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1989.12). 힛트작 집중분석 <야시장>과 <금지된 정사>. 82~83쪽. 

1. 과감한 제작비의 지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비디오영화 1편당 드는 제작비는 2천만원에서 많으면 4천만원 정도 되는데 <야시장>이나 <금지된 정사>의 경우 각기 5천만원 정도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과감한 제작비는 화면을 기름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를테면 <금지된 정사>의 비오는 씬은 비디오 영화에서는 처음 있었던 일 스케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2. 전문인력들의 탄탄한 팀웍이 이루어졌다. 

최근 나오고 있는 비디오영화 중 많은 수가 영화적 경험이 완숙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제작된 것에 반해 이 두 작품은 감독을 비롯한 스탭진들의 영화적 노하우가 비교적 탄탄한 팀웍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 이상 82쪽 

83쪽 

지영호 감독의 인터뷰 

오히려 비디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에겐 스타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고 영화계 입문 25년간의 프로가 비디오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도 꽤나 들었을 법하다. "비디오와 영화는 매체가 다른데서 오는 표현의 차이일 뿐이지 이야기는 결국 같은 것입니다. 단지 관객에 의해서 달라보일 뿐이죠" 

사실상 현재 비디오 영화의 저질화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고급인력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그는 오히려 비디오의 전파력이 훨씬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이제 비디오 영화라도 그저 어떤 스토리 없이 벗기는 것만으로 영화를 만들어 놓고 에로물이라 이름짓던 시대는 지나갔다. 섹스(SEX)는 분명 영화에서 특히 개인적 매체라 불리는 비디오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적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상황만을 위한 스토리가 아니라 어떤 스토리나 메세지 안에 상황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지영호감독의 영화적 입장이고 그는 두 작품을 찍으면서 그 점을 중요시 했다. 

권오진(). <독자원고> VHS,베타맥스의 화질 비교.148~149쪽 

비디오 관계의 서적 등에서 흔히 '기본설계'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것은 홈비디오를 최초로 개발할(148)당시에 기본적으로 설계했던 형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당시 베타맥스의 기본설계는 1시간,VHS의 기본설계는 2시간이었다. 

149쪽 

그렇다면 한마디로 VHS와 베타맥스의 어느쪽의 화질이 더 좋으며 그 차이점은 어떤 것일까? 안타깝지만 현시점에서는 그 해답을 명확히 단정지을 수 없다. 위와 같은 녹화여건으로 추정한다면 보편적인 상황(VHS의 표준모드와 베타맥스의 베타 2)하에서는 베타맥스보다 VHS쪽이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양쪽의 화질을 비교해보면 각 방식나름의 특성은 느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우열을 판정하기란 지극히 어려움을 알게된다. 두 방식의 차이보다는 오히려 동일한 방식중에서도 제조회사나 제품모델에 따르는 화질의 차이가 오히려 큼을 알 수 있다. 구태여 결론을 끌어내자면 베타맥스쪽은 색채가 선명하고 윤곽이 명료한 반면 화면 전체가 약간 거친 느낌이 들도 VHS쪽은 색조가 훨씬 자연스럽고 전체적인 화면은 베타맥스보다 보다 부드럽고 유연함을 느낄 수 있다.   

김정은(). 더블 제작, 어디서부터 문제인가. 66~69쪽 

66쪽 

현재까지 문공부에 등록된 포스트프로덕션사만해도 38개사로 82년부터 이들이 제작해낸 프로테이프는 약 2천편에 달하고 있다.지금도 매달 5,60여편의 새로운 테이프가 청계천 도매시장으로 흡수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면서부터 같은 내용의 프로가 제명을 달리한 최신프로임을 행세하며 비디오시장으로 끼어들고 있다. 

67쪽 

자켓이란 상품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로,그 상품이 어떠한 내용이 기록된 것이라는 것을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전달시켜주어야 하는 것은 자켓이 갖(67)고 있는 기능적인 구실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이다. 비슷한듯 하면서 게걸음 걷는 줄거리 요약이나 프로 내용에 삽입된 장면들이면서도 각기 다른 사진 사용, 유추해낼 수 없을 만큼 다른 제명, 등 문제의 프로를 비교해볼 때 모니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이 같은 프로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미아리에 있는 미화비디오 숍의 경우 고객들이 중국무협 영화를 많이 찾는 편이라 신프로를 구입할 땐 늘 중국무협물에 우선하고 있었다. "얼마전 삼부에서 나온 신프로 '무림최고수'가 대여 나갔는데, 고객이 들고와 여서 빌려다 본 것이라고 해요.사실 저도 그 프로를 모니터하지 못하고 그냥 대여를 했지만 그럴리가 없다고 옥신각신하다 그 뒤로 대여나간 '불귀곡'이 들어와 모니터해보니 똑같더라고요.(후략)" 

심우일(1994.10). 무협 비디오 대해부-뿌리에서 줄기까지.<비디오무비>344~350. 

344쪽 

살펴보면 80년대 중반쯤 밀어다친 장편 무협 비디오 바람은 특수했던 시대상황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중략) 젊은이들과 샐러리맨들은 냉소적인 규방의 문화 속으로 침참하였고 이 규방의 깊숙한 상에서 내상의 상처를 달래며 현실을 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를 갈망하였다. 이들 젊은이에게는 규방 밖의 현실적인 모든 대상들이 거짓이거나 부정적으로 보였으며 이러한 자기만의 깊은 공간 속에서 비디오를 볼 때만 이들은 광포한 세상밖을 잊을 수 있었고, 비디오에서 전개되는 도원경과 결코 현실이라면 이루어지지 않을 사회관계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기구한 사연으로 대중문화에 착상된 무협비디오는 오늘날 하루에 2~3편을 붙여보는 시청 양식인 호보비디오쿠스를 탄생시키는 맹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장세진(1994.8). 극장에선 울고 비디오 시장에선 웃는다.<비디오플라자>. 418~419. 

418. 

비디오에는 그 자체만이 갖는 특성이 있다. 영상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비디오는 다른 문화 현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류를 안고 있어, 근접 문화아 확실한 변별성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비디오라는 매체가 주도하기도 하고 비디오매니아라는 향유 계층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인접문화와는 확실히 다른 비디오문화의 변별성을 찾아 생각해 봄으로써 비디오문화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93년 여름, 흥행 챔피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무지막지한 홍보전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극장에서 이루지는 못했다. 명불허전이라는 옛말이 고스란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배우의 지명도와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액션 장면이 관객의 외면 속에 시든 꽃이 되었다. 그러나 비디오로 출시된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극장에서의 변모와는 180도 바뀐 결과를 보여준다. 단지 비디오라는 그릇에 옮겨진 이 작품은 렌탈 순위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실감시킨다. 

'극장 성공 비디오 보증수표, 극장 실패 비디오는 미지수'. 극장 개봉에서 성공한 영화가 비디오로 실패할 확률은 전무하다. 그러나 극장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비디오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더욱 확고히 뒷받침해주는 예가 있다. 홍콩 sf무협물이 그 증거이다. 홍콩 영화가 우리 영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헐리우드 다음일 정도로 크다. 특히 91년 '동방불패'이후 불어닥친 홍콩 무협영화 붐은 해일을 연상시킬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심지어 한국시장을 겨냥해 작품이 제작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도는 93년을 기점으로 우리 극장가에서는 홍콩 무협물이 현저한 퇴조 경향을 보이며 관객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다. 100억을 들여 호화 제작했다는 '의천도룡기'를 비롯하여 '태극권' '남태권 '백발마녀전'등 많은 작품들이 별 성과없이 극장에서 내려져야 했다. 하지만 비디오로 그 자리를 옮기고 나면 극장(418) 에서의 양상과는 전혀 다르다. 홍콩 무협영화는 곧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이다. 몇몇 작품만이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개의 작품들이 왕성한 인기를 얻으며 판매와 렌탈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이다. 극장 관객을 확보하지 못한 홍콩 무협영화가 비디오에서는 확고부동한 매니아층을 잡아두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극장 관객과 비디오매니아로 대별되는 두 영화 향유 계층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라 할 것이다. 419. 

419 

공간의 문제에서 관객과 매니아는 생성된다. 두 향유 계층의 구분을  따져보기에 앞서 우리는 하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두 계층을 선을 긋듯 분리하기가 난감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 관객과 비디오 매니아는 동일한 한 사람이 양쪽에 소속되어 있을 개연성이 너무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딜레마에서 실마리를 풀어볼 수도 있다. 스크린에 매료된 관객일지라도 비디오를 보는 사람이 있고, 거의 모든 영화를 비디오로 보면서도 월중행사나 연중행사로 극장을 찾는 사람이 있고, 극장에서는 일년 내내 가지 않으면서 비디오로 거의 모든 영화를 섭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 부류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전혀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상의 관계에서 볼 때 관객과 매니아의 구분은 확연하지는 않지만 영화매체를 선호하는 사람이 어느쪽에 많을 것인가는 분명해진다. 또한 영화광들은 하루에 몇군데의 극장을 찾느니보다 여러편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기를 원한다. 

영화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이면서도 극장과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하게 되면 대중적인 것과 더 대중적인 것으로 나뉘게 된다. 고급과 저급의 분리는 아니다. 더 대중적인 비디오의 경우 극장에서 외면받았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작품성보다는 흥미성이 강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비디오용 영화야'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비디오에서만 성공할 영화가 따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극장 실패,비디오 성공'은 더 대중적인 비디오 수요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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