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들과 아카데믹한 글들 속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특정한 학문적 용어들이,마치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레 살롱의 총애를 받게 되는 노처녀처럼 갑자기 시대의 너른 들판으로 뛰쳐 나와 공론에 부쳐지고,광고와 텔레비전,신문 등에 실리고,심지어 정부의 담화에까지 언급되기에 이르는 행운 또는 불행을 갖는다.희랍어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윤리라는 용어,또는 아리스토텔레스(유명한 베스트셀러인 <니코마코스 윤리학>!)를 언급하는 철학에서의 윤리학 강의는 오늘날 무대의 조명을 한몸에 받고 있다.-7쪽
윤리는 개인적이건 집합적이건 간에 한 주체의 실천들에 대한 판단 원리이다.-8쪽
오늘날 '윤리로의 회귀'-물론 윤리라는 단어의 의미가 거기에서 엄격하게 사용되지는 않지만 - 는 헤겔(결정의 윤리)보다는 칸트(판단의 윤리)쪽에 더 가깝다. 사실상 오늘의 윤리는 '벌어지고 있는 것'에 관계하는 원리,즉 역사적 상황들(인권의 윤리),기술-과학적 상황들(생명체의 윤리,생명 윤리),'사회적'상황들(함께 모여 있음의 윤리),매체적 상황들(의사 소통의 윤리)등에 관계하는 우리의 논평들에 대한 어렴풋한 조절이다. 논평등과 의견들의 이러한 규범은 제도들에 기대어 있고,자기 고유한 권위를 갖는다. 즉 국가에 의해 임명되는 '국립윤리위원회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인권의 윤리'라는 이름하에 해외 파병을 행하기도 한다. -8쪽
사실상 '인간의 죽음'이라는 테마 체계가 반란,기존 질서에 대한 근본적 불만족,상황들의 현실 속으로의 완전한 개입과 부합하는 반면,윤리와 인권이라는 테마는 서양 부자들의 만족에 찬 이기주의,위력의 행사,광고에 부합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사실이 바로 그러하다.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해명은 '윤리적'정향의 토대들에 대한 검토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14쪽
이때 윤리란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선험적 능력(왜냐하면 윤리의 현대적 용법에 있어서는 악-또는 부정적인 것-이 우선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야만적인 것에 대한 합의를 전제한다)이자 동시에 판단의 궁극적 원리, 특히 정치적 판단의 궁극적 원리로 간주한다.이때 판단의 궁극적 원리란, 선험적으로 식별 가능한 악에 대항하여 명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선이라는 원리이다.-15쪽
정치는 윤리에 종속된다. 사물을 이처럼 바라보는 시각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유일한 것은,정황들에 대한 구경꾼의 동정적이며 분노에 찬 판단이기 때문이다.-16쪽
윤리적 '합의'가 악에 대한 식별에 기초한다면,선의 정립적 관념 주위에 사람들을 모으려는 모든 시도는,게다가 더욱이 인간을 그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사실상 악 그 자체의 진정한 원천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21쪽
악에 대한 부정적이고 선험적인 규정으로 인해 윤리는 상황들의 개별성을 사고할 수 없다.-22쪽
사실상 윤리적 이데올로기하의 관료적 의학은 무차별적 또는 통계적 피해자로서 '환자들'을 필요로 하지만, 실질적이고 개별적인 요구 상황에 의해 곧장 포화된다.그 결과 '행정적이고''책임 있으며''윤리적인'의학은,'프랑스 의료 체계'가 어떠한 환자들을 치료해야 하고,또 재정과 여론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어떠한 환자들을 킨샤사의 빈민굴 속에서 죽어가도록 돌려보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타락 상태로 환원된다.-24쪽
문제는 '차이의 존중'과 인권의 윤리가 하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그리하여 차이들에 대한 존중은, 그 차이들이 그러한 정체성(결국은 부유한,그러나 명확히 기울어져 가는 '서양'의 정체성에 불과한)에 제법 동질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34쪽
우리는 '윤리'이데올로기와 그 사회화된 변이들에 대한 근본적 비판으로부터 출발했다. '윤리'의 이데올로기의 사회화된 변이들이란 인권의 교리, 인간에 대한 피해자적 관점, 인도주의적 개입,생명 윤리,일정한 형태가 없는 '민주주의주의',차이의 윤리, 문화적 상대주의, 도덕적인 이국 취향 등이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이러한 지적 경향들이 기껏해야 고대적인 도덕적,종교적 강론들일 뿐이고, 최악의 경우 보수주의와 죽음의 충동의 위협적인 혼합이라는 것을 드러냈다.-107쪽
진리들의 윤리학은 세계를 권리의 추상적 지배하에 예속시키려고 하지도 않으며, 외적이고 근본적인 악에 대해 투쟁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반대로 진리들의 윤리학은 진리들에 대한 자신의 고유한 충실성을 통해 악-진리들의 이면 또는 어두운 면으로 파악된 악-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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