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이해 - 전면2개정판
김창남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0년 2월
구판절판


1세대 문화연구자 김창남 교수의 저서 <대중문화의 이해(2003년 전면개정판)>중 팬과 마니아의 개념 설명에 대한 구절을 일부 옮겨본다. / 팬은 누구인가: 대량생산되어 대중적으로 전파된 문화 생산물의 레퍼토리 가운데 특정한 연기자, 혹은 연주가, 혹은 특정 텍스트를 선택하여 자신의 문화속에 수용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팬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서로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때 팬이라는 의미에 좀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일반적인 대중문화의 수용자들을 그저 막연히 팬이라 부르는 관습에 익숙하지만, 그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자기의 취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팬이라고 할 수 있다. -300쪽

마니아의 두 측면 : 능동적 문화 주체 혹은 소비의 귀족주의 / 요즘 대중문화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체가 마니아라는 집단이다. 우리말로 한다면 무슨 무슨 광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마니아는 영화,음악,만화,스포츠 등 다양한 대중문화 영역에서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마니아들은 우선 특정한 문화 텍스트(그것이 영화일수도 있고 음악일 수도 있고 또 특정한 스타일수도 있다)에 대해 대단히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또 상당히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준전문가 수준의 수용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문화의 주류적 분야, 즉 스타 시스템이 작동하는 분야는 팬이라는 말이 자연스럽지만 상대적으로 소(307)외된 장르나 문화상품 자체에 관해서는 팬보다는 마니아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인다. -307,308쪽

마니아의 등장은 일단 우리 대중문화가 그만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대중문화의 환경이 과거에 비해 상당 정도 민주화되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정치권력의 간섭이 극심했던 유신시대나 5공화국 시대에는 마니아가 많이 나올 수 없었다. 당시에도 마니아들이 없지 않았지만 이들의 문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뿐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존재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마니아의 등장은 대중문화에 대한 정치권력의 입김이 줄어들고 그만큼 대중문화의 영역이 다양화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308쪽

그러나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마니아 집단은 꼭 그렇게 긍정적인 측면만을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마니아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의미의 권력으로 작용한다는 데서 볼 수 있다. 특정한 문화 텍스트에 대해 광적인 애정과 집착을 보이고, 그래서 그만큼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마니아들은 때로 매우 배타적이며 독선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애정과 정보를 과신하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중략) 일부 마니아들이 추구하는 지식과 정보의 성격도 문제이다. 어떤 경우 마니아들은 매우 지엽적이고 앨범 제목과 무슨 무슨 구석진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으며 그것이 자신의 마니아적 취향을 대변하는 것인 양 우쭐해한다. -3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