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DEO 재미있게 보기 - 조종국(편). 조선일보사. 1993년.  

후회하지 않는 비디오 선택법. 

비디오 매니아가 돼라 

비디오 애호가들을 지칭하는 용어 중 매니아(Mania)라는 말이 있다. 열중, 열광, 심취라는 사전적 해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비디오에 미친' 사람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디오에 미치지 않으면 진정한 비디오 애호가가 되기는 어렵다. 그저 무료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비디오 숍을 들르는 사람은 영화가 단순한 볼거리 이외의 아무 것도 되지 못한다. 영화는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해 온 모든 예술을 한 자리에 결집시켜 놓은 총체적 장르다. 영화를 '한 세대의 꿈'이라고 명명한 가브(6)리엘 살바토레의 표현대로 36mm 필름 안에 우주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비디오 매니아가 되려면 달리 할 일이 없어 비디오를 시청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극장개봉작에서 벗어나라 

우리나라 비디오 문화의 고질적 병폐는 창작 예술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영화의 복사판 구실에 머무른다는 것이다.그래서 명작과 태작의 구분이 극장 개봉작이냐 아니냐로 판가름나고는 한다. 이른바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아집과 편견이다. 스스로 영화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을 대하면, 그저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입관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 미개봉 걸작들이 비디오 숍 한 구석에서 먼지와 함께 뒹구는지를 안다면 놀랄 게 틀림없다. 한 편의 영화는 그것이 주는 감동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극장 간판이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유명배우가 출연한 작품이 아니라고 해서 변변찮은 작품으로 취급하는 태도는 철저히 지양하도록 하자. (7)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라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시청한 작품의 내용을 모두 입력해 두긴 어렵다. 현명한 비디오 매니아들은 주연,감독,줄거리 정도는 반드시 메모하는 습성을 견지한다.  

비디오 숍 주인의 권유를 무시하라   

1989.9. 로드쇼. 임권택 비디오영화. 259쪽. 

임권택감독의 영화를 '발견'한 것은 오히려 베를린과 동경이다. <만다라>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영화제에 소개된 그의 영화는 <씨받이>와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지금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 콜렉션이 '명작 수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면 한국영화로서는 임권택감독의 콜렉션이 그 결론이다.   

1990.1. 로드쇼. 홍콩영화 10인 10색. 263쪽. 

홍콩영화의 스타들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은 감독 이름을 주목하라. 그렇다면 다이나마이트 액션과 환타스틱 로맨스가 홍콩영화의 3대 천재 수이 하크, 재키 그리고 액션전문감독 칭시퉁의 것임을 것이다.  

1990.6. 로드쇼. 깐느영화제 수상작.274쪽. 

깐느영화제는 역사, 정치적인 상황속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삶이라든지 우리들 삶의 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작품에 호의를 베풀어 왔다. 그렇기에 홍콩액션영화나 헐리우드 오락영화에 길들여긴 관객의 입맛에 안맞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비디오 라이브러리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황금목록'이다.

1991.12. 로드쇼. 긴급제안 컬트영화 걸작 100. 193쪽. 

온 세상에 갑자기 컬트 '사깃꾼'들이 천하대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 컬트영화를 알린 것은 전적으로 영화광들의 사랑에 대한 응원과 지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컬트영화는 장사꾼들의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영화광이라면, 그래서 92년 영화의 자존심을 걸고 컬트영화를 지키는 싸움에 나설 것을 긴급히 제안합니다. 우리는 컬트영화 진영에 대한 전면적인 논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이 100편의 영화는 바로 그 선전포고입니다. 제발 더 이상 순진한 영화광들을 농락하고 짓밟으며 거짓 프로그램으로 그들을 현혹시키지 마십시요.   

1991.12.로드쇼. 91년 '절대' 추천하는 비디오 BEST 10. 284쪽. 

적어도 로드쇼 독자이자 영화라는 매체를 무척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제 또 한 해가 가기전에, 이미 여러 번 소개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개봉작을 굳이 선호해온 시청자들을 위한 또한번의 경고! 

1991.12.로드쇼. 91년 컬트 비디오 BEST 10. only for VIDEO MANIA. 286 - 287쪽. 

이 페이지는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를 중심으로 엮어보았다. 조금은 골치가 아플지도 모르지만 올해 이 작품들을  놓친다면 '절대'후회는 따놓은 당상! 그러나 주의할 점은 이 품목들은 첫번째 들린 비디오 샵에서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기에 끈기를 갖고 섭렵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보물찾기의 기쁨을 되길!  

1992.8. 로드쇼. 명장면 연구, 당신도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다. 177-178쪽.  

177쪽 

영화광의 이상한 애정 : 영화광이 되는 첫번째 입문은 하장면을 '다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번을 다시 보아 암송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화면 뒤에서 움직이는 감독과 카메라와 조명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평론가로 데뷔하는 첫 걸음이다. 자, 여기서 포기하면 당신은 자격상실이다.  

178쪽

쇼트 BY 쇼트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비디오와 텔레비전 모니터, 그리고 끈기와 인내, 영화에 대한 무한한 열정이 요구된다. 왜 이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가? 그러니 이 과정이 없다면 당신은 평생 영화 '구경꾼'이라는 지탄을 받아도 자업자득이다. 전문영화광을 위한 입문 코스. 

첫째, 모니터(tv 수상기도 괜찮음)가 딸린 VTR(또는 LDP) 

둘째, 스탑 워치-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SHOT-BY-SHOT을 하다보면 씬이나 쇼트의 길이를 재고픈 생각이 반드시 들기 마련이니까. 

셋째, 필기도구 - (무언가 끄적거려야 '공부'하는 맛이 날 테니..)  

가) 2헤드 VTR : 가장 싸고, 흔하고 속도로 여러번 보는 데는 이걸로도 충분하지만, 깨끗한 정지화면과 정확하게 프레임 단위로 화면을 보려면 4헤드 VTR을 사용해야 한다. 

나) 죠그 셔틀이 없는 4헤드 VTR : 2헤드니, 4헤드니, 7헤드니 하는 표현이 기술적으로 무엇을 의하는 지는 SHOT-BY-SHOT에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4헤드 VTR로 무엇을 '볼'수 있느냐는 데 있으니까. 우선 지저분한 줄이 가지 않은 선명한 정지화면을 볼 수 있고, '슬로우' 버튼을 누르면 천천히 움직이는 화면을 깨끗하게 볼 수 있고(속도도 대개 조정할 수 있다), 정지시킨 상태에서 한 프레임씩 전진하면서 아주 짧은쇼트의 길이를 정확하게 잴 수 있다. 단, 특정한 프레임을 '잡아내려'할 때 테이프를 전진, 후퇴시키는 일이 상당히 짜증스럽다. (후략) 

- (중략)- 

SHOT - BY - SHOT 이렇게 한다. 자, 장비를 갖추고서 비디오테이프를 VTR에 꽂아 원하는 장면을 찾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1) SHOT -BY- SHOT 하려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속도로 2번 이상 되풀이해서 본다. (줄거리의 흐름, 대사,연기,음악,음향 등에 주의할 것. 이것만으로도 처음 보고 지나쳤을 때보다 훨씬 많은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 (2) 장면 전체의 길이와 쇼트의 수를 세어본다 . (중략).(3) 특이한 쇼트를 정지화면이나 슬로우 모드에 놓고 유심히 관찰한다.  

1992.8.로드쇼. '숨은'걸작을 찾아서 365일 대추적. 281쪽. 

로드쇼는 싸움을 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것은 혈흔이 낭자한 격투기가 아니라, 네모진 비디오 갑속에 숨어있는 뻔뻔스런 상혼과 걸작모독에 대한 전면적 항의인 것입니다. 구석에서 찾아낸 공포소설의 귀재 스티븐 킹의 호러 무비 올 리스트와 함께, '복원'을 위한 비망록을 시작합니다.  

1993.8.로드쇼. 웃기는 영화 베스트 10. 232쪽. 

다음의 리스트들은 영화의 장르를 따지거나 줄거리를 설명하려 하는 평범한 관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감독은 이미 상식이란 틀을 벗어나 기존의 장르와 문화현상들을 마구 짜집기하고 비틀고 있으니까. 스스로 영화광임을 자처하고, 아카데미 수상작에 연연해 하지 않는 안목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사람만을 위한 항목임을 밝혀둔다. 당신의 그 까다로운 눈을 향해 이제 패로디와 아이러니의 융단폭격이 시작된다. 올여름의 피서방법으로 마음껏 웃고 싶은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영화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헤집어 보기 바란다(엔드 크레디트까지). 

233쪽 영화광 필견 비디오 리스트 150. 

238쪽 컬트영화 베스트 10 

'컬트'라는 말이 이제 낯익다. 거리에는 '컬트'라는 카페까지 들어섰다. 작년에 <델리카트슨>이 컬트 딱지를 붙이고 서울에 입성했고, <블루 벨벳>,<바톤 핑크>까지 컬트 명찰을 달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컬트는 이른바 '홍콩 느와르 붐'에서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다. 87년 이후 심심찮게 대동소이한 현상을 보이는 몇몇 컬트영화와, 좀 다른 형태로 자리를 찾은 경우를 모았다. 썩 호기심이 생기거나 설득력있는 리스트는 아닌 셈이지만(아마도 독자들은 열 편 중 7-8편은 거의 보았을 테니까), 각각이 제 나름대로 궁색하나마 한국의 컬트영화임을 자처하는 근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994년 1월. 로드쇼. 극장이 외면한 볼만한 비디오작.250-251쪽. 

251쪽 

지난달에 이어 볼만한 미개봉작을 장르별로 소개한다. 극장이 수용하지 못하는 좋은 영화가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이 페이지는 테리 길리암 감독의 <여인의 음모>,<숀 펜의 헬스 키친>,<휴전>,뮤지컬<분홍신>등 영화광들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들 중심으로 미개봉 걸작들을 소개한다.   

1994년 3월. 로드쇼. 극장이 등을 돌린 비운의 영화 네편.244-245쪽. 

245쪽. 

3월의 비디오 추천작으로는 아예 극장 간판이 올라가지 못했거나 극장에서 상영되었다고 하더라도 흥행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네 편을 골랐다. <사회에의 위협>,<바디 에어리언>이 전자의 경우이며 <화엄경>과 <미녀 드라큐라>가 후자의 경우이다. 비록 많은 관객이 놓쳤더라도 오락성과 예술성으로 타 영화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네 편을 감상해보기 권한다. 

1997.2월. 로드쇼. 신작 비디오 가이드. 244쪽. 

이 달 출시작들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명성만큼, 혹은 광고된만큼 극장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것들을 다시 한 번 평가할 기회가 될 것이다. 고르는데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운 것이 이번 달 비디오 출시작들의 형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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