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문화, 언어
박해광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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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中 경제적 합리성의 영역이 투입과 산출이라는 효율성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면, 언어는 이 원이를 중심으로 의미작용의 영역을 구성한다.여기에는 의미의 산출과 재생산,지배적 가치의 생산,정당성의 구성,저항 언어의 형셩 등 복잡한,이른바 의미의 정치가 작용하고 있다.기업조직은 곧 복잡한 의미의 망이며,이 망을 따라 기호와 상징들이 산포해 있다. 그래서 문화와 언어는 기업공간의 의미작용의 영역을 좌표화하고,그 속에서 작동하는 의미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가 되는 것이다.-5쪽

또한 언어와 상징의 차원은 개인의 의식과 태도에 관련된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고전적인 문제의식에서 이데올로기는 '사람의 의식과 인식을 움직이거나 혹은 가로막는 비물질적 실체'로 이해되어왔으며, 궁극적으로 행위와 제도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보았다.그러나 이런 이데올로기 개념은 그 모호성과 측정 불가능성 등의 이유 때문에 개념적 유효성을 상실해왔다. 언어와 담론의 차원을 도입함으로써 이런 모호성은 극복될 수 있으며, 그 현실화의 효과도 측정할 수 있게 된다.담론은 이데올로기를 물질화하는 장이기 때문이다.-5쪽

담론은 단순한 언어적 반영물이 아니라,현실을 해석하고 규정하며 재해석함으로써 현실을 구성하고 또 재구성하는 적극적인 힘이다.언어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지만, 담론은 언어에 부착되어 있는 중립적 도구의 이미지를 거부한다.(중략)언어에 부과되는 사회적 제약은 담론 형태를 통해 사회적 힘으로 전화한다.-5쪽

제2장 담론,권력,이데올로기 中 / 담론이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한다면,이데올로기 담론 속에서 작용하는 방식, 그리고 담론이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방식을 질문할 수 있다.-50쪽

'창문이 열려 있다'가 수행문이 되는 것은, 발화자와 수취인에 있어 발화자의 언표가 명령이 되는 경우다.이 언표가 연인 관계에서 남자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이것은 남자의 권위가 여성에 대한 명령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진술문과 수행문의 구분이 논리적이고 맥락적인 문제였듯이, 순수한 수행문과 이데올로기적 수행문의 구분 역시 논리적이고 맥락적인 것에 불과하다.-56쪽

이데올로기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경우 수행문이 이데올로기가 되는 것은 언표가 행위로 실현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표현하는 경우다. '5년 이내에 세계 일류 회사가 될 것입니다' '반드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해야 할 것입니다'등의 수행문은 행위실현을 미래로 유보하면서 그 언표의 실현과 상관없이, 말함으로써 행위를 유발하고자 한다. 언표의 실현은 발화자의 권력에 의해 직접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수행문 형식은 반복을 통해 권력적 언표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이데올로기적 수행문에 대한 청자의 거리감을 해소한다.-57쪽

일상적으로 경험되고, 중립적이며 일반화(64)된 것으로 이해되는 점, 주체를 포섭하면서도 주체가 그것을 스스로 이용한다고 여기게 하는 점 등이 언어와 이데올로기가 공유하는 공통점이다.(중략)담론은 이데올로기가 현존하는 방식이자 재생산되는 통로이며, 동시에 언표적 힘의 행사를 통해 그 자체가 하나의 권력작용이 된다.또한 담론은 이데올로기의 물질성을 담보하며, 자유로운 발화 주체를 구성하는 이데올로기의 공간이다.-64,65쪽

여기서 기호와 현실의 경계, 나아가 담론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인식론적 논점이 제기된다. 그 하나는, 모든 사회적 현상이 기호적 현상으로 환원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그것을 실재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여 현실을 사상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데에는 논리적 비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현실에 대한 접근방법으로서의 환원과,현실을 기호와 담론으로 대체하는 환원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마치 기호적 의미를 통해서만 사회적 사실이 현실화되는 것처럼 비약된 논리를 제시하는 이론들은 결국 사회의 실재성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65쪽

담론이라는 개념 자체가 언표를 순수 언어적인 현상으로 취급하는 언어학적 전통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언어의 사회적 성격 혹은 구속성을 강조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인데, 나는 이 문제를 담론과 사회 혹은 담론과 그 외부라는 문제설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담론 외부'라는 개념은 담론이 언어적 한계속에 머물지 않으며, 비언어적 현실과의 연관 하에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즉, 담론 외부는 담론과 연관되어 있는 사회적인 혹은 비담론적 실재를 지칭한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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