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화심리학 관련 책들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갖고 있던 과학의 편견들을 깰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화해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 특히 문화연구를 하면 으레 갖게 되는 기능주의 사회학과 심리학의 조합에서 오는 거부감들을 어떤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정리(비판)해볼 것인가의 문제. 그 고민들을 다음 학기에 더 다듬어 따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문화연구에서 너무나 소외당하고 있는 게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정작 우리 사회 안에서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데도, 많은 문화연구자들이 '인간' 적인 것 대 '과학'적인 것이란 이상한 구도를 만들어, '인권의 정치'를 오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공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 있긴 한데, 그것도 '생명'의 윤리라는 애초에 정해진 답을 정해놓고 쌓아둔 논리적 탑들만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더 깊은 시선이 나오기 위해선, '공학'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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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아직까지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이 오랫동안 왕좌의 자리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조금씩 이것을 깨보려고 브루노 라투르의 책도 기웃거리고 있다) 문화연구 자체가 '사람의 행위'에 대해 쏠려 있다보니, 기술 자체가 갖고 있는 '기능'에 대한 더 깊은 탐색과 어우러진 행위의 연관성은 제대로 탐색되고 있지 못하다. 문화연구 안에 너무 쏠려있는 이상한 '휴머니즘' 같은 게 있는데, 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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