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  

"응 약속이 있어서.." 

"응. 그래. 잘 가"   

"형, 잘 가세요!, 오빠 또 다음에 나와요"

"벌써 가?"(이놈, 휴가 좀 그만 나오지.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나봐) 

"응 약속이 있어서.."(사실, 혼자 집 봐야 하는데. 하지만 눈치 주는 것 같아서. 반기는 사람도 없고) 

"응. 그래 잘 가"(나는 숙제 해야 되서 이만)   

"형, 잘 가세요!,오빠 또 다음에 나와요"(어휴, 저새끼 간다. 좀 그만 나오지. 너무 자주 나오는 거 아냐) 

15분 후  

3  

작별 후 다시, 그는 돌아온다.  

"어? 선배?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그게 내가 길을 너무 빨리 나선 것 같아서..시간이 남네"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 군대 가기 전날 밤, 나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삶을 살 때 속상함. 

세상은 정말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구나,라고 느꼈을 때 다가왔던 당혹스러움. 

 

나같은 경우, 일부러 휴가증을 학교에 놔두고 와선 잃어버린 척 했던, 지금 생각하면 꽤 유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라도 해야, 날 기억해줄 것 같아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휴가는, 갑자기 일을 하게 된 휴가이며, 가장 '불쌍한'휴가는 군인들의 휴가가 아닐까 싶다. 

(더운 여름, 그들의 주적은 개구리복이 아닐까 하는 1인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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