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날, 시험 대신 피켓을 선택한 친구들. 내용은 '수능시험의 부조리함을 알기'. 이 친구들을 다룬 기사들이 나오고, 사람들은 덧글로 다음과 같이 디스. "이 친구들아. 그냥 시험 치고, 명문대 가서, 유명해지면 그 때 이런 운동 하라구. " 진보신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이와 같지 않을까. 중요한건 '반한나라당연대'라는 대학이, 한국 사회가 구성해놓은 '명문대 프리미엄'같은 이점은 없다는 것이리라. 

'한나라당 심판'이라는, 입학하면 기대할 수 있는 '장학금 항목'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난 '지금' 이 순간 수능시험의 부조리함을 알리는 피켓 든 친구들을 응원하련다. 

피켓에 뜬구름 잡는 소리만, 적어놓았다고 비판한다면, 피켓 든 자들의 불성실함을 탓할수도 있겠지만, 피켓 든 자들을 맨날 '이상주의자'로 이미 몰아간 상태에서, 마음을 닫은 채 듣는 공약 하나하나가 현실성있다고 말해질 수 있는 상황이랴. 

현실성이라는 것은, 뜬금없이 등장한 언어 효과가 아니라, 그것이 크든,작든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주고받을 수 있는 영역을확보함으로써 획득되는, '익숙함'과 '가까움'의 담론 공간이다.  '심판'자체로 우리는 할 일 다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들의 '조루'를 둔감하게 여길지 모른다.  (제발, 이 말이 빗나가길 빈다..)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피켓 든 친구들이 '명문대'에 들어가서, 그 아이들의 성공을 보장하여 그것을 운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의 형성이 아니라, 그 친구들이 언제든지 자신있게 사회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사람들에게 의사표현을 당당히 하더라도, 비난받지 않는 공간이다.  지금 진보진영에게 이런 공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런 공간 못 만들어준다면, 3%라는 표현으로, 배려섞인 비아냥이나 하지 말기를.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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