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문화 : 스타일의 의미 - 문화교양 9
딕 헵디지 지음 / 현실문화 / 1998년 11월
절판


'청년문화'는 두 가지의 문화형태들에 대한 반발을 통해 생성되었다. 하나는 부모문화이며, 다른 하나는 지배문화이다. 부모문화와 지배문화는 한 사회 내의 지배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같은 지배적 문화의 위치에 있지만, 그것의 억압적 형태는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가령 노동계급 하위 청년문화가 노동계급 출신의 '부모문화'에 대해 반발하는 점은 그들이 오랜 동안 유지하고 있었던 전통적인 윤리의식과 규범에 대한 것이고, 한편으로 부르주아 지배문화에 반발하는 점은 경제적,정치적 착취와 그로 인한 문화적 불평등에 대한 계급적 편견에 대한 것이다.그런 점에서 노동계급 청년 하위문화는 전후 영국의 정치,경제,사회의 변화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부모가 간직한 검열의 윤리의식을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부모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르주아 지배계급의 노동력 착취를 거부하는 움직임 속에서 생겨났다.-11쪽

이러한 거부행위는 '세대의식 generational consciousness'과 '계급의식 class consciousness'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물질적 부의 풍요와 그 풍요를 누리는 특정한 소비대상의 출현이라는 변화만을 내세워 하위문화의 단절적 의식을 '세대의식'으로만 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적어도 영국의 하위문화의 출현은 사회적 계급 정체성의 동요와 세대적 동요에서 비롯되었다. 청년 하위문화는 그런 점에서 부모문화에 대해 그리고 지배문화에 대해 '이중의 접합'을 시도하는데 이 이중적 접합은 하위문화가 단절의 형태가 아니라 갈등의 형태임을 알려준다.-11쪽

언어의 신성함에 관한 통념들은 사회질서에 대한 관념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용인가능한 언어적 표현들이 한계를 갖게되는 것은 수없이 많은 명백하게 보편적인 금기에 의해 규정받기 때문이다. 이 터부들은 의미의 지속적 '투명성'(자명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추정컨대, 사회세계가 조직되고 경험되는 특권화된 약호를 위반하는 것은 도발적이고 교란을 일으키는 상당한 힘을 갖고 있다.-124쪽

스펙터클적 하위문화의 출현은 항상 언론에서의 신경질적인 파장을 동반했다. 이 히스테리는 전형적으로 양면적이다.그것은 공포와 매혹,분노와 유쾌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충격과 공포를 표현하는 헤드라인은 앞면을 수놓는 반면,안쪽의 사설은 적극적으로 '진지한 논평'(각주 5)으로 꽉 차있으며 접지면이나 부록물들은 최신 유행들 및 의식들에 대한 열띤 해설들을 담고 있다.(중략)스타일은 특히 이중의 반응을 유발한다:그것은 (패션 페이지에서)찬양을 받고 (하위문화를 사회문제로 정의하는 기사들에서)조소당하거나 비방받는다.대부분 경우 제일 먼저 미디어의 주목을 끄는 것은 하위문화의 스타일적 혁신들이다. 뒤이어 일탈적이거나 '반사회적인'행위들-반달리(126)즘vandalism(예술문화의 고의적인 파괴나 반문화적인 야만행위:역주),욕지거리,싸움,'동물적 행동'-이 경찰,사법권, 언론에 의해 '발견'된다.이 행위들은 하위문화가 애초에 의상약호들을 위반했음을 '설명하는 데'이용된다.사실 일탈행동 또는 독특한 유니폼을 똑같이 맞춰 입는 것(또는 보다 전형적인 경우로 이 양자의 결합)은 도덕적 공포감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126,127쪽

각주 5. 1977년 daily mirror 8월 1일자는 그러한 수상쩍은 사설의 예를 담고 있다. 킹즈 로드에서 있었던 테드-펑크족 사이의 폭력적 문제를 '진지하게'고찰하면서,필자는 그것을 명백히 지난 10년 전 해변 소요와 비교하고 있다: '모드족과 로커족이 몇 년전에 여러 해변 마을들에서 벌인 대결처럼 충돌이 극렬한 싸움으로 발전하도록 놔두어서는 안된다.' 도덕적 공포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심지어 동일한 사건들조차도 동일한 분노감을 조장시키기 위해 동일한 예언자적 색조로 회상될 수 있는 것이다.-126쪽

스펙터클적 청년문화에 살기로 선택한 젊은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표상될 때 상식이 그들을 재단하고자 하는 장소로 되돌아 간다(확실히 '동물'로서,또한 '가족 품에 있는 것으로','실업상태로','최신 유행을 쫓는 것으로' 등등).틈새난 질서가 치료되고 하위문화가 지배적인 신화(그 신화에서 하위문화는 부분적으로만 발산한다)내에서 하나의 일탈적 광경으로('악마족 fork devil'으로,타자로)합병되는 것은 이 연속적인 회복 recuperation의 과정을 통해서이다. 회복의 과정은 두 가지 특징적인 형태를 취한다. 1) 하위문화 기호들(의상, 음악 등등)이 대량생산된 대상들(즉 상품 형태)로 전환되는 것.2)지배집단들-경찰,미디어,사법부(즉 이데올로기 형태)-에 의해 일탈행동이 '진리표'붙여지고 재정의되는 것.-128쪽

실로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와 확산은 불가피하게 생산,공공화 그리고 패키징 과정과 결부되어있으며 이 과정은 하위문화의 전복적 힘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129쪽

'하위문화'를 의미화하는 본래의 혁신들이 상품들로 번역되어 일반적인 것으로 전화되지 마자,그 혁신들은 '동결'된다. 일단 소규모 사업가들과 그것들을 대규모로 생산해내는 거대 패션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그 혁신들의 사적 맥락들이 제거되면, 그 혁신들은 성문화되고 파악될 수 있는 것이 되며 공공재산이자 수지맞는 상품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합병의 두 형태(의미론적/이데올로기적인 것과 '현실적'/상업적인 것)는 상품형태로 수렴된다고 말할 수 있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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