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이라 가격에 민감하다. 그러다보니  간단하게 장을 본다 하더라도 대형 할인점을 가는 경우가 많다. 운동도 할 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우리 동네의 '불안지대'라고 불리는 그 위치에 조용히 자리 잡은 편의점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단골 편의점이 올해 초에 문을 닫고, 노부부가 욕심을 갖고 차린 편의점인데, 주인 아저씨의 표정은 고저가 크다. 너무 크게 사람들을 반가워해주거나, 때론 늦은 밤 술에 취해 벌건 목을 보여주면서 나오는 그 우울함의 큰 차이. 그것때문에 요즘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불안지대'에 자주 들린다. 이 곳이 불안지대라고 불리는 건 이유가 있다. 편의점이 위치한 그 곳이 우리 동네에서  가게가 문을 열고 닫는 주기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할인마트에 들렀다가 아차 싶어, 나도 모르게 할인마트 봉지를 들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하나 샀다. (소심한 사람들에겐 이 상황 참 곤욕이다. 어찌 보면 에티켓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뭘 그런 것까지 신경쓰냐는 그 고민) 아저씨가 큰 웃음으로 반겨주길래, 이 아저씨 참 대인배구나 싶었더만, 텅텅 빈 가게에 라디오에 나오는 사연에 웃고 계셨다는 것을 눈치 채고선 미안해졌다.아저씨 냄새가 가게에 진득하게 남아 있는 걸 보니, 알바도 못 구하고, 혼자 밤을 샜나보다. 

 "라면 하나 더 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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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7-26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그레이님의 소심함에 진한 동질감 느낍니다^^ 저희 동네에도 상황 동일합니다. 궁벽진 동네에 근래에 대형할인마트가 생겨서 온동네 사람들이 그리로 몰려가고 인적 끊긴 작은 수퍼 주인들의 침울한 표정을 대하노라면 -- 대형할인점 개업 허가 문제 같은 것은 시장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기라곤 자기 몸밖에 없는 사람과 최첨단 무기 즐비하게 가진 사람을 마주세우고 싸우라는 것이 공정하다는 게 지금의 시장 논리이지 뭐겠습니까. -- ...

얼그레이효과 2010-07-26 23:28   좋아요 0 | URL
다각도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