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엄벌하다
로익 바캉 지음, 류재화 옮김 / 시사IN북 / 2010년 5월
품절


지난 20여 년간 제1세계 및 제2세계에 이르는 경찰, 법원, 감옥의 부흥과 번영은 신자유주의 혁명의 결과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언제 어디서든 이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은 어떤 장애물이든 제거하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저임금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는 복지 제한 조치를 필연적으로 가져왔고, 이것이 다시 불안정 고용을 강화해 후기산업사회의 신 프롤레타리아를 만들어냈다.-26쪽

미국 형벌 형식의 세계적 순환을 추적하다 보면 미국 예외주의라는 개념적 덫을 피할 수 있게 되며,사회 스펙트럼은 정치적,경제적 굴성에 영향 받기 쉬워 그에 따라 형벌국가으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메커니즘을 강조하는 '최신 모더니티'의 애매한 논리도 피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미국 형벌국가의 성장을 특이한 사례로만이 아니라 악성 사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사회의 불안을 형벌로서 통제하고, 그것을 가속화하고 강화하는 다수의 요소들 때문이다. 가령 기술관료 현장의 파편화, '개인의 책임성'을 주문처럼 외우는 도덕적 개인주의, 전체적으로 열악해진 노동 환경, 계급 및 인종 간의 심한 차별화, 최저 임금 노동에 굴복하는 흑인 계층 및 도심 게토화, 복지 축소 및 형벌(29)강화 수렴 프로그램에 적절한 타깃이 되는 게토.-29,30쪽

이 책에서는 연계-발전하는 복지(31)및 형벌 제도 문제를 공공정책의 도구적,표출적 기능이라는 하나의 이론 틀에 담음으로써 처벌의 정치경제라는 표준 매개변수를 버린다. 대신 지난 사반세기 동안 선진국가의 사회복지 및 형벌 정책의 변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관료적 분야'개념에 따라 논지를 전개한다. 인색한 워크페어, 후덕한 프리즌페어는 도덕행동주의라는 철학 아래 빈자를 훈련하고 감독하는 단 하나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신안을 만들어냈다.-31,32쪽

윌리엄 브래튼은 과거에 썼던, 그 지역에 연고가 있어 주민을 잘 아는 경찰이 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경비'방식이나 문제 해결 중심형 경찰 활동과는 정반대인 불관용형 경찰 활동 방식을 택했다. 개별 범죄자보다는 집단을 소탕하고 각종 특수 무기 및 장치들을 개발하고 재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그의 진짜 혁신은 다른 데 있다. 경찰의 전통 유산인 둔한 보신주의 관료 체계를 혁신한 것이다. 그는 당시 최신 경영 이론이던 '리엔지니어링'과 피터 드러커의 '목표관리론'을 적용했다. 우선 경찰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해 서장의 4분의 3을 퇴직시켰다. 또한 서장 평균 나이를 60대에서 40대로 낮췄다. 그는 경찰을 '이윤 센터'로 변모시켰다.여기서 이윤이란 범죄 등록 건수를 감소시킴으로써 발생한다. 이 단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치안 업무 성적표를 만들었다. -47쪽

국가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하면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안의 사회적,경제적 원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책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책임은 이제 사회보장이나 경제 정책의 영역에서 철수한 국가가 아니라 그런 "반사회적 행위가 횡행하는"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하여 앞으로는 자기 책임 하게 자기가 사는 사회를 자신의 손으로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51쪽

톨레랑스 제로 정책의 타깃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복지국가한테도 버림받은 빈민층이다. 이들 빈민층은 경찰이 그들을 들볶는 데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마구 쓰면서 법원은 소송이 급증하는 바람에 예산이 없어 쩔쩔매는 이런 얼토당토않은 불균형 현상을 바라보면서 국가가 실천하겠다는 정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할 것이다.-60쪽

사회계급론은 말소되고, 이제 '능력자'와 '무능력자','책임자'와 '비책임자'간의 대조적인 기술적,도덕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사회적 불평등은 이제 개인의 인성 차이, 즉 인지 능력(아이큐)의 차이-머레이와 헤른슈타인에 따르면-에 따른다. 그러니 이런 개인적 사안에 공공복지 정책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울트라 리버럴한 시각은 신기하게도 부권국가의 독단주의와 딱 맞아떨어진다. 부권국가는 기본적 시민성을 준수하도록 독려해야 함과 동시에 이를 원치 않는 자들에게는 낮은 임금과 처우를 부여하는 일까지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복지 업무와 경찰 업무는 불량하고 무능한 노동자 계층 인자들의 통제 및 재정비라는 논리를 순순히 따랐다.-68쪽

사회보장 정책 개혁 이후 능력 위주 사회에서 능력자와 무능력자라는 정체성은 이제 새로운 사회 계층 질서의 토대가 되었다. 이것은 이전의 계층적 차등을 가린다. 안락하고, 책임감 다하는 생활을 하는 자가 '부자'라 지칭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빈자'라 지칭된다. 이런 정체성은 어떤 사회 구조를 개혁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새로운 정책으로는 수입이나 계급이 아닌 인성 자체가 한 사람의 자질과 능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단층은(70) 부자와 덜 부자인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에 있다.-70,71쪽

'감옥-복지-상업 복합체'는 막 탄생한 자유 형무국가의 선도자다. 그 임무는 새 경제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인구를 감시하고 구속하며, 필요하면 처벌하고 무력화하는 것이다. 노동 성별 분할에 따라 형벌 부분은 우선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원조 및 후원 감독 부분은 이 남자들의 여자와 아이를 대상으로 한다. 이 혼합 양식 제도는 미국의 정치적 전통을 따라 공공,민영 분야의 상호 침투가 그 하나의 특징이라면, 국가 차원의 도덕적 재무장, 그러지 않으면 탄압과 낙인찍기, 그 두가지의 융합이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120쪽

원치 않는 잉여 인간을 창고에 쟁여 넣기, 후기산업사회 프롤레타리아를 조(192)련하는 수단,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관리,통제하는 도구적 수단, 물리적 수단으로 감옥을 보는 것이 마르크스적 입장입니다. 반면 피에르 부르디외까지 이어져 오는 에밀 뒤르켕 학파들은 감옥을 통제 도구라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즉 소통의 도구, 표상화의 도구, 연극화의 도구로 봅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좋은 시민인 '우리'와 나쁜 시민인 '그들' 사이에 상징적인 경계선을 만들어내는 연극적 장치로 봅니다.-192,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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