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험은 생각보다 평범했고, 낯익어 보인다. 그런 시끄러움도 없고, 어떤 비극도 없이, 조용하다. 그것을 기대하고 움직인 건 아니었지만, 이런 고요한 순간 속에서 삶의 어떤 흥미로운 기운을 다시 느낀다. 영화에서 보던 흥미로운 혹은 무서운 장면들이 실제로 삶에 나타날 때, 사람들은 생각보다 낯익게, 생각보다 친숙하게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상황을, 사건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받아들임을 삶의 또 다른 무서움으로 생각해야 할 지, 아니면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 여겨야 할 지. 여전히 아리송하다. 너무나도 편안히 삶의 제자리로 돌아오니, 이 낯익은 자리가 조금 낯설다. 

꿈이었으면, 팔뚝이라도 꼬집어보련만.  

<하하하>에서 문소리의 대사처럼, '대의'라는 것도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가 그 옛날 '대의'가 있는 세상을 꿈꾸었을 때, 그 세상 속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역사책을 이럴 땐 새로 쓰고 싶어진다.   

대의는 있었던 것일까. 혹은 급조된 것이었을까. 우리가 기념하는 대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왜 꼭 우리는 이 대의 안에 풍덩 빠진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는 자들이 될까. 

나는 왜 정작 풍덩 빠지지 못한 채, 또 미안한 마음으로 그 풍덩 빠진 사람을 애도해주는 역할에 머무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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