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살롱식 영화관 첫등장 휴게실에 비디오시설. 1983.2.11. 12면. 

 좌석 1백70석의 고급살롱식 영화소극장이 13일부터 문을 연다. 서울종로구 명륜동 고대부속병원 옆에 자리한 '아카데미'소극장은 극단 신협의 연극전용극장이던 것을 신한영화사가 인수, 외국의 살롱식 고급영화관과 같이 새로 단장했다. 첫 프로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특히 이 극장은 60평의 휴게실에 각종 오디오 시설과 비디오시스팀을 갖추고 미국의 패밀리하우스 특약점임을 차려 햄버거와 음료를 들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영화사측은 영화뿐만 아니라 의욕적인 연극,무용, 음악회에도 무대를 제공할 계획, 특히 젊은 영화학도들에게도 문호를 개방, 실험 영화와 흘러간 명화감상회도 갖기로 했다. 

 
경향신문. E.T 불법 비디오테이프 나돌아. 1983.2.25. 12면. 

각국에서 선풍을 일으킨 영화 E.T(외계인)의 불법 비디오테이프가 서울을 비롯한 부산 대구 등에 나돌아 다방을 비롯, 사우나 호텔,여관 등에서 단골손님들에게 틀어주고 있다. 며칠 전 서울 종로 모다방에 들렀다가 중간쯤부터 봤다는 이모씨(서울S극장간부)에 의하면 화면은 호리고 질이 나빴으나 '역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현재 나돌고 있는 비디오테이프 등은 오리지널 테이프로부터 극장에서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것, 여러차례 복사해서 화질이 떨어지는 것 등 여러가지인데 반입루트는 미8군 PX등에서 흘러나오거나 해외여행자들이 가지고 온 테이프를 복사해서 파는 것들이라고.  

이렇게 다방 등 접객업소에서 ET를 비데오로 보여주자 영화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영화를 들여다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는 TV에서도 ET를 소재로 어린이 프로를 즐겨 만들고 있어 호기심만 조장시키는 형편이므로 수입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김경희.1983.3.28. ET바람 너무 드세다. 동아일보. 7면. 

10cm 짜리 플라스틱 ET,1M가 넘는 봉제 ET,눈을 깜빡이는 ET, 말하는 ET 등 수백개의 ET가 진열된 장난감 집앞에 모여들어 "야아, 여기가 바로 ET의 나라구나!"외치며 ET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들. "ET 비디오 보러 가자"며 우르르 몰려가는 어린이들의 가방 신발 티셔츠에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ET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중략) 서울 충무 국민학교 4학년 어느 교실에서 ET에 대해 묻자 어린이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그러더니 어느새 "ET,ET.."하며 노래를 시작하는가 하면 ET영화의 한 장면이 새겨진 책받침을 흔들어 보이기도 한다. 한 학급 전체 중 54명 중 ET 인형을 갖고 있다는 어린이가 26명 연필깎이 14명 책받침 8명 지우개 9명 가방 2명 TV를 통해 ET를 알게 되었다는 어린이는 41명이며 21명은 ET만화를, 16명은 책을 읽었다고 말한다. 비디오로 ET영화를 보았다는 어린이도 5명인데 ET영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도 보러가지 않겠다는 어린이는 1명 뿐. (중략)'ET이야기'라는 카세트테이프가 시장에 나온지 불과 한 달만에 4만개나 팔렸다든지 14개 출판사가 15종류의 ET책을 펴내 국내신기록을 세운 사실도 ET의 열기를 짐작케한다. "어린이들이 ET책만 보고는 그렇게까지 반할 것 같지 않습니다.ET는 어디까지나 영화에 맞게 꾸며졌거든요."이대 김재은 교수는 어른들의 장삿속과 매스컴의 부채질로 어린이들이 '빠질 수 없는 유행'에 휩쓸린 것 같다고 지적한다.

경향신문. 제3의 영상시대. 1983.4.9. 7면. 

(전략) 영화,TV가 영상이라는 전달매체로서 우리사회 대중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지 1세기도 되기 전 우리는 벌써 제삼에 해당하는 영상시대를 맞고 있다. 근래 들어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는 비디오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에서만도 VTR등 양질의 방영기재가 생산되어 일반에 널리 보급되고 있고 등록된 비디오제작소만도 30여개소나 되며 필름판매소가 곳곳에 눈에 띌뿐 아니라 웬만한 사업체는 선전용의 비디오를 제작 방영하는 등 바야흐로 제삼영상시대를 맞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는 자연스런 추세로 영화,TV가 단일한 전달내용을 대량으로 일시에 취급하는 획일성에 비해 비디오는 통제검열을 비교적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영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승철(1984.3.9).심야생활대가 숨쉰다. 경향신문.3면. 

주말의 극장가가 자정이 가까와지면서 새롭게 활기를 띤다. 매표구 앞에 늘어선 장사진은 마치 초저녁같다. 자정대 프로는 처음엔 도심의 몇몇 개봉관만이 조심스럽게 내걸었었다. 그러나 요즘엔 밤이 주는 묘한 분위기로 심야관람객이 늘어나면서 거의 모든 영화관에 확산됐다. 변두리 3류극장까지 주말이면 으레 '심야극장'이란 붉은 네온간판이 손님을 유혹한다. 또 변두리 주택가에는 심야프로를 위한 2백석 안팎의 소극장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주말인 지난 3일 밤 11시 45분 서울강남구 Y극장안. 소퍼와 화분,서가 등으로 꾸민 휴게실이 마치 가정집 응접실 같은 분위기다. 객석도 1백78석으로 아늑한 기분을 더한다. 영화내용이 애정물이어서 손님의 대다수는 젊은 연인들이지만 기혼부부도 적지않다.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부부도 있고 몇 쌍이 함께온 중년부부도 눈에 띈다. 

10대 문제도 한 몫. 

"평소 바삐 뛰다보면 아내와의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주말의 밤이면 가끔 이곳을 찾고 있읍니다" 결혼한지 2년이 넘는다는 김한성 씨(30.회사원 강남구 청담동 6)는 한밤중에 영화관람을 하다 보면 다시 신혼기분에 젖어든다고 했다. 같은 날 새벽 2시 20분쯤 서울 서대문구 M극장 앞 C다방 안, 희미한 불빛 아래 대형 TV 비디오가 외화 '십계'를 방영하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 연인인 듯한 남녀몇쌍이 밀어를 나누고 있는가 하면 또 한 쪽 구석에선 어지럽게 흐트러진 의자에 묻혀 잠을 자는 무리도 눈에 띈다. 밤거리를 떠돌다 들어온 청소년들, 심야다방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차값 5백원이면 음악을 듣고 비디오를 보며 밤을 보낼 수 있어 돈이 없거나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이 즐겨 찾아오고 있읍니다." 종업원 이모씨(27)는 손님 중 청소년들이 많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손님가운데는 출입이 금지된 고교생도 끼여있다.
 

김순덕.1985.3.8.비디오 공해 갈수록 범람.동아일보.7면. 

다방 술집 식당 심지어 고속버스 안에까지 컬러tv와 비디오 최근에는 레이저 디스크를 통한 대형 스크린이 등장, 사람들의 조용한 휴식과 대화를 앗아가고 있다. 편히 쉬기 위해 혹은 정다운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찾는 휴식공간에까지 침투한 이러한 비디오서비스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단절시킨다는 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준다.  (중략)이러한 현상은 영화를 VTR로 틀어주는 다방과 술집에서 더욱 심하다. 이들 다방은 좌석이 아예 극장처럼 배치돼 있다. 처음부터 비디오를 보기 위해 다방을 찾는 사람은 모르지만 잠깐 쉬기 위해서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다방을 찾은 사람에게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영화가 보여지고 들려지는 것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다방을 찾았다가 '정통무술영화'가 방영되고 있는 바람에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영화 한편을 넋을 잃고 보고말았다는 회사원 박모씨(30)는 "집에서도 TV에 매여 살았는데 나와서까지 TV에 매여있게 됐다"고 푸념했다. 긴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속버스회사에서 마련한 비디오서비스도 공해로 대두되고 있다. 조용하게 여행을 하고 싶었다가 선택의 여지없이 퍼부어지는 비디오화면과 소음때문에 불안하고 어수선한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는 소설가 남지심 씨는 "서비스마저 획일화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신정희.방화 관객되찾기 안간힘.매일경제.1985.11.9.9면. 

영화관객을 모으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영화관 상품을 극장에 붙여놓고 관객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 과거의 상품판매방법이라면 최근엔 관객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극장으로 나오도록 적극적인 판매공세를 펴는 것이 특징.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이 영화예고편을 VTR로 제작해 각 전자제품 대리점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맛뵈기로 보여주거나 극장 앞에 아예 TV 모니터를 설치한 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영화제작에 사용되었던 소품 및 의상을 극장 앞에 전시하거나 관객들에게 사은품으로 나눠주기, 별도의 T셔츠나 손수건, 영화안내 팸플리트를 제작해 나눠주는 방법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영화예고편의 VTR화 보급은 최근 제작완료된 박철수 감독의 '어미'가 대표격. 얼마 전 지방소도시를 다녀온 영화관계자 K씨는 전자대리점 앞마다 사람들이 몰려 서서 뭔가를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스포츠 빅게임이 중계되는 걸로 짐작한 K씨는 그것이 새 영화 예고편을 보기 위한 해프닝임을 알고 놀랐다는 것. 따라서 비디오 예고편을 통한 새 PR법은 앞으로 더욱 애용될 조짐. 영화의 불법비디오화에 골머리를 썩던 영화계가 맛뵈기 필름 만큼은 직접 비디오로 만들어 상품PR에 나서자 각 전자대리점에서도 대환영이다. 뭔가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을 묶어놓을 수 있는 건수가 생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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