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은 손으로 이루어진 복제에 대해서는 이것을 위조픔으로 낙인찍음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완전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기술적 복제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기술적 복제는 원작에 대해서 수공적 복제보다 더 큰 독자성을 가진다. 예컨대 기술적 복제는 사진에(45),서는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렌즈로는 포착되지만 인간의 육안에는 미치지 못하는 원작의 모습들을 강조해서 보여줄 수도 있고, 또 확대나 고속촬영술과 같은 기계적 조작의 도움을 받아 자연적 시각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이미지들을 포착할 수 있다. 이것이 첫째 이유이다.둘째,기술적 복제는 원작이 도달할 수 없는 상황에 원작의 모사를 가져다놓을 수 있다. 기술적 복제는 원작으로 하여금 사진이나 음반의 형태로 수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해준다.사원은 제자리를 떠나 예술 애호가의 작업실에서 수용되고,음악당이나 노천에서 연주된 합창곡은 방 안에서 들을 수 있게 된다. -45,46쪽
복제기술은 복제된 것을 전통의 영역에서 떼낸다. 복제기술은 복제를 대량화함으로써 복제 대상이 일회적으로 나타나는 대신 대량으로 나타나게 한다.또한 복제기술은 수용자로 하여금 그때그때의 개별적 상황 속에서 복제품을 쉽게 접하게 함으로써 그 복제품을 현재화한다.-47쪽
사물을 자신에게 보다 더 "가까이 끌어 오려고"하는 것은 오늘날 대중이 지닌 열렬한 관심사이며,모든 주어진 것의 일회성을 그것의 복제를 수용함으로써 극복하려고 하는 경향이 바로 그 관심을 나타낸다.대중이 바로 자기 옆에 가까이 있는 대상을 상속에, 아니 모사 속에,복제를 통하여 전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날이 제어할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중략)상에서는 일회성과 지속성이 밀접하게 서로 엉켜있는 데 반해, 복제물에서는 일시성과 반복성이 긴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50쪽
복제된 예술작품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복제를 겨냥해서 제작되는 예술작품의 복제품이 되어가고 있다. -52쪽
영화의 경우 기계적 복사는 문학이나 회화의 경우와는 달리 대중 보급을 위해서 외부에서 부과된 조건이 아니다. 영화작품의 기술적 복제는 바로 영화작품의 기술 속에 내재되어 있다.영화의 이러한 기술은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영화작품의 대량 보급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대량보급을 그야말로 강요하는 것이다.영화의 기술이 대량 보급을 강요하는 이유는,영화의 제작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테면 한 폭의 그림을 살 수 있었던 개인이 이제는 더 이상 영화를 살 수 없기 때(52)문이다.-52,53쪽
제의가치 자체는 예술작품을 은밀한 곳에 숨겨두기를 요구한다.예를 들면 어떤 신상들은 밀실에서 승려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고 있고,어떤 성모상은 거의 일 년 내내 베일 속에 가려져 있으며 또 중세 사원의 어떤 조각들은 지면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여러 예술 활동이 제각기 의식의 모태에서 해방됨에 따라 예술 활동의 산물들이 전시될 기회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시가치의 문제.-54쪽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은 예술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이를테면 피카소와 같은 회화에 대해서 가졌던 가장 낙후된 태도가 채플린과 같은 영화에 대해 갖는 가장 진보적 태도로 바뀐 것이다.여기서 진보적 태도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바라보고(80)체험하는 데 대한 즐거움이 전문적인 비평가의 태도와 직접적이고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80,81쪽
영화가 펼쳐지는 영사막과 그림이 놓여 있는 캔버스를 한번 비교해보자. 영사막 위의 영상은 변하지만, 캔버스 위의 그림은 변하지 않는다.캔버스 위의 그림은 보는 사람을 관조의 세계로 초대한다.그는 그 앞에서 자신을 연상의 흐름에 내맡길 수 있다. 그러나 영사막 앞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영화의 장면은 눈에 들어오자마자 곧 다른 장면으로 바뀌어버린다. 그것은 고정될 수 없는 것이다.영화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의 연상의 흐름은 그 장면의 변화로 인해 이내 중단되고 만다. 영화의 충격효과는 바로 이러한 데에 그 근거를 두며,또 이러한 충격효과는 다른 충격효과가 모두 그러한 것처럼 단단히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는 상태(Geistesgegenwart)에서만 받아낼 수 있다.-89쪽
사람들이 영화에서 개탄하는 것은,예술 애호가가 예술작품에 정신집중의 태도로 접근하는 데 반해 대중은 예술작품에서 정신분산(오락)을 찾는다는 점이다.대중에게는 예술작품이 오락의 한 계기이고,예술 애호가에게는 경배의 대상이라는 것이다.-이 문제는 보다 자세히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정신분산(Zerstreuung,distraction)과 정신집중(Sammlung,concentration)은 서로 상반된 개념이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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