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계간지'문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가 속했던 <당대비평>은 2005년 휴간을 했고, 2007년 커뮤니티를 다시 살려보자는 소수 기획위원들의 의지 아래, '단행본 기획신서'형태로 2010년까지 활동을 했다. 그러나 결국 며칠 전 모임에서 조용히 이 커뮤니티를 해소하기로 결정했다. '당비'라는 상징을 그대로 살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커뮤니티로 재출발할 것인가, 논의 상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사라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 그 누군가 다시 의지를 갖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회 비평 공간 안에서 '당대비평'이든, '당비의생각'이든 그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모두들 이 상징성을 무덤으로 가져가길 두려워했었기에, 머뭇거렸지만, 결국 '당대비평'의 소임은 이미 다했다는 것을 스스로 가슴 속에 새기게 되었다.  

시대적 변화에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당대비평'은 세대교체에 실패했고, 그렇기때문에 '당대비평'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오늘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제대로 모아지지 않았다. 진부한 판단이긴 하지만, 너무나 뼈아픈 '지식인들의 위상 추락'. 그것에 따른 지식 형태와 그 수용 변동에 대해 '당비'는 안타깝게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당비 내부의 성찰처럼, 오늘날 인기있는 지식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씽크탱크'에서 나온다. 그리고 가장 활발한 지식 수용의 피드백을 보고 싶다면, 당신은 처음엔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갈수록 그 의지가 감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문/사회 비평 웹진이 아닌, kt 경제경영연구소 사이트를 찾는 게 좋을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 많은 좌파들이 기업에서 산출되는 연구 형태와 지식 구조를 무시하지만, 오늘날 기업 내부 안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지식의 영향력과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 좌파들은 이것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거나, 아직도 깔보고 있다. 나는 이것에 대해 준비중이다) 

인문,사회 지식 생산 공간의 순혈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와 비-아카데미라는 구분선을 긋고 싶은 것 역시 아니다. 다만, '지식의 전유' 차원에서, 어떻게 지식 자체가 변용되고 시장화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계속 갖지 않는다면 위험하다는 것이 내 소견이다. 

주류 언론이 주도하는 기획성 담론의 공간 안에서 지식인들의 이야기가 휘둘리는 듯한 구조 또한 깨야 한다. 상당히 신나게 자신의 독특한 시선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제시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 그런 미디어가 제시하는 담론의 공간 안에서 '자유의지'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인들의 '스킬'만이 횡행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최적화'된 논술-언어만이 사회평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그 틀을 깨고자 하는 언어는 공간에 끼어들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다. 

아카데미 구조 안에 스며든 생존 상황도 '무엇을 말할 것인가'의 문제와 겹쳐, 어두움을 더해가고 있다. 예전과 달리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펼치기엔 '삶 자체'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지식인들도 피해갈 수 없다. 학문 사회 안에서 자신의 소득을 고정화하기 위한 몸부림 또한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에, '당비'와 같은 커뮤니티에 헌신적으로 임할 수 있는 이는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며,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단행본 하나를 내더라도, 자신의 '생존 점수'와 연관되어 있는 일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물론 이것은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이런 복합적인 상황 안에서 '당비'는 다시 산소호흡기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모두 오랜 잠을 자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외면의 잠은 아니다. 언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거기에 내 이름을 다시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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