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서(1997.6). 구프로 새롭게 다시보기 : 걸작 호러무비 골라서 다시보기. 224-225. 

224 

프로급 매니어와 그렇지 않은 보통 관람자의 차이는 프로의 대여행태에서부터 나타난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잘 나가는 프로 몇편에만 매달리지만 노련한 매니어는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구프로가 될 새프로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고 대여점에 꽂혀있는 수많은 테이프들 속에서 끊임없이 놓치기 아까운 프로들을 골라낸다. 사실을 이것이야말로 비디오를 즐기는 진정한 재미중의 하나다.  

우리나라 대여시장에서 공포영화는 전통적으로 시세가 없는 편이다. 여름 한 철 납량물로 한두번 빌려보는 것은 모를까 소름끼치는 공포체험을 지속적으로 즐기는 색다른 취향의 매니아가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실제로 이 장르에선 작품성을 갖춘 좋은 필름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225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공포영화는 영화로도 기록적인 히트를 치고 비디오대여점에서도 빅프로 대우를 받기도 했지만, 아직도 공포영화의 수많은 걸작 수작들이 매니어들의 편견이나 정보부족으로 대여점 한 구석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형편이다.   

김은구(1995.9). 성폭력을 다룬 영화 4편 : 시사적 사건과 관련된 영화를 기억해두라! 396쪽. 

396 

매니아들은 tv나 신문을 통해 시사적 사건들에 익숙해져 있다. 시사적 사건들과 관련된 영화들을 기억해두었다가 시기적절하게 권하여 보라. 영화속에서 그 사건들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간단히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잠재의식속에 있는 호기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프로들을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방법 중에 신문이나 TV를 통해 잘 알려진 사건들과 관련된 영화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시기에 맞게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의식,무의식 속에 시사적 사건들이 어떻게 영화를 다루어지고 있는가하는 고객들의 호기심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환경오염 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때에 이와 관련된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은 효과적인 렌탈 전략이 될 것이다. 

이미경(1987.9.26). 연속극스타일 무협비디오 인기. 조선일보 ?면. 

비디오에도 베스트셀러가 생겨났다. 연속극스타일의 중국사극-무협극 비디오가 비디오광들에게 대단한 인기다. '초류향신전','외로운 검객','비룡검객','측천무후','초한지'등의 이 비디오들은 모두 17~21권의 초장편. 대부분 유명한 무협지나 고전을 드라마화한 대만과 홍콩의 tv드라마를 녹화한 것이기 때문에 단편영화보다는 극적 요소가 적지만 가족들이 다함께 볼 수 있고 지나치게 잔인하지 않은 것이 특징. 그러나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도중에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략)중국장편비디오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 지루하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시리즈만 골라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는 한 비디오상 주인은 '자기 마음에 드는 배우가 나오는 시리즈는 다 섭렵하는 비디오광도 있다'고 덧붙였다.  

옥대환(1993.7.7). 영화기획자 정종화씨(매니아). 조선일보.16면. 

"안정효씨의 소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에 모두 몇편의 영화가 거명됐는지 아십니까? 제가 세어봤더니 4백 16편이었습니다. 지료와 대조해 보았더니 그중에는 국내에서 미녀와 우유배달로 개봉된 the kid from brooklyn이 브루클린 키드로, 축복(count your blessings)이 행복으로 나오는 등 표현이 틀린 곳도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편지로 작가에게 그 내용을 알렸더니, 안씨가 만나자고 해 밤을 새워가며 영화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40년간 영화 포스터를 모아온 정종화씨(51)는 우리 영화계의 살아있는 사전이다.  

(중략) 비디오테이프도 2천개쯤 지니고 있다는 정씨는 몇년째 일주일에 10편이상씩의 영화를 봐오고 있다. 그러나 정씨의 불만은 우리 비디오시장이 너무 최신작에만 매달려 흘러간 명화를 다시 접할 기회가 적다는 점. 게리 쿠퍼의 무숙자, 존웨인의 수색자 등 서부영화의 걸작들을 비디오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다. 

옥대환(1993.7.21). 문화체육부사무관 용호성 씨(매니아).조선일보.16면. 

"제라르 드 파르디유가 주연한 프랑스영화 내겐 너무 이쁜 당신에서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현악4중주 등 슈베르트 음악만 10여곡이 나옵니다. 이 영화는 현실과 상상장면이 교묘하게 편집이 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상상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바뀌는데 유의하면 금새 컷의 나뉨을 알아차릴 수 있죠. 저는 레코드판을 다 가지고 있는데다 외우다시피하는 곡들이라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문화체육부 사무관 용호성씨(27 문화정책국 총괄과)는 철저히 음악적인 관점에서 비디오를 감상하고 있는 매니아다. (중략) 대학노트에 영화 수백편에 대한 감상문을 적어놓은게 몇 권이나 되며, 한편 한편마다 희고 검은 동그라미들로 평점을 매겨놓기까지 했다. 그의 영화노트에는 작년 한해동안 비디오 1백30편, 영화 50편 등 모두 1백80여편을 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동그라미 5개가 만점인 그의 평점방식으로 4개이상을 받은 작품들은 불과 10여편. 핑크 프로이드의 더 월, 베티 블루,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사랑은 비를 타고, 그리고 흑인 색소폰연주자 찰리 파커의 일대기를 그린 최근 출시작 버드 등. 

(중략)고시공부 틈틈이 영화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그가 섭렵한 국내외 영화서적은 50여권에 달한다. 어치피 같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보는 영화라면 조금이라도 많이 알면 더 많이 얻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권 두권씩 읽다보니 매니아가 됐다는 것. 그는 일반인들도 영화보기와 영화읽기, 영화의 이해, 필름 아트 등 번역서나 프리즘에 비친 영상, 영화 이렇게 보면 두배로 재미있다 등의 국내 저작들을 읽어가며 영화를 본다면 훨씬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의 명작감상서클인 코아 시네마라이브러리의 회원으로, 또 컴퓨터통신 하이텔 시네마천국 동호인으로 근무외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희귀비디오나 명사 추천작을 구해보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비디오를 1~2편씩이라도 다 갖춰놓은 자료관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옥대환(1993.7.28). 소설가 조성기 씨(매니아).조선일보.16면.  

(전략)..소설가 조성기씨(42)는 스스로를 "매니아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창 많이 볼 때가 1주일에 3~4편 정도. 명작 희귀본을 골라보는 것도 아니고, 특정 장르에 몰입해 있는 편도 아니다. 그저 집이 있는 서울대앞 녹두거리 근처의 일반 대여점에서 한편 두편 골라보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그의 비디오 보기에는 하나의 일관된 방법론이 있다. 좋은 대화나 인상적인 장면은 앞으로 쓸 소설을 위해 모두 메모한다. 설령 빌려온 비디오가 3류 영화일지라도 끝까지 보면서 스토리나 구성 등에서 왜 이 영화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분석한다. 다른 사람들이 담배를 물고 또 술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비디오를 볼 때, 그는 펜을 꺼내들고 메모하고 장면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라이언의 딸 아라비아의 로렌스 위트니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부터 모 베터 블루스 철목련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비디오 감상노트 2권에는 만 4년째 이렇게 봐온 3백 50여편의 영화들이 삽화와 함께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다.   

옥대환(1993.8.4). kbscg실 심재옥씨(매니아).조선일보. 16면. 

(전략) 그가 소장하고 있는 비디오는 1천여편. 그러나 이중 절반이상이 국내에서 개봉되지도 않았고, 비디오로도 출시되지 않은 희귀본이다. "예술적인 향취로 명성이 높은 소련감독 타르코프스키의 작품은 다 갖춰놓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감독 파졸리니의 살로, 소돔 1백20일이나 컨포미스트, 영국 데릭저만 감독의 엔젤릭 컨버세이션과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요리사,정부, 그의 아내 그리고 도둑 등이 자랑할만한 작품들이지요." 영화의 서술구조를 파헤치고, 어떤 장면이 무슨 의미를 지녔는가 따져가는 것은 결코 좋은 감상법이 아니라는 그는 "특히 현대 영화들은 화면에 몸을 맡기고 그냥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옥대환(1993.8.11). 개그맨 박세민(매니아).조선일보.12면. 

(전략),,, 이렇게 시작해 그가 지니고 있는 비디오는 1천여편. 이중 3분의 2는 뮤직비디오고, 나머지는 홍콩과 할리우드 액션영화들이다.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장면들을 따와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움직임이 강한 액션영화 위주로 모으게 됐다는 설명이다. 요즘도 일주일에 10여편씩 비디오를 보면서 잠이 들곤 한다는 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지 두 시간동안 보는 사람을 몰입시킬 수 있다면 다 좋아한다고 했다.   

옥대환(1993.9.1). 카페경영 이상무씨(매니아).조선일보.16면.  

영화 볼 시간 없어 첫 직장 사표도

(전략) 한때 비디오테이프도 1천5백개가량 있었으나 지금은 ld로도 구하기 힘든 독일 파스빈더 감독의 여우 등 20여개만을 보관하고 모두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준 상태. (중략) 매일 하루 3편의 비디오를 보고있다는 그가 추천하는 비디오는 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과 프랑스 배우 겸 가수인 바네사 파라디 주연의 하얀 면사포. 택시 드라이버의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가 30대에 처음 손을 잡고 만든 비열한 거리와 곧 출시된 금지된 사랑은 반드시 챙겨보아야 할 작품으로 꼽았다. (중략)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흔히 몇편을 소장하고 있고, 무슨 영화를 봤느냐가 영화를 좋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나, 스스로의 안목을 위해서라도 한편을 수십번씩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옥대환(1993.9.15). 계원조형예술대 교수 유택상 씨(매니아).조선일보.16면. 

(전략) 그가 건축학에서 영상디자인으로 전환한데는 국민학교 입학전의 영화체험이 큰 작용을 했다. 아마추어 영화광이었던 아버지 덕택에 8mm 영화카메라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고, 그의 집에는 35mm슬라이드 필름이 박스째 굴러다녔을 정도. (중략) 건축학을 공부하면서는 점점 한강에 돌을 던져넣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결국은 좋아하는 영상쪽으로 마음을 정했다는 얘기다. 이후 그의 생활은 비디오보기로 일관된다. 일반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줄거리나 등장인물에 몰입하는 감상이 아니라 카메라나 조명, 편집기법, 영화속의 아이디어들을 집중적으로 따져보는 분석. 미국에서는 학위를 마친 뒤에는 비디오테이프 10만여개를 비치한 시카고의 파세트 시네마테크라는 대여점 앞으로 이사를 해 세 끼 밥 먹는 것 외에는 오직 비디오를 보면서 1년을 보내기도 했다.   

옥대환(1993.10.20). 대한항공 최정훈 차장(매니아).조선일보.16면. 

대한항공 객실영업부 서비스용품 팀장 최정훈차장(43)은 기내영화를 선정하는 일 때문에 매니아가 된 케이스다. (중략) 지금은 직배형태로 외화가 들어오는 탓에 신선도가 떨어졌지만, 2~3년전만 하더라도 기내영화는 항상 국내 극장개봉에 앞서 소개됐다. 이렇다보니 그는 국내 어느 영화전문가나 매니아보다도 신작들과 빨리 만나왔던 편.  

(중략) "영화는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삶 속의 추억"이라는 그는, "신작이나 액션영화에 빠져있는 비디오 팬들이 고전영화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갰다"고 말했다. 

옥대환(1993.12.1). 예인사 용산지점장 서영국 씨(매니아).조선일보. 16면. 

(전략) 음반판매회사 예인사 용산점 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영국 씨(29)는 독특한 스타일로 비디오를 보는 매니아다. 그의 감상법의 특징은 많이 보기보다 철저하게 보기.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편이지만 한창 그가 비디오에 빠져있을 때는 보통 하룻밤에 4~5편씩을 보곤 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반드시 이들 가운데 한 편을 선택해 다시 꼼꼼하게 정독을 해왔다. 장면별로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대사, 화면구성 등을 노트하면서 분석하다보면 한층 작품에 깊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비디오 감상에서 항상 나는 엿보는 사람이고, 비디오는 보여주는 쪽입니다. 비디오가 보여주는 내용에 그냥 실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좀 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자는 생각이었죠." 

정성일(1994.6.2). '비디오 광'들의 그릇된 선택. 한겨레21 11호.  

어떤 분야건 소비과정을 이끄는 가장 지속적이고도 끈질긴 힘은 그 분야의 매니어(mania)들이다. 그들은 가장 믿을 만한 감식가들이며, 어떤 이해관계로부터도 자유로운 진정한 비평가들이다. 아마추어 비평가란 언제 어디서든지 매니어들이다. 그런데 지금 비디오 분야에서는 그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왜 그럴까? 놀랍게도 기형화된 비디오 유통구조가 아마추어 영화광들마저 기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취미도,취향도,모조리 상품화시키는 이 무서운 논리를 한 번 캐들어가보자. 

각종 동호모임 '아벨 페라라'추천 

비디오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정말 영화광들이다. 그들은 영화잡지를 보면서 하루에 한 개 이상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다본다. 이 사람들이 영화계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각종 잡지에 영화평을 투고하고, 컴퓨터 통신의 영화동호회에 가입해 있다. 비디오 시네마 테크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런 매니어들이 자신들이 관련을 맺고 있는 영화동호모임 등을 통해 지금 '베스트'라고 추천하는 영화가 아벨 페라라 감독의 <바디 에이리언>과 <스네이크 아이>다. 두 편은 모두 공식적인 대여순위에는 오르지 못한 것들이다.(만일 올랐다면 이런 대접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은' 비디오 가게에서는 벌써 반품시켰을지도 모른다.  

(중략) 아벨 페라라가 비디오매니어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헐리우드 상업영화와 홍콩 무협영화, 유럽 소프트 코어 외에 영화광들이 좋아할 만한 '진지한'작품들의 수는 너무 적다. 상업영화에 질린 영화광들의 선택은 이제 상업영화를 패러디한 또 다른 상업영화인 것이다. 두번째, 영화광들의 상업화를 유도하는 현행 영화 유통구조가 문제다.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비디오는 '작은'비디오 가게에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별난'비디오이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영화잡지 같은 데서 '숨은 걸작 찾기'등과 같은 고정코너를 마련해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부익부, 빈익빈! '큰' 비디오가게는 '작은' 비디오 가게의 목조르기를 하는 것이다. 

낯선 영화에서 쾌감 느껴 

이 악순환은 이들 매니어들이 비디오산업의 의견지도자가 되어 더욱 가속화된다. 마침내 기이한 영화들이 좋은 영화로 둔갑하고, 좋은 영화들은 정말 보기 힘들어진다. 비디오가 더욱 서구 중심주의(그것도 헐리우드 중심의)로 집중되는 것은 비디오 회사들이 몇 개 기업으로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영화와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고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탈출하는 방법은 우리의 선택이다. 그러나 선택을 이끌어야 할 영화광들은 서구 중심주의 문화 속으로 더 깊이 파고 내려가 그 속에서 자신을 낯설게 만드는 영화를 통해서 쾌감을 느끼는 방법을 먼저 배운 셈이다. 그것이 지금 비디오 가게에서 자주 마주치는 매니어들의 선택이다. 뉴미디어 시대는 불길하게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정성일(1998.9.10). 비판의 화살, 마니아에서 '영화'로 돌려라.인제제일. 

비디오와 함께 90년대에 등장한 신인류의 탄생  

문제는 결국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그 외부적인 - 정치적인 검열과 제도,그와 동시에 경제적인 토대에 조응해야 하는 문화적 빈곤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과정 전체가 우리에게는 생략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뉴 미디어의 발전이라는, 또 다른 외부의 힘에 의해 갑자기 실현된 것이다. 점멸하는 비디오와 증식하는 케이블 채널, 국경을 넘어오는 인공위성의 전파는 우리들을 영화의 변방으로부터 단숨에 전지구적인 네트웍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함께 꿈꾸는 편집광적인 힘의 영화라는 꿈은 이 땅에서 정신분열증으로 변모했다. 레오스까락스의 <나쁜 피>와 <희생>의 타르코프스키와 삼색 연작인 <블루>와 <화이트> 그리고 <레드>의 키에로슬로프스키, <천국보다 낯선>의 짐 자무쉬와 <비정성시>의 후 샤오시엔, 또는 <바톤 핑크>의 코엔 형제, 그리고 <중경삼림>의 왕가위와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은 진정 영화적으로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미지는 넘쳐나고 그 수사학은 자기의 역사로부터 아무런 해석의 고리를 가져오지 않았다. 서로 다른 영화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우리 앞에 아무런 맥락 없이 불현듯 유령처럼 나타나서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우리의 마니아 문화는 이런 토양 위에서 생겨났다.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미지 앞에서 분산시켰다. 언제나처럼 쉽게 영화에 대해서 입을 열지만,이미지를 둘러싼 알레고리와 스타일의 역사는 암호 속에 섞여들어서 난수표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렸다. 우리들은 그 스스로 꾼 꿈에 대해서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일시적인 관찰자들은 아마도 여기서 마니아를 둘러싼 지식의 권력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영화는 불현듯 대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버림받은 대중들 사이에서 80년대 내내 지하에서 숨죽이며 거의 쓰레기 하치장처럼 버림받은 비디오 '보물창고'를 뒤지며 자료를 모으로 그 자신이 열광하는 영화를 외국으로부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하고-아마도 대부분은 친척들과 유학간 친구들이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발견의 재미를 만끽하는 신인류가 태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영화관이 아니라 자기 안방에서 벤야민의 명제를 실천한 세대이다. 누구도 그들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이 영화를 사랑한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90년대에 안방으로부터 영화관의 중요한 관객으로 옮겨왔다. 그럼으로서 90년대의 영화관객들은 일시적인 소비의 태도를 지닌 관객들과 안방에서 비디오로 스스로 무장한 비판적 거리를 지닌 관객들이 공존하였다. 그들은 일반관객들로부터 스스로를 귀족화 하였으며, 일시적으로 그것은 새로운 유행처럼 보였다. 아직(불법적인 비디오 동호회를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시네마데끄가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일반곽객들에게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모임이었으며, 반대로 새로운 관객들에게 그들은 영화를 알지 못하는 구경꾼들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마니아는 서방세계마니아-특정 장르의 영화만을 집중적으로 탐닉하는 병적인 의미의-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관객들인 것이다. 그 둘 사이에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단절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과 마니아 간의 간극 줄이기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트 하우스가 먼저 생겨나서 위로부터 만들어진 수동적인 서구의 마니아들과는 달리 한국의 마니아들은 자생적으로 아래로부터 생겨나서 90년대 후반 아트하우스 영화관을 열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마니아들이 비판적 거리를 잃지 않을 수 있는 힘의 바탕이다.  말하자면 90년대의 마니아현상은 - 그렇다! 누가 마니아이고 누가 아니냐는 논쟁은 정말 무의미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이건 그저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그 부정적인 여러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 내면에서는 대중들 사이에 점으로 흩어져 있는 영화를 사랑하는 필(말 그대로 순수하게 사랑하는 phille)들이 정신분열증에 빠진 대중들 사이를 선으로 연결하며 아무런 맥락없이 들어온 영화들의 코드와 스타일의 암호들을 우리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고 더 나아가 대중들 사이에 유포시켜 껴안으려는(결코 연대한 적이 없으며 더 나아가 그들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의 자생적인 문화적 뿌리의 일부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분명하다. 서로 들로 나누어진 두 개의, 서로 다른 관객들의 대화의 통로를 열어가는 것이다. 마니아 상업주의라고 불리울만한 온갖 형태의 장삿꾼들은 마니아 현상을 계속 부추기어 그들에게 허영심과 헛된 엘리트 의식을 불러일으켜 계속 고립되도록 만들 것이다. 마니아들은 점점 희귀하고 기이한 소재와 배타적인 태도에서 오는 차별성에 우월감을 느끼며 소비적인 태도에 탐닉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대중관객들은 마니아 현상에 대해 점점 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진정 예술영화들이 주는 감동을 의심하며 배타적인 마니아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일부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또는 이미 그렇게 되었다!) 그럼으로서 영화에 대해 가져야 하는 비판적 거리는 엉뚱하게도 대중관객과 마니아들의 진영 사이에서 형성될지도 모른다. 마니아 현상은 정신병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비가 아니라 생산으로, 마음이 아니라 사랑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 바깥의 잡다한 지식의 경쟁으로부터 영화 그 자체에 대한 토론을 통한 지혜로 옮겨 놓아야 한다. 만일 그러하다면 먼 훗날 이미지의 시대라고 예언하는 21세기의 어느 날, 이 모든 토론은 1990년대 영화 마니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정성일(1999.3). 독점과 소비의 트랙을 질주해 온 매니아 시대의 종언. 월간 말. 

사라진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코엔 형제 영화가 권태로운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시시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시시해진 것일까. 영화는 변하지 않았는데 왜 즐겁지 않게 된 것일까. 여기서부터가 논점이다. 이미 이 모든 것은 예정된 순서를 밟아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80년대에 갑자기 나타난 영화광들은 매우 특별한 경로를 선택했다. 그들은 비디오라는 가정용 시네마떼끄를 어느 날 갑자기 선물 받았고, 그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경로로 온갖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 영화를 보는 방법은 셋 중 하나였다. 얌전하게 수입된 영화만 보든지, 끈질기게 주말의 명화극장을 기다리든지, 아니면(정말 어쩔 수 없이)외국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디오는 모든 게임의 규칙을 버리게 만들었다. 비디오 가게는 동네마다 교회 수와 맞먹게 되었으며, 출시되는 비디오들은 일주일에 평균 12편을 상회했다.  

그래서 급기야 비디오 가게에서 후진 디자인에 엉터리 제목 아래 숨은 걸작 찾기는 종종 쓰레기 더미에서 보물찾기에 비유되곤 했다. 어디 그뿐인가. 비디오들이 국경을 넘어 소포로 날아왔으며, 세포증식이라도 하듯이 복제되어 지하시장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불법복제 비디오는 '전함 포템킨'에서 하드코어 포르노에 이르게 되었다. 당연히도 정보와 지식은 이 경쟁의 와중에서 새로운 힘으로 부상했고, 영화동호회는 경쟁적으로 새로운 영화를 찾아냈다.  

남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영화 목록은 이 흐름을 주도하는 일종의 위험한 유혹이 되었다. 걸작 목록은 언제나 소수만을 위한 것이었으며 열렬한 추앙과 경배는 정식 개봉과 함께 증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런 가운데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마치 신학의 대상처럼 여겨졌다. 소수가 독점한 걸작은 우상숭배 대상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공개적인 자리에 불려 나오면 존경과 예찬은 사라지고 진정한 토론이 시작되어야 할 시간은 영원히 유예된다. 레오 까락스는 그 첫 번째 희생양이었으며 타르코프스키는 상징적인 거품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연말 만날 수 있었던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의 실패는 예정된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영화가 사랑의 담론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경쟁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주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내세운 소비라는 트랙 안에 들어가 벌이는 경주가 된 셈이다. 누가 먼저 소비하는지를 따지는 이 경주는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미학적인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그러나 소비의 경쟁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트랙 안에 자기의 친구들을 끌고 들어오기도 한다. (중략) 정말로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들 시대의 영화 매니아 논쟁의 정체는 기이한 자본주의적 소비의 변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는 영화 매니아의 영년이 될 것이다. 그것은 끝이든지, 새로운 시작이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예술은 경쟁이 아니라 조화다. 미와 추, 화음과 불협화음. 체험과 존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조화를 함께 나누기 위하여 영화는 그 무엇보다도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속도의 트랙에서 벗어나 천천히 갈 때 우리는 비로소 제대로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펠릭스 가타리의 말을 빌린 나의 호소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횡설수설하며 일정 방향으로만 달리는 이 거대한 소비의 속도에 맞선 반동분자들이 되어야 한다. 정말이지 트랙 따위는 두들겨 부셔 버리자. 

<이 달의 추천 비디오> 

-미드나잇 가든 

한 신문기자가 미국의 남부 도시 사바나의 한 유서 깊은 가문을 취재하러 간다. ....노인이 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굴곡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아이러니에 관한 슬픈 우화. 2시간 20분의 원판을 자르지 않고 단 한 개의 비디오에 담은 경제적 배려가 돋보인다.  

월간 비디오.(1985.4). 비디오수집광 신경소. 108쪽. 

신경소. 그는 현재 비디오가게의 주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앞으로라도 비디오가게를 열겠다는 생각도 없다. 그저 '취미로'모아온 프로테이프가 천여편, 어마어마한 분량이 아닐 수 없다. 1981년도부터 모으기 시작했다니 이제 겨우 5년 남짓, 1년에 2백편이 넘게 수집하였다는 얘기인데 우선 경비조달방법이 제일 궁금하다. "삥땅 쳤어요. 다니던 영화사서." 

(중략)이 1981년이라는 해는 그에게 있어 두가지의 의미를 가진 해로 기억된다. 첫번째는 영화와의 만남이다. 대학에서 공부한 회화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중 움직이는 그림인 영화에 깊이 함몰하면서 그 주변의 또래들과 뉴-버드(new bird)라는 모임을 조직한다. 김수철,진유영,강ㄴ마길,이미례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친구들끼리 모인 그 모임에서 8mm,16mm 영화도 만들고 또 영화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한다.  

(중략)그 다음 두 번째가 바로 비디오테이프 수집을 시작한 것. 중요한 첫 스타트가 된 프로그램은 바로 알란 파커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midnught express).' 어렸을 때부터 뭐든지 모으는데 장기를 보여온 그였는데 이 한 편의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순간 아찔한(108) 감동과 함께 콜렉션의 새로운 대상으로 지목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수집은 '돈이 아까와서 배우지 못한 술, 담배'값도 몽땅 털어넣게 만들고 또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다는 얘기만 들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는 부지런함도 가르쳐 주었다. 미군 부대 주변에서 살다시피 하기도 하였고. 그렇게 모아온 작품들을 대충 분류해보면 영화가 5백여편, 록 비디오가 백여 편, 록 오페라, 뮤지컬류가 50~60편, 코미디류가 30~40편, 기타 공포물 등등 해서 천 여편에 이른 것이다. 물론 빌려가서 회수되지 않은 것들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은 분량이 될 것이지만. 그렇게 모여진 작품들을 그는 참 유용하게 사용한다. 우선 그 자신의 왕성한 영화에의 욕구를 채운 다음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센터나 동국대 연극영화과 또 영화에 대한 진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개방해주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도 보급은 하고 싶으나 방법이 문제란다. 그 '보급'을 위해 일하다가 까딱 '걸려들'뻔한 사건도 당했었고.

조선희(1999.1.26-2.2).<오발탄>을 어디서 볼까. 씨네21. 

(전략) 나는 '암시장'에서 이른바 '보따리장수'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오발탄>불법비디오를 어렵사리 구했다. "이 필름은 원판이 분실돼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된 필름을 사용했다"는 안내문으로 시작하는 이 비디오는 영어자막이 들어있는 데다 복사를 거듭한 듯 화면과 음향이 뭉개졌고 간신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90년대 들어 여러 비디오제작사에서 고전명작시리즈들을 내놓았고 누벨바그는 물론 프리츠 랑이나 데이비드 그리피스 같이 영화관람의 즐거움을 주기보다 그저 학습교재 역할을 할 뿐인 영화사 초창기 작품들까지 비디오가게에 나와 있다. 그럼에도 <오발탄>은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뭘까. 

허문영(1999.1.26-2.2).영화마니아는 무엇으로 사는가. 20-23.  

(전략) 따지고 보면 ㄱ씨는 영화광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1주일에 적어도 두세편 정도의 영화를 본 지가 벌써 10년 가까이 돼가고, 영화에 관한 책도 20권은 넘는다. 집에는 소장테이프가 50여편 있다. 그 중에는 개봉 안 되고 비디오 출시도 안 된 작품도 꽤 들어있다. 그러니 어디 가서 영화에 대해 한마디 할 정도의 밑천은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지금은 약간 식었지만 한창 때는 극장가는 길이 데이트 나갈 때만큼 설레던 적도 있었다. 요즘도 며칠 영화를 안 보면 어딘가 허전하고, 동네 비디오가게 앞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게쪽으로 옮겨지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ㄱ씨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도 왜 영화광으로 불리기는 싫은 걸까. 왜 영화광보다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쉽게 생각하면 해답은 간단하다. 영화광의 '광'은 미친이란 뜻의 한자다. 영화광은 영화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미친 듯이 좋아하는 일은 철없는 10대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 영어쪽으로 옮겨가도 마찬가지다. '마니아(mania)'란 말은 조울증의 한 증상인 광조증을 가리키는 정신분석학적 용어다. 한마디로 약간 이상한 정신상태인 것이다. 영화광의 또 다른 표현인 '시네피리아(cinephillia)'를 써도 (20)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필리아'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병적 애호'로 나온다. 혹시나 해서 일본쪽을 쳐다보니 '오타쿠'란 말이 눈에 띈다. 단독으로 쓰면 '당신'의 높임말이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 뒤에 붙이면 우리말의 '광'과 거의 마찬가지 의미가 된다. '무엇엔가 정신없이 빠져 있는 사람'이다. 때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강해진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개한 한 미국 책자에는 "일본에서 누군가를 '오타쿠'라고 부르는 것은 싸움을 거는 데 적절한 방법"이라고 소개돼 있다. 재미있는 일은 미국의 일본 애니메이션팬들은 '오타쿠'로 불리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건 신경쓸 필요가 없다. 언어가 바다를 건너가며 뉘앙스가 달라져버린 거니까. 

여하튼, 영화광이라는 말이 국제적으로도 별로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ㄱ씨는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영화광은 확실히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을 굳혔다. 영화광은 말하자면 영화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21) 사람이다. 그들은 영화라는 우상을 신전에 모셔놓고 경배를 올리는 신도들이다. 숭배나 맹신은, 어떤 대상을 향한 것이든, 현명함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와 영화광 사이에는 비판이나 지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합리성이 결여된, 그리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일부 영화광의 글을 떠올리며 ㄱ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그런 몽매한 무리에 끼어 있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문학광이나 미술광이란 말은 없는데 왜 영화광이란 말은 있는 걸까. 문학이나 미술은 지적인 예술이고 영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일까. 그건 분명히 아니다. ㄱ씨는 유럽예술영화의 지적 전통을 떠올렸고 프레드릭 제임슨, 움베르토 에코, 질 들뢰즈 같은 당대의 석학들이 영화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영화 전공이 아니면서도 내로라하는 국내 교수들과 문필가들이 영화에 관한 책을 펴내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무슨 예술이든 90%는 쓰레기다. 더구나 영화동네에는 천박한 오락만을 추구하는 장사꾼들이 어느 분야보다 많지 않은가. 광적 사랑을 받는 영화들은 아마 이런 쓰레기더미 안에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ㄱ씨는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이 가장 즐겨 봐온 영화가 타르코프스키나 베리만의 근엄하고 지적인 영화가 아니라 바로 그 쓰레기더미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곧바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ㄱ씨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작품성이 어떻고 깊이가 어떻고 얘기하지만 지친 몸을 끌고 집에 돌아와 VTR의 버튼을 누를 때는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할리우드표나 홍콩표 영화 심지어 유호표 에로비디오를 쥐고 있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안토니오니를 보며 감동받은 적도 있고 키아로스타미가 훌륭한 감독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지만, ㄱ씨는 주윤발의 춤추는 쌍권총이나 브루스 윌리스의 이죽거리는 말투를 잊을 수가 없다. ㄱ씨는 실제로 <첩혈쌍웅>을 불법복제해서 10번 이상 봤다. (중략)취향도 변해하고 입맛도 점점 까다로워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싸구려영화들이 전부 거짓이었다고 말할 자신은 전혀 없다. ㄱ씨는 꼼짝없는 영화광이었다. 

이쯤에서 ㄱ씨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자신도 별볼일 없는 맹목적 영화신도라고 고백해버리는 대신, 적극적인 영화광 옹호론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어쩌면 영화의 본령은 몇몇 걸작들의 미학적 성과가 아니라 영화광들의 무조건적인 애호와 관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잡지를 뒤적이다 맨처음 눈에 띄는 인물이 쿠엔틴 타란티노였다. 딱 맞아떨어졌다. 이 자는 비디오 가게에서(22)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다고 큰소리치는 90년대의 대표적인 영화광 아닌가. 그런데도 근엄한 칸 영화제가 황금종려상까지 선사하지 않았는가. 그와의 인터뷰 기사에는 타란티노가 자신의 싸구려문화 취향을 변호하면서 스티븐 킹의 <죽음의 댄스>에서 한구절을 인용하는 대목이 나온다. "크림맛을 알려면 우유를 많이 마셔봐야 하고 우유맛을 알려면 상한 우유를 많이 마셔봐야 한다."이 거친 비유는 허점이 있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빛나게 한건 지성이 아니라 싸구려문화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 흙 속에 엉뚱하게 진주가 끼어 있는게 아니라 보배로운 결정체를 빚어내는 건 바로 흙이라는 것.영화는 말하자면 8할은 흙이 키운 보석이다. 즉각적 쾌락과 통속적 즐거움을 밑바닥 사람들과 나누며 자란 대중의 예술이다. 더러운 흙이야말로 영화라는 예술의 말 그대로 토양이다. (23) 

24쪽 

허문영.마니아 1 : 대사의 묘미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조문선씨  

(전략),.,.스케일로 승부하는 영화는 싫어한다. 전쟁영화가 싫고 제임스 카메론의 대작도 별로다. 호러는 무서워서 전혀 못봤는데 <스크림>만은 대사의 맛이 기가 막혀 즐겁게 봤다. 작년 한해 동안 극장에서 본 영화는 모두 80여편. 집에 100여편 정도의 비디오테이프를 소장하고 있다. 97년과 98년 동아-lg만화대전 때는 단편 번역작업을 한 적이 있고,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현재 외국 증권회사 한국지점에 근무중. 

 25쪽 

남동철.마니아 2:  영화전단 모으기가 취미인 최명국씨 

진도희의 필모그래피도 기록해두면 가치가 있을 때가 올 것이다. 최명국(28)씨의 영화사랑은 남들이 홀대하는 작품들에도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중략) 최명국씨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영화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보다 혼자 영화공부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주류에선 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지나친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런데 휩쓸리면 영화를 사랑하는 순수성이 오염될지 모른다고 느꼈다."그가 주류 바깥에서 영화광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데는 비디오가게와 PC통신 동호회가 큰 힘이 됐다. 부모님이 인수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면서 숨은 걸작 찾기를 즐겼고 통신동호회에서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최명국씨는 현재 유니텔 영화동호회 '배드 테이스트'방장을 맡고 있다. <13일의 금요일><버닝>같은 슬래셔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취향은 잡식성이다. '베스트5'로 대중적인 영화를 꼽은 반면 16MM국산에로영화도 지나치지 않는다. (중략) 그는 이런 영화가 한국의 영화문화에서 한부분을 차지한다고 역설한다.(중략)그는 평균 하루 1편 이상 영화를 본다. 그의 방은 잠잘 자리와 컴퓨터 작업할 공간을 빼곤 모두 영화전단 박스와 비디오테이프가 차지하고 있다. 그에세 소장하고 있는 비디오편수를 묻는 것은 실례다. 한번도 세어보지 않았을뿐더러 아버지의 비디오가게가 보관창고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중략)그가 최근 영화 중 숨겨진 보석으로 추천하는 영화는 국내 스턴트맨들이 힘을 합쳐 만든 저예산영화 <고수>,신약성서를 은유한 영화<줄리안포>.액션영화를 가장한 신세대영화<세터드 이미지>와 <아메리칸 퍼펙트>등 모두 비디오로만 출시돼 일반인들이 좀처럼 빌리지 않는 작품들이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파헤칠 생각은 없다. 단지 조언이 없어서 놓치기 쉬운 영화들을 발굴하는 게 즐겁다"는 최명국씨는 조만간 자신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인터넷 바다에 출항시킬 계획이다.  

26쪽

허문영.마니아 3: 영퀴방의 전설 김상국씨  

쓸모없는 영화는 없다 

(전략) 공포영화를 통해 영화세상에 입문했지만 다른 장르영화도 두루 좋아하고 빔 벤더스 같은 진지한 유럽 감독도 좋아한다. 심지어 마니아들이 대체로 싫어하는 할리우드 메이저영화들에서도 장점을 본다. 그의 모토는 '전혀 쓸모없는 영화는 없다' 혹은 '어떤 영화를 봐도 시간낭비는 아니다'라는 것. 대신 평론은 거의 보지 않는다. 영화 볼 때의 즐거움을 빼앗는 탓이고 별로 공감할 만한 평론이 없는 탓이다. 영화이론? 따로 공부할 필요성을 전혀 못느꼈지만 무성영화에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지다보니 영화사에 대해서만큼은 웬만한 영화학도 못지 않게 알게 됐다.

27쪽 

박은영.마니아 4 : 호러의 아들 이성원씨  

반년 전쯤 남기남 감독 특집을 준비할 때다. 비디오대여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도 아니라 난감해 있던 취재부는 우연히 남기남 감독의 대표작 여러편을 소장하고 있다는 독자 이성원(26)씨를 알게 됐다. 열편이 넘는 비디오 테이프를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온 이성원씨의 특이 취향은 그뒤로도 취재부 사이에서 여러분 회자되곤 했다. (중략) 호러영화와 고전SF가 주종목이지만, 철 지난 B급영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영화마니아 사이에서 '호러의 자식'으로 통하는 데 대해 그는 "영화다운 영화를 신봉할 뿐"이라고 항변(?)한다. 취향에 비추어 지나치게 진지하고 엄숙한 학문인 '법학'을 전공으로 택했다가,2년 연속 휴학했고 얼마 전 제적됐다. 다 그놈의 영화 때문이다. 이성원씨의 영화 편력에는 주거 환경이 크게 한 몫했다. 평택에 사는 그는 어려서부터 미군부대 가까이 살았고,부대에서 음성적으로 빠져나온 온갖 영화들을 비디오가게에서 구했다. 그 시절 가장 많이 접한 것이 싸구려 호러영화들이었다. (중략)한장에 300원하는 비디오를 사다볼라치면, 가끔씩 이상한 웃음소리에 깡통 굴러가는 소리도 묻어나오고, 조금 더 있으면 왔다갔다 하는 사람 그림자도 보인다. 극장에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스크린을 그대로 찍어 내다 판 '비품'인 것이다. 청계천에서 간혹 보물을 골라내기도 하는데, 그중 애니메이션 <태권브이와 황금날개>,<전자인간 337>,남기남 감독의 <평양 맨발>같은 영화는 어린시절이 떠올라서 특히 좋아한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들을 포함해 그가 소장하고 있는 사운드로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또 보고'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처음엔 희소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손에 넣고 '나 이런 것도 있다'하고 과시하고 싶은 맘에서 수집하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나름의 잣대가 생기는 것 같다고. 이젠 "자주 보게 되고 자주 기억하게 되는 존재감 있는 영화"를 찾는다. 키아로스타미나 그리너웨이 등의 '예술영화'는 싫어한다. "폼만 재고 재미는 없기 때문". 정말 그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대중영화 취향이 무시당하고, 주류와 비주류가 뒤바뀌고 있는 '기현상'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자꾸 '컬트,컬트'하면서 자기 영역을 스스로 줄여가는지 모르겠어요." 오락영화의 명예회복은 꼭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28쪽 

조종국. 마니아 5 : 정형외과 의사 이희대 씨  

이희대(45)씨는 '의사선생님'이자 병원 원장이다. 그는 주로 '피를 보는'정형외과 의사라 긴장과 스트레스가 남다르다. 원래 애주가이기도 하지만 일과 뒤 "피 냄새를 씻기 위해"술을 자주 마시고, 취하기도 한다. 그는 술에 취하듯 영화에도 취해 산다.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지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화를 본다. 물론 대개 비디오로 보지만 어림잡아 일주일 동안 평일에만 10여편 정도. 주말에는 비디오, TV영화, 케이블TV영화까지 7~8편을 본다. 집에서도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술을 마시며 영화를 본다. 영화보는 시간만큼은 누구로부터 어떤 일로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중략)그는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난 뒤 멍한 화면까지 즐긴다"는 영화중독자다. 이희대씨의 영화편력은 장르나 경향으로 구분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천방지축이다. "내가 재미있는 영화면 다 좋고, 나한테 맞으면 다 베스트다. 베스트영화는 평생 찾기 때문에 몇편을 꼽을 수 없다"며 베스트 5 선정을 사양했다.  

29쪽 

조종국.마니아 6: 마니아 경력 2년차 고교생 장혁재 군 

장혁재(19)군은 비닐봉지로 둘둘 싼 비디오테이프를 외투 주머니에 푹 찔러놓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A TO Z>을 옆구리에 끼고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비디오테이프는 몽타주에 대해 확인할 게 있어 어제 빌린 <전함 포템킨>인데, 인터뷰 끝나면 반납하러 갈 참이란다. 장혁재군은 영화 때문에 '인간'이 됐다. '호환.마마보다도 더 무섭다'는 비디오가 '삐딱선'을 타고 있던 소년을 수렁에서 건져낸 경우다. (중략)고3이면서도 비디오 보느라 밤을 새고 지각까지 해댔으니, 영화가 사람을 만든 것인지 더 망친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중략) 고1때야 겨우 집에 VTR이 생겨 비디오를 즐겨보게 됐고 고2가 되자 순식간에 영화의 바다에 몸을 던졌다.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략)지금은 하루에 비디오를 2편 이상 안 보면 입 안이 근질거린다. 고3이지만 진로는 일찌감치 정해뒀다. 8월에 입시를 치르는 영상원에 가기 위해 일반대학에는 원서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답답하다. 나름대로 영화를 많이 보고 있지만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은 작품을 구해 볼 수 있는 경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은 혼자 열심이다. 정독도서관에서 모든 영화전문지를 통독하고, 부지런히 영화를 본다.  

21쪽 영화광 체크 리스트 

中 VCR 관련 

2. 국내 미출시 비디오와 ld를 인터넷이나 해외 친지를 통해 구입한 적이 있다. 

6. VTR이 재생용, 복사용 합쳐서 두 대다. 

9. 비디오대여점에서 주인아저씨가 작품을 권유하면 짜증이 난다. 

10.영화 혹은 비디오를 보느라 밤 새는 날이 한 달에 평균 3일 이상 된다. 

17. 청계천에 단골 비디오가게가 있다.  

로드쇼(1992.8). 독자페이지.  

268쪽.  

"이 비디오테이프를 찾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은 주체할 수 없는 데 도대체 비디오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디오들을 공개한다. 도대체 이 비디오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구희영(1992.8). 명장면 연구: 당신도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다 

176쪽 

영화광의 이상한 애정  

영화광이 되는 첫번째 입문은 한장면을 '다시'보는 것이다. 그리고 수십번을 다시 보아 암송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화면 뒤에서 움직이는 감독과 카메라와 조명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평론가로 데뷔하는 첫 걸음이다. 

shot-by-shot: 유행 또는 새로운 관습? 80년대 말부터 전세계의 대중영화잡지에 'shot-by-shot'이라는 새로운 포맷의 기사가 실리기 시작하였다.  (중략) shot-by-shot은 다른 분야의 출판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저널리즘 특유의 장르로 정착되어가는 느낌이다.  

shot-by-shot의 역사 : 편집실(steenbeck)에서 안방(VTR)으로  

이 시대의 영화관객과 전 시대의 영화관객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조건의 하나로 '비디오'의 출현을 들 수 있다.('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것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의 차이를 여기서 일일이 늘어놓을 필요는 없으리라) SHOT-BY-SHOT을 읽는 독자들은 바로 이 '비디오세대'에 속하는 관객들이다. 극장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전 시대의 관객들이 못 가졌던 경험을 이들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데, 그것은 '보고 싶은 장면만 따로 보기','같은 장면 여러번 보기', '정지화면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기','천천히 움직이는 화면으로 자세히 뜯어보기', '명장면만 모아 녹화해두고 심심할때마다 보기'등등이다.  

 (중략) 물론 위에 예를 든 여러 '보기'방법들은 비디오가 나오기 이전에도 가능했다. 단,VTR과 비교할 수 없이 까다로운 조건이 갖추어진 경우에만.  

첫째, 장비. 영사기 또는 필름 편집기(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스틴벡 회사의 제품이 가장 많이 쓰인다)가 갖추어져야 함. 

둘째, 장소. 영화 편집실, 영화학교 또는 시설을 갖춘 영화도서관. 

셋째, 사람들. 편집기사. 영화감독. 기타 제작스탭. 영화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운좋은 일부 평론가, 영화학자,영화연구가 등. 

넷째, 필름. (요샛말로 하면 '소프트웨어')..위의 세 조건이 갖추어졌더라도,'연구'하고픈 영화의 35mm 또는 16mm 프린트를 구하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기 십상..따라서, 'shot-by-shot'은 평범한 관객으로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고, 영화 업으로 삼는 전문가들도 여간해서 손댈 수 없는 작업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VTR이라는 신기한 기계가 나타나서.. 

189쪽. '미래'영화평론가에 도전한다.  

Shot-by-shot 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shot-by-shot은 어지간한 인내력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만약 이 작업에서 '짜증'이나 '막막함'보다 '즐거움'과 '깨우침'을 더 얻는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영화광임을 자부하여도 될 것이다. 당신이 영화에 대하여 정규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그러나 진지하게 영화에 접근하는 관객이라면 어딘지 모르게 끌렸던 장면들을 더 깊숙히 이해할 수 있음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르 전공하거나 영화'전문가'에의 길을 꿈꾸고 있다면, '교과서'에서 배운 원칙들이 실제 영화 속에서 적용되고 있는 생생한 예들과 만나는 동시에, 그러한 원칙들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장면들의 효과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될 것이다. 또한 막연하게 생각했던 '작가의 세계관'이나 '미학적 원칙'들이 영화 속의 아주 미세한 부분에 드러나고, '관철'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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