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근만(1992.10.18). 비디오테이프 대여때 종이에 담자. 조선일보. 2면. 

서울 동작구 흑석 2동 현대아파트 단지에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후극씨(36)는 최근 들어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줄 때 담아주는 비닐봉지에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tv나 신문을 통해 비닐이 백년 지나도 썩지 않는 대표적 공해물질임을 새삼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하우에 나가는 비닐봉지는 대략 60~70장 정도. 이 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테이프상자에 넣어 비디오를 빌려주고 이를 다시 사용했던 사실을 기억했다.  

(중략) 전국의 비디오가게는 대략 4만여개. 비디오가게 한 곳이 하루 평균 50장의 비닐봉지를 나눠준다고 할 때 하루 2백만장 이상의 비닐이 소비되는 셈이다. 한달이면 6천만장, 1년이면 무려 7억 2천만장에 이르는 양이다. 비디오가게가 최근 1~2년 사이 크게 늘면서 이전에 테이프를 담아주던 종이상자나 종이봉투는 어느 틈엔가 자취를 감추고 그대신 비디오공급 도매상들이 무료로 주는 비닐이 일상화된 것이다. 비디오를 빌려가는 고객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비닐봉지를 거절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테이프가 안보이게 감싸주는 비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비닐대신 종이봉지를 주든가, 이전처럼 테이프상자를 사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하원(1994.8.30). 비디오 대여료. 조선일보.30면. 

2천원 안팎을 내야 하는 비디오테이프를 단돈 3백원에 빌려주는 대형 비디오점이 나란히 두개나 들어서 영화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동네가 있다. 보는 사람이야 싸면 쌀수록 좋지만 이들의 속사정을 그리 간단치 않다. 비디오 염가대여 전문 체인점 6개를 운영하는 (주)화랑유통이 서울 지하철 도봉역 근처에 도봉역비디오를 개설한 것은 지난 5월. 30여평 규모의 가게에 1만여편의 비디오를 비치하고 손님을 끌기 시작했다. 대여료는 5백원. 인근 영세비디오대여점 20여곳이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망한다"는 위기의식으로 뭉치기 시작. "화랑유통이 덤핑을 중지하고 정상가격을 받을 때까지 맞불작전을 쓰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1인당 1백만원씩 각축. 지난달 도봉역 비디오 바로 옆 건물 1층을 세내 도봉비디오라는 비슷한 이름으로 대여점을 차렸다. 이들이 소속된 영상음반 판매대여협회로부터 비디오를 지원받아 같은 가격으로 대여를 시작했다. 영업은 회원 20여명이 한나절씩 당번을 정해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이 간판을 내건 다음날 화랑유통은 곧바로 가격을 전격 인하했다. 1편에 3백원. 이들도 즉각 3백원으로 내렸다. (중략) 소문이 퍼지면서 의정부 등지에서까지 비디오를 빌리러 오는 손님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고객들은 그러나 "밀려야 할지 박수를 쳐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런 표정들이다.  

임호준(1995.3.12). 비디오점 "주민증 제시" 시비. 조선일보.21면. 

"주민등록증은 왜 내라고 합니까." "이거 사생활 침해 아닙니까." 최근 문화체육부가 미성년자의 성인비디오 관람규제를 위해 비디오테이프 대여시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하라는 지시에 따라 전국 비디오 대여업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승강이다. 문화체육부는 작년말 각 시-도와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에 보낸 행정지침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연소자 관람불가 테이프 대여를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지시한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협회의 추천을 받아 시-도지사가 임명한 1백50여명의 지도요원들이 이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조선일보(1995.3.14). 아파트 단지내 유망사업. 조선일보.15면. 

아파트 단지내상가에서는 어떤 업종이 가장 유망할까. 단지규모나 가구 구성원 연령층에 따라 달라지지만, 5백가구 규모에 가구주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중류층이라면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이 가장 수익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략)그러나 비디오 대어점의 사업성은 앞으로 케이블tv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큰 변수가 남아 있다. 감정원 조사결과 정육점 미용실 중국음식점 약국 등은 입지성과 수익성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으며, (중략)또 식품점과 제과점,속셈학원, 미술학원,피아노학원 등도 각각 하나씩의 우수 평가를 받아 권장할 만한 업종으로 평가됐다.  

[편집장이 독자에게] 비디오숍 콘테스트를 진행하며.씨네21.2000.1.11 

(전략) 좋은 비디오대여점을 가까이 두고 있는 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얼마만한 행운인지는, 이 곳에 이사온지 얼마 안돼 곧 알게됐다. 예전에 나의 비디오대여점 출입은 대체로 개봉관에서 빠뜨린 신작들을 건지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3만편을 소장하고 있는 이 대여점을 드나들면서 목적이 다양해졌다. 개봉관에서 빠뜨린 신작영화 줍기,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연보를 체크해가며 한편씩 봐치우기, 신작 위주의 개봉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고전들 찾아보기. 영상자료원이나 사설 시네마테크를 찾아다닐 시간 여유가 없는 나는 '내 인생의 영화'들 상당수를 이 비디오숍에서 빌려보았다. 물론,70년대 이전 한국영화나 세계영호사의 고전 리스트가 몹시 빈약한 한국 비디오산업의 얄팍함을 일선의 비디오숍들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중략) 사실, 나는 좋은 영화는 일단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디오란 영상매체의 입체적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장이라는 유통구조 바깥에 있는 영화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비디오 얘기가 나왔으니 평소에 비디오 관람을 방해하는, 작지만 아주 중대한 문제 하나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아마도 모든 감독이 가장 고심했을 바로 그 장면의 여운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대문짝만하게 뜨는 '감사합니다'라는 자막이다. 이 자막은 엔딩타이틀을 내내 가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간혹 괜찮은 TV영화를 보았다 싶은데 엔딩타이틀은 물론 마지막 신 일부를 잘라먹으면서 cf가 튀어나오는 것에 견줄 만큼 김새는 일이다.  

조종국,이윤이.씨네21.2000.1.11. 2000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를 계기로 살펴본 비디오대여업계의 오늘과 내일 

"비디오숍은 사양 산업이다." 비디오숍을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의 푸념이다. 실제로 이번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에 참가한 대다수 비디오숍 점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디오숍의 최고 활황기로 꼽히는 94년 즈음 우리나라의 비디오숍은 3만7천개, 행정관청에 등록하지 않은 업소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4만5천개로 추산됐다. 하지만 비디오업계에서는 지난해 영업중인 비디오숍을 1만5천개 정도라고 추정한다. 게다가 상당수 비디오숍이 점포를 내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한 것을 보면 사양산업이라는 푸념이 실감난다.  

한편 점주들의 위기의식과는 달리 비디오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시장 크기라면 1만개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3천개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사양산업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그간의 거품이 걷히면서 산업적인 꼴을 갖춰가고 있다는 얘기다. 꽤 오랫동안 2000원대를 유지하던 대여료가 1000원대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상당수 숍들이 '반찬 값이나 버는' 부업 정도로 생각하고 점포를 차려 안이하게 운영하다 문을 닫거나, 이런 상황을 교묘하게 활용해 덤핑 공세를 펴는 업자들이 득세하던 때도 있었으며, 정작 대여점보다 중고 테이프 유통업자 들이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이런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중략) 첫번째 다이어트, 으뜸과 버금 그리고 영화마을. 

비디오대여업계는 근래 몇년 사이에 이미 한단계 재편 과정을 거쳤다. 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적정 규모에 소프트를 제대로 갖추고 사업적 전망을 가진 사람들이 비디오숍을 시작하면서 한차례 거품을 빼냈다. 87년 이후 대기업이 비디오 시장에 진출해 소프트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면서 생겨난 거품이 88년 올림픽을 거쳐 VTR보급률 75%를 넘어선 90년대 중반까지 부풀기를 계속하다 이 무렵 한차례 다이어트를 거칠 수밖에 없게 된 것.  

동호회 성격이 강한 으뜸과 버금과 본격적인 비디오 대여점 체인 구축에 나선 영화마을이 업계 개편을 선도했다. 이들은 점포를 깨끗하고 밝고 환하게 바꾸고, 고전,명작 등 소프트를 제대로 갖추면서 경쟁력을 급속하게 높여 나갔다. 이들에 자극받은 다른 숍들도 중대형화,전문화, 복합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질적 성장을 이뤄갔다. 99년말 현재 150개 회원숍을 가진 으뜸과 버금과 643개 숍을 가맹점으로 구축한 영화마을의 경쟁력은 초보적 경영개념을 비디오숍에 접목한데서 비롯된 것이었다.히지만 최근 2~3년 사이 대여점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데서 드러나듯, 전반적인 비디오업계 불황은 거품이 빠지는 과정으로만 볼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PC방과 케이블로 이탈하는 고객. 

그 첫째 원인으로 비디오 숍 점주들은 여가문화의 다양화와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찾는다. 이를테면 비디오 이외 소일거리가 없던 서민들도 놀이동산으로 외식 점포로 나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케이블, tv,게임,인터넷에 매달리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으뜸과 버금 부평점을 경영하는 김인수 씨는 "대박 프로는 물론 고전과 명작을 소비해주던 젊은층이 pc방으로 이탈했다"고 말한다. 95년 케이블tv방송 시작과 97년 pc방 출현 등 비디오숍쪽에서 보면 악재가 꼬리를 물었다. 특히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퍼진 PC방은 청소년층은 물론 적지 않은 대학생, 장년 고객 등을 빼앗아갔다. (중략) 으뜸과 버금 방배점 대표 김선영 씨는 "인근의 카페 골목에서 일하는 젊은 고객들이 심야에 단골로 찾아왔는데, PC방이 성업을 이루면서부터는 절반 가량 줄었다"며 여파를 체감한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업계에서는 비디오 소프트의 부족을 비디오숍이 위기에 직면한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는다. 김인수씨는 "전에는 대박 프로가 한 달에도 너덧 편씩 나왔는데 요즘은 한두편 정도"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장사할 밑천이 없다'는 말이다. 대기업이 영상산업쪽에서 대부분 철수하면서 수입영화가 줄고 큰 영화도 덜 들여오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부터 직배사들이 풀어놓은 상당한 소프트가 이제 거의 다 소진됐고, 신작 외에는 더이상 출시할 소프트가 없게 됐다는 주장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영화마을 종로점의 이주현 씨는 '대박'보다는 오히려 중간급 프로의 부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98년 봄, 비디오테이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난 후 비디오숍에서 중간급프로 살 돈을 아껴서 대박을 사는 추세였다"며 이렇게 되자 A급 흥행작이 아니면 잘 안 나가는 경향까지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비디오+만화+잡지, 플러스 인터넷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고 적극적인 응전을 모색한 실험도 있었다. 한때 비디오숍에 만화나 잡지 등을 비치해두고 도서대여점을 병행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또 외국의 대형 복합 매장을 들여오기도 했다. 

(중략)또 하나의 가능성 ,DVD 

전체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비디오숍 불황 타계책을 새 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DVD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논리는 간단하다. 비디오에서 DVD로 소프트가 대체된다면 비디오숍도 DVD대여점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DVD는 작은 공간에 많은 양의 소프트를 비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영화마을 본사 권영호 이사는 "테이프 1개가 차지하는 공간에 DVD는 최대 7장까지 진열이 가능하며, DVD로 진열을 한다면 소형 숍에서도 2만장 정도까지 진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옥선희.2000.1.11. 2000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2].씨네21. 

비디오를 즐겨보는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왜 영화 잡지에 소개된 좋은 비디오는 우리 동네 가게에서 찾아볼 수 없냐는 것과 tv방영까지 된 고전을 왜 비디오로 볼 수 없냐는 것이다.  

(중략) 초창기부터 대어업을 해온 이들은 좋은 프로를 많이 구비하고 있었지만 사업에 매력을 잃어 창고처럼 숍을 방치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최근 개업한 점주들은 넓은 매장, 밝고 깨끗한 인테리어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두세개 숍을 경영하는 등 편의점 체제를 택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고객 취향에 맞는 프로 안내와 같은 휴먼 터치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대여점이 하루빨리 구멍가게를 벗어나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고 생각하므로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비디오와 책 비율이 5대 1인 20평 매장이 이상적으로 보였다.  

점주들은 한결같이, 게임방,pc방, 인터넷 등의 새로운 오락거리가 생겼는데, 비디오 소프트는  예전에 비해 양이나 질에서 떨어져 고객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좋은 영화를 찾아보는 고객이 현저하게 줄어 영화광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냐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중략) 관람 등급별 분리 진열은 반드시 폐지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했다. <007>시리즈를 한자리에 모을 수 없다든가, <스탠 바이 미>같은 청소년 영화가 빨간 등급이라는 것은 이제 우스개로 회자된다. 속칭 16mm로 불리는 국내 창작 극 영화 등을 제외하고는, 감독,배우,장르별로 진열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통신에다 출시 안 된 복사판 비디오 본 자랑을 늘어놓는 것은 마니아가 할 일이 아니다. 고전 비디오 봐주기 운동이나 출시 요구 서명을 하는 '행동하는 마니아'가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세계 각국 고전이 보고 싶다면 그런 영화를 적정한 가격에 대여해 보고 구입, 소장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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