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잠깐 티비를 켰더니, 영화 <노팅 힐>을 하고 있었다. (비록 OCN을 비롯한 영화 케이블 채널, 그 절단의 폭력은 메스껍지만)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남자들이 로맨틱 코메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저 오늘 소개팅있는데, 어떤 식당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누가 커뮤니티에 던지면, '김밥천국이요'같은 자학의 시나 쓰지 말고) 홍상수나 에릭 로메르의 연애담이 최상급이긴 하지만, 그런 영화들의 애호가들만 '고급 미식가'로만 인정하는 건 사실 난 별로다. 뭔가 진부하고,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장면들만 있어도, 끊임없이 소비되고 기억되는 '클래식'들에 대해 이상한 혐오감 같은 걸로 조롱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이다. (물론 <이터널 선샤인>같은 영리한 우리 시대의 새로운 '클래식' 러브 무비 같은 작품은 아닐지라도) 로저 미첼 감독의 <노팅 힐>은 아무리 목이 따가와도 섭취하고 싶은 콜라 같은 '스테디 셀러'로서의 자격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인생을 늘 간접적으로 다루어 온 영화들로 큰 히트를 쳤다. <귀여운 여인>에서 (그녀는 영화 내용처럼 비록 성노동자는 아니었지만) 그런 '씁쓸한 과거'를 지워내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여성으로, 배우로서의 성공적인 새 인생을 맞이했다.그리고 1999년 <노팅 힐>은 성공한 영화배우로서, 헐리웃 스타로서 그녀의 삶을 중간 점검하는 계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다음달 우리나라에도 개봉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기대하는 이유는, <노팅 힐>에서 그녀가 브라우니를 먹기 위해 참담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자리에서, "이제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을 쳐다보지 않을 거라는 그 두려움.."에 대한 고백 이후, 그것을 초월한 혹은 의식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바로 '영화 안에' 나타날 예감 때문이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저널리스트 역을 맡았다. 자신의 삶을 글로 다루던 사람들의 삶에 자신이 직접 들어가보게 된 것이다. 예전에 닉 놀티와 함께 찍었던 그 때 기자 캐릭터와는 정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우연이든, 혹은 나의 해석때문이든 그녀는 영화로 정말 자신을 이야기해보려는 배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