 그리고 이번 해에도 여전히 어색한 지점은, 과연 MAMA가 '아시아'라는 정체성을 리드할 만한 강점이 있었는가?이다. 사실 그것을 실제로 담당하는 것은 활동을 하는 가수들이었기 때문에, MAMA에게 필요한 건 그런 가수라는 실제 행위자들의 인기를 얼마나 잘 '구성'하고 '기획'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잘 기획했다면' 이건 가수들의 '인기 덕분'에 업혀갈려는 엠넷의 '꼼수'라는 투덜거림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상황이 반대였다면, 엠넷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무능한 문화적 기업이 된다. 

MAMA라는 시상식 그리고 거기에 포함된 공연 조건이라는 내부의 지점을 따져보자면, MAMA는 그 퀄리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MAMA를 보던 네티즌들도 음향 상태의 훌륭함, 가수들의 퍼포먼스를 뒷받침하는 무대 디자인 등엔 합격점을 주었던 것 같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참여가수들의 퀄리티. 여기서 이견이 생기는데, 일본의 '퍼퓸'이나 '케미스트리'를 아는 팬이라면, "오 굿", 그리고 상세하게 음악을 듣진 않지만, '한국계 최초, 빌보드차트 1위"라는 수식어를 사회에서 일상의 수다거리로 챙기는 '정보원' 정도의 대중에게, 미국에서 온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참가는 "베리 굿"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앞에서 제기했듯이, 이 시상식이 한국 가수들의 '잔치'가 아니었냐,는 그간 누적된 대중들의 인식 그리고 그것을 깨보려는 엠넷의 기획 의도 간에 벌어진 틈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틈을 한국 가수들이 출연하여, 다른 아시아인들에게 크게 환호를 받을 때, 그리고 비-한국 가수들이 다른 아시아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약한 호응을 받았을 때라는 제법 역설적인 상황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발견에는 유치하지만 그래도 무시못할 하나의 가정이 있다. 한국이 과연 다른 나라에서 얼마나 인지도가 높을까,라는 그 '인터넷 관용 표현'말이다. 그 표현에 스며든 틀에 따르자면, 케미스트리나 퍼퓸, 그리고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엄청난 환호를 받아야 했지만(국력 혹은 나라의 인지도에 비례하여), 그들은 시상식에서 그렇게 좋은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큰 환호를 받았던 것은, 원더걸스, 2PM, 지 드래곤, 태양 등등이었다. 좀 거칠긴 하지만, 케미스트리, 퍼퓸,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하나의 '문화적 들러리'같았다고 할까. 시상식에도 이런 면면은 이어졌다. 다 알다시피, 이러한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다는 건, 내가 보기엔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들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주는 '일 년 짜리 공로패'정도를 나눠먹는 수준 아니겠는가)  

이러한 '수상 과정'속에서 재미있는 건, '아시아'라는 정체성의 기호. 그 기호 안에 포함된 한국이 '아시아'라는 기호를 일종의 하위 범주로 만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시아'라는 부분이 들어간 상 내역에는 그 '아시아'라는 기호를 살리기 위해, '비-한국 지역' 가수들에게 수상이 돌아갔다. 이것을 한국의 우수한 문화적 힘이라는 (말도 안되는) 의미로 해석하는 건 무의미할 것 같다. 차라리, 엠넷이라는 기업이 주도하는, 그 시장의 구획 아래 설정된 하나의 미디어 이벤트, 그리고 이벤트 과정 속에 나타난 결함들을 메워보기 위해 급히 치장된 시상식의 장면들은, "이런 시상식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의 문화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징후"도, "이것 봐, 한국은 아직 멀었어"와 같은 냉소도 다 비껴가는 듯 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아무것도 아닌 상황'이 바로 '한국의 문화적 현실 그리고 아시아와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MAMA를 통해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한국 가수가 나왔을 때, 환호성을 질러댄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그리고 그 사실을 수긍하기 위해 각종 연예 관련 매체에서 접한 카라와 소녀시대의 열풍 담론을 되새기며, MAMA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간주한다면, 그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으로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되려, MAMA가 '아시아'라는 기표의 실체를 더 확보하고 싶다면, 그 '아시아다움'에 대한 상세한 문화적 실천과 지식의 교류가대중들 사이에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했다고 본다. 그러했을 때 발생하는 '아무것도 아닌 상황'은 한국이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와 '한국' 의 관계를 가장 적절하게 설정한 결과물이 된다. 그러나, 이번 시상식엔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촌스럽게 그 '한류'라는 징후 하나만을 믿고, 상당히 어설픈 '문화로 맺어진 각 국의 관계성'을 강조해보려했지만, 실패했다.  

그러한 실패는 한편으로 대단한 뮤지션을 '섭외'했다는 정도로 하나의 '성과'를 냈다고 으스대는 태도를 느끼게 했고, 나는 여기서 한국에서 이런 태도를 가장 잘 취하고 있는 사람 하나가 떠올랐다. 한국과 아시아의 문화적 관계성을 더 꼼꼼하게 연구하고 챙긴다는 것도 하나의 '문화적 외교 실력'이라고 한다면, 엠넷의 이번 모습은 'G 20' 개최로 한국과 세계의 관계성을 '성공적으로' 조명했다고 자찬한 채, 정작 '연평도'라는 자국 영토의 문제로 인해 중국과 미국의 눈치만을 살피는, 이 정부의 외교 현실을 떠오르게 했다.  어쩌면 좀 과장된 연관성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나는 하나의 문화적 요인이라는 것이 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요인들과 함께 만들어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렇기때문에 그런 문화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호화스러운 기획과 퍼포먼스를 실행한다해도, 그러한 껍질 안에 들어있는 열악한 본질을 덮을 순 없다고 본다. 엠넷은 참 열심히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 열심의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정권 초기, 공무원의 조기 출근 강조와 해외 순방과 같은 '열심의 산물'들을 읖조리는 어떤 정부와 닮아서, 더 암울하다. 둘 다 '시장'을 천명한다고 하는 쪽인지라, '열심히 연구한 줄 알았더만..쯧쯧' (엠넷이나 mb나 둘 다 ''문화와 교류"라는 것에 대해 너무 안이한 것 같다. 그들은 여전히 '주도'라는 이름이 교류인 줄 안다. "g20 우리가 주도했네", "우리가 마카오에서 이 행사 주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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