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이라 가격에 민감하다. 그러다보니 간단하게 장을 본다 하더라도 대형 할인점을 가는 경우가 많다. 운동도 할 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우리 동네의 '불안지대'라고 불리는 그 위치에 조용히 자리 잡은 편의점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단골 편의점이 올해 초에 문을 닫고, 노부부가 욕심을 갖고 차린 편의점인데, 주인 아저씨의 표정은 고저가 크다. 너무 크게 사람들을 반가워해주거나, 때론 늦은 밤 술에 취해 벌건 목을 보여주면서 나오는 그 우울함의 큰 차이. 그것때문에 요즘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불안지대'에 자주 들린다. 이 곳이 불안지대라고 불리는 건 이유가 있다. 편의점이 위치한 그 곳이 우리 동네에서 가게가 문을 열고 닫는 주기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할인마트에 들렀다가 아차 싶어, 나도 모르게 할인마트 봉지를 들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하나 샀다. (소심한 사람들에겐 이 상황 참 곤욕이다. 어찌 보면 에티켓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뭘 그런 것까지 신경쓰냐는 그 고민) 아저씨가 큰 웃음으로 반겨주길래, 이 아저씨 참 대인배구나 싶었더만, 텅텅 빈 가게에 라디오에 나오는 사연에 웃고 계셨다는 것을 눈치 채고선 미안해졌다.아저씨 냄새가 가게에 진득하게 남아 있는 걸 보니, 알바도 못 구하고, 혼자 밤을 샜나보다.
"라면 하나 더 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