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윤리위원회 엮음. 내 딸의 미소를 찾아주세요 - 불법비디오 추방에 관한 충격고백.1987. 고려가.

7쪽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첫째가 그 나라 그 민족의 도덕적 소질입니다. 인간의 도덕적 소질을 좀먹는 벌레라 할 수 있는 퇴폐와 폭력은, 그래서 더욱 뜻있는 사람들의 근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최근 우리 생활주변에는 불법비디오가 크게 범람하고 있읍니다. 이 불법비디오의 태반이, 심한 음란물과 잔혹한 폭력 범죄물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것을 주로 청소년들이 보고 있다는 데 있읍니다. (중략) <정신적 에이즈>라고까지 불리는 불법비디오를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는 데.. 

조연경. 불법 비디오,우리의 자녀를 망친다  

14쪽 

그러다가 한 친구의 집에서 우연히 음란 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해외근무로 집에 안 계셨고, 어머니는 시내에서 찻집을 운영하고 있어 집은 거의 매일 비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이 몰려 있기에는 알맞은 장소였다. 어느날, 그 친구의 어머니가 봐서는 안 된다며 이불장 속에 숨겨 둔 비디오를 친구들과 함께 꺼내 보게 되었다. 어머니의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혹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김정자. 초야의 무법자.   

21쪽

나는 숙희에게 설겆이를 부탁한 다음 비디오가게로 향했다. "보고 즐길 만한 테이프 한 개 주세요" 사오십대로 보이는 남자 주인은 힐끔 한번 쳐다본 다음, "마침 좋은 테이프를 가지고 온 참이었지요."하며 벽 쪽에 나란하게 세워진 것이 아닌 모퉁이의 가방에서 한 개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제목은 <초야의 무법자>였다. 나는 여고시절에 흥미있게 봤던 <황야의 무법자>를 연상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왔다. 기대에 찬 숙희는 비디오와 TV를 연결하고 있었고, 나 역시 흐뭇해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유간숙. 팔아버린 비디오. 

52쪽 

시장에 갔다 오니 아이들이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나는 무슨 테이프인가 싶어 잠시 지켜보았다. 나는 무슨 테이프인가 싶어 잠시 지켜보았다. 중국 무술영화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내용은 도무지 알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테이프 화질이 너무 형편없었다. 시커먼 어둠 속에 그림자만 왔다갔다하니 아이들은 자세하게 보고 싶은 마음에 비디오에 눈을 붙이다시피 하여 보고 있었다.  

"이 따위 테이프를 뭐하러 빌어 오니?" 

"엄마, 그래도 지금 극장에서 한창 하고 있는 영화란 말예요. 2천 원 주고 볼 것을 1천 원에 볼 수 있으니 좋잖아요." 

53~54쪽 

우리가 비디오를 산 것은 남들보다 훨씬 늦은 불과 몇달 전의 일이다. 아이들이 친구들 집에는 다 있는데 우리는 왜 안사느냐고 보채도 척 넘어 왔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아는 집에 다녀오더니 멋진 녹화 프로를(53) 보고 왔다며 우리도 비디오를 사야겠다고 말했다. 생물의 신비와 동물의 생태계,자연과 인체의 변화, 과학 생활, 세계의 여행, 흘러간 명화 등 볼 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며 나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 일을 혼자 하느라 TV 볼 시간도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비디오 같은 데는 별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남편이 열을 올리면서 설득하는 바람에 우리집에도 비디오가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비디오를 들여놓은 뒤부터 나에겐 엉뚱한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기게 된 셈이었다. 별로 재미있지도 않은 테이프에 시간을 빼앗겨야 했고, 아이들이 행여나 좋지 않은 프로를 보지는 않나 하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아이들은 아무거나 무조건 보려고 안달을 했고, 나는 그것을 막으려 했으니 싸움은 끝없이 이어질 판이었다. 나는 점점 비디오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되었다. 

윤옥선. 동전 한 닢이 준 뜻밖의 충격. 

57~58쪽 

(전략) 도시화의 덕분인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비디오 상점들이 도처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나 각종 상점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마련한 사원가족 아파트로서 수십 동이 넘는 5층짜리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 아파트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두 명 정도의 자녀를 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젊은 부부들이다. 그리고 비디오를 갖추고 있는 가구가 타지역보다 많은 이유는, 남편이 다니는 직장의 계열회(57)사 중에 전자제품 생산업체가 있어서 사원들이 보너스로 지급받았거나 사원가격으로 할부구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혜영,잘쓰면 양약, 못쓰면 독약. 

69쪽 

(전략)그제서야 동생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파하면 곧바로 만화가게의 밀실로 가거나 아니면 삼류극장으로 가서는 외설 비디오를 보았다고 했다. 삼류극장에서는 오후 4시와 6시 사이에만 외설물을 틀어 주고 그 이후에는 성인들이 오기 때문에 보통 일반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이면 단골 만화가게에 가방을 맡겨 놓고 청량리 근처의 심야다방이나 청계천 상가에 가서 외설물을 보기도 하였으며, 가끔 그런 종류의 비디오가 있는 친구네 집에서 부모가 안 계신 틈을 타 몰래 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영이.단속에 앞장선 반상회. 

99쪽 

아뿔싸! 이건 차라리 동물들한테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화면 가득히 비치고 있었고, 제대로 녹음이 안 된 상태에서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와 시끄러운 신음소리가 화면 밖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음란 비디오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거기에 모여 있는 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할 테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타일렀다. 그런 것을 보려고 여관을 찾은 창민이가 죽도록 미웠으나, 우선 어떻게 해서 그곳을 찾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  다섯 명이 1인당 2천 원씩을 내어 1만 원을 만들어 주면 1시간 40분짜리 비디오를 보여 주며, 테이프는 날마다 내용을 바꾸어 틀어 준다는 것이었다.  

김분옥. 독(毒)을 먹은 아이.  

136~137쪽 

사십대의 여인이 주인이라는 그 만화가게는 아침부터 청소년 손님들로 부산했고, 오후가 되면 책가방을 든 중고등학생들로부 만원이었다고 한다. 또 만화가게 안에는 내실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가 있는데, 내실에는 비디오 시설과 2십여 개의 의자가 나란히 준비되어 마치 허름한 소극장처럼 꾸며져 있었다고 한다.(136) 아이들은 만화를 보며, 또는 만화가게 안에서 팔고 있는 먹을 것으로 요기를 하면서 비디오 상영 시간을 기다렸고, 그 중에는 술 내기 화투를 치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138쪽 

요즈음은 만화가게뿐만 아니라 오락실, 분식집, 심지어는 일부 서점에서까지 불법 비디오를 보여 주면서 천진한 아이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니, 참으로 슬프고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관과 호텔, 카바레와 술집, 다방은 물론 목욕탕, 이발소에도 비디오 시설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래서 음란 비디오를 틀어대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왜 나와야만 하는가? 

송주자. 멍이 드는 동심의 세계. 

159쪽 

좁은 단간방에 시장 점포 여인네들이 우르르 모여 앉아 방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 집 주인인 섭이 엄마가 요즘에 새로 구입한 비디오로 인심을 쓴다 하여 다들 모여 앉은 것이다. 

160쪽 

비디오를 산 축하주인지 인심 좋게 맥주 한 잔씩이 돌려졌다. 그리고 나서 좁은 방을 더욱 더 좁아 보이게 하는 두꺼운 커튼이 이중창에 가려지자, 이윽고 비디오의 화면이 선명해졌다. 난생 처음 보는 도색영화에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현란한 장면들로 금방 머리 꼭대기까지 피가 몰려 솟아오르는 듯했다.  

원복순. 질좋은 비디오를 위한 홍보. 

169쪽 

그러니까 81년도 초부터 비디오가게가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제 남편은 그간 부진하게 해 오던 일을 청산하고 새로이 이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읍니다. 테이프는 문공부의 심의를 거친 정품만 취급해야 했으나, 비디오가 선보인 초창기였던지라 정품의 내용이 부실했던 것은 사실이었읍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손님들의 취향 

170쪽 

이 재미가 있는 불법 외화라든가 아니면 심지어는 음란 비디오까지 찾게 되니,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당장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읍니다. 그때부터 불법 비디오가 만연하는 계기가 된 셈이었지요. 

윤옥희. 잉크 한 방울의 흔적. 

172쪽 

1980년대 초에 오일 파동이 가라 앉으면서 칼라 TV 시대가 도래하자, 비디오와 전화가 있어야만 문화인에 든다는 이상한 풍조가 가정주부들 사이에 만연해 있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너도나도 비디오를 장만하느라 법석이었다. 그러나 우리집에는 비디오가 없었으므로 옆집 태웅이 엄마가 저녁 늦게 은밀히 본 비디오 내용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면 비디오 있는 집이 무첫 부러웠다. 태웅이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적금을 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비디오부터 사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했다. 

진소현. 불법 비디오 추방운동. 

195쪽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 비디오가 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 있고, 중 ,고교생의 책가방 속에서 도색 비디오 테이프나 그림들이 종종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은 별로 놀랄 일이 아니라는 표정이다. <천 원만 내면 만화도 보여주고 야한 비디오도 틀어 준다>는 문구를 버젓이 밖에 내걸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포장마차에서도 비디오를 보여 줘야 장사가 잘 되고(이를 비디오맨션이라 한다고 함). 또 변두리 지역의 여관에서는 여관을 찾는 손님들에게 으례 도색영화를 보여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비디오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문화의 한 단면으로 뿌리깊에 자라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태원. 강력한 입법조치로 근절책 마련해야. 

이태원(전국극장연합회 회장) 

237쪽 ,238쪽

특히 저희 극장협회 측으로 볼 때 현안의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수입을 추진중이거나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당국의 허가를 받아 상영일을 기다리며 극장에서는 선전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 극장 옆다방에서는 전혀 삭제되지 않은 오리지날 필름이 불법 비디오로 거림낌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심의에서는 수입이 불가토록 결정된 작품이 자막까지 삽입되어서 얼마든지 판매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극장이나 다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비디오 테이프 판매점들의 음성적인 점조직을 통해 가정에가지 파고드는 지하 판매망이 전국에 산재하고 있으며, 외국으로부터 반입해 들여오는 반입조직, 외국여행자들이 입국시 현행법으로 허용되는 5편 이내의 휴대입국, 미8군 PX 등을 통한 유출, 이러한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셔 불법 비디오 테이프의 사업조직은 날로 비대해지고 주객이 바뀌어서 확고히 굳어(237)져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239쪽 

말을 다시 정리해보면, 똑같은 내용을 담은 똑같은 성질의 것이 한쪽은 영화필름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단 1편이라도 공연윤리위원회의 정식 심의를 받아 수입이 허가되어야 하고, 똑같은 구실을 하는 비디오 테이프는 음반에 관한 법률 중의 음반이란 개념으로 예속시켜 버린 법의 미비때문에 5편까지는 아무런 심의나 허가없이 반입되어 다방 같은 불특정 다수인 앞에서 마구 방영되어도 뚜렷한 법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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