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만화를 보면 자주 나오는 악당 캐릭터 중 하나는 '젊은 놈의 혈기'를 빨아먹고 영생의 길을 가려는 요괴였다. 물론 그 길은 언제나 실패로 돌아가지만, 어린 시절, 젊은 놈을 먹는다고 늙은 놈이 오래 산다는 생각이 좀 신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늘 '만화'같은 일이 만화에서만 일어나리란 법은 없다.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이번 8.8 내각을 통해 주목받는 국무총리 내정자, 김태호. 그를 둘러싼 언론의 수사는 역겹고, 이 정부의 사고는 참 저급하다. '39년만에 파격 발탁된 40대 총리'라는 식의 수사, 그리고 그를 뽑은 이유가 '젊은 세대와의 소통 필요'때문이라는 정부 측의 설명. '나이(age) 마케팅'은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사실 자주 나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김연아와 빅뱅을 팔더니, 이제는 정치에서 '젊음 = 나이'라는 등식으로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일일드라마에서 생전 집안 일 신경 안 쓰던 남편이 그래도 아내와 자식들 사랑하는 마음은 있어, 쉬는 날 앞치마를 두르고 폼을 잡으며, "내가 다 할께. 오늘은 편히 쉬세요"라며 생색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난 그래서 남편들이 꼭 요리를 할 때, 앞치마를 두르고 폼을 잡는 장면이 드라마에 나오면 참 싫다. 꼭 그렇게 앞치마라는 기호를 우리 눈 앞에 전시해야 하는 것일까) 

"나도 트위터 할 줄 알아요", "나도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 알아요"같은 말들이 우리 시대 정치인들의 '미덕'이 된 것이 안타깝다. 그것이 그들이 할 줄 아는 소통, 그들이 정의내리는 '젊은 세대에 대한 소통'이라면?  

그들은 사실 '젊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그들의 '젊음 암기'가 영생의 길을 가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어 두렵다. (이들의 영생은 막아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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