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수용자를 구성하기  

 "Daddy,where's the FBI warning?" -Constructing the video spectator (2001) 72~81.

Ina Rae Hark (ed) Keyframes : Popular cinema & cultural studies 

하크는 1990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매컬리 컬킨의 영화 <나홀로 집에 home alone>를 통해, 비디오 세대의 문화적 특성을 고찰하고 있다. 영화 <나홀로 집에>의 텍스트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이 아티클은, 먼저 1980년대 가족문화와 미국 사회의 현실을 돌아본다. 80년대 레이건 정부의 '가족'에 대한 시각을 설명하는 그는, '홈'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통해, 홈 외부의 존재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며, 그러므로 홈 내부를 지켜야하는 시민의식을 고취시켰던 당시 사회적 현실을 복기한다.  

특히 사회 현상과 영화적 현실을 견주어 볼 때, 홈 비디오 세대가 태동하는 1980년대에, 힘을 가진 영리한 소년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들이 큰 흥행을 거두었다. 그는 <이 티>를 비롯해 <백 투 더 퓨처>, <터미네이터2>,<프리 윌리>등등을 거론한다. 그러면서 <나홀로 집에>는 비디오 시대에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으로서, 특히 그 정체성을 대변하며, 실제로 비디오 소비의 중심에 있던 아이들이 '영웅화'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이런 홈 외부/내부의 경계 긋기와 그런 경계의 작동을 통해,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실은 가족에 대한 기능과 그 기능에 대한 정상화의 요구일 것이다. 이런 맥락 가운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표적 영화들의 배경을 보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 그 안에서 혼자 역경을 이겨나가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주요한 영화의 서사로 작동한다. <나홀로 집에>는 바로 이런 서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비디오 테크놀로지는 홈 외부-불안함 홈 내부-안전함의 이미지 경계 속에서, 가정이라는 공간 안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집 밖의 은신처란 없으며, 그럼으로 안전한 집이란 이미지를 구성하게 되는 미국 사회 현실 속에서, 집에서 편안하게 비디오를 보는 케빈(매컬리 컬킨)의 모습은 환유적이다.  

76쪽 "비디오의 형태로 영화를 집으로 가져오는 것은, 일정한 방어막에 둘러 싸여진 집이라는 공간을 (집 외부의 위험한 존재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대비 행위에 덧붙여진 것이다. " 

이 영화는 또한 가정 테크놀로지를 탁월하게 다루는 유능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 재미있는 장면. 케빈이 크리스마스 가족 여행에 참석하지 못한 채, 큰 저택에서 혼자 첫 날을 보내게 될 때, 한 행위를 보면. 그의 형에 사물함에 숨겨진 플레이보이를 보고, 먹지 말라고 요구받는 불량 식품을 먹는다. 또, 보지 말라고 하는 비디오를 시청한다. 1938년 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더렵허진 얼굴의 천사들>을 패러디한(이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패러디 영화 (Angels with Filthy Souls)를 시청하는 케빈. 나중에 이 작품을 시청하는 행위는 '아이'란 보호받아야 할 주체가 자신의 집을 혼자 보호/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한 기술로 나타난다.   

  

Jerslev, A.(2001). 'Video nights'. Young people watching videos together - a youth cultural phenomenon. Young, 9(2), 1~17. 

 1) 이 논문을 선택하게 된 계기

  (1) 지난 논문 리뷰 및 프로포절에서 밝힌, 비디오를 통한 ‘시 / 공간의 재구조화’라는 이론에 부합한 현상들 수집

  (2) ‘비디오 나이트’라는 개념이 갖는 특이점들. 예로 들어 ‘젊은이들’만의 문화. ‘밤’이라는 시간대가 갖는 문화적 차이점의 확인

  (3) ‘비디오 나이트’라는 개념이 비디오라는 지지체와 일상생활 속 문화적 실천의 관련성을 얼마나 적절하게 묶고 있는지 판단

 

 2) 논문의 구성

  미디어ㆍ문화연구에서 그동안 진행되어 온 미디어 수용자 연구의 양상 정리 - ang과 grossberg가 논의했던 문화연구의 ‘급진적 맥락주의’의 실천, 차이와 맥락이 국면과 만나 발생하는 개개별의 문화적 특성들을 규명하는 작업의 시도 필요성 제기 - grossberg의 ‘정서적 연대’라는 개념의 설명과 이 개념이 ‘비디오 나이트’라는 연구자 본인의 개념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설명 - 연구 방법 소개, 심층인터뷰 및 문헌분석 - ‘비디오 나이트’는 무엇인가 - 본문 내용 정리 및 결론 도출

3) 연구 방법 : 심층 인터뷰 및 문헌 연구

 (1) 100명의 덴마크 학생들을 상대로, 계급을 포함한 일정 기준으로 추려내지 않은, 임의의 16명 학생들 선정하여 인터뷰 시도

 (2) 16명의 나이 분포는 10대인 14~18세 사이로 한정, 9명의 소녀와 7명의 소년으로 구성

 (3) 이른바 민속지학에서 사용하는 조사방법인 ‘참여관찰’은 시도되지 않음. 연구자는 이러한 부분의 한계를 시인, 고로 심층인터뷰는 ‘비디오 나이트’를 경험한 수용자들의 ‘기억 상태’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 그러나 연구자는 오히려 이러한 기억의 수집을 통해 개인이 ‘비디오 나이트’의 특성들을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함




4) 본문 내용 정리 및 분석

 (1) 미디어․문화연구에서 미디어 수용자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했는가 : ‘효과’ 이론에서 벗어나 ‘적극적 의미의 생산자’로서의 위상을 가진 수용자 시각의 내재, 민속지학적 연구를 통한 다양한 함의 발견. 대표적으로 데이비드 몰리 등의 학자가 시도한 다방면의 맥락 내에서 가족 구성원과 텔레비전이라는 지지체를 둘러싼 의미들을 발견하기

 (2) ‘급진적 맥락주의’의 발현 : 일상생활의 모순되고 다양한 실천 속에서 미디어와 인간의 상호관련성을 짚어보기.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의미들이 경쟁하고, 동시에 발생하며, 상호 결합하는 것이 갖는 중요성 제시. 보다 구체적이고 제한된 맥락 속에서 미디어를 통한 현대인들의 일상 속 문화적 실천을 짚어내기. ‘비결정성의 결정성’이라는 개념. 함부로 환원할 수 없는 일상 속 복잡다단함의 행위자로서 수용자를 바라보기

 (3) ‘비디오’를 단순한 지지체가 아닌 ‘미디어 환경’으로 인식하기 : 비디오는 ‘텍스트’이자 ‘콘텍스트’로 간주됨. 이런 맥락 아래 ‘비디오 나이트’는 젊은이들의 문화적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나타날 수 있고, 비디오 영화와 젊은 참여자들의 상호관련성을 짚어낼 수 있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연구자는 판단

 (4) 그로스버그의 ‘정서적 연대’(affective alliances) : 로렌스 그로스버그가 락 앤 롤을 좋아하는 수용자들의 문화적 실천을 설명할 때 썼던 개념을 연구자가 ‘비디오 나이트’를 설명하기 위해 원용함. 그로스버그는 이 개념을 통해 공동체의 포스트모던적 형태를 설명하고, 불안정하고 천박함을 오히려 자신들의 기쁨으로 즐기는 수용자들의 문화적 특성을 주목함.이 개념 속에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정서’. 그리고 이 개념은 소속의 구조와 경제를 의미함. 즉 내가 이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나타내는 의미들의 조각으로 구성됨. 이러한 문화적 실천은 ‘차이’의 생산을 강조.

 (5) ‘비디오 나이트’의 특성 정리

  ① 콜라, 감자칩, 피자, 사탕 등 패스트푸드와 음료를 소비하는 범주의 일부분인 소비 형태를 의미

  ② 인터뷰 결과, 대부분이 한 번에 3~4 개의 작품을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려 시청. 그러나 이러한 '비디오 나이트‘가 일상 속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의례. 이벤트라고 규정되기는 어려움. 대부분 이러한 현상은 우연성에 기반한 것임. 그러나 이러한 ’비디오 나이트‘를 하기로 한 이후에는, 구성원들의 꼼꼼한 계획, 즉 무슨 비디오 영화를 빌릴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진행됨. 비디오를 빌릴 때는 상호 동의가 중요함. 비디오 대여점에서 큰 소리로 무슨 작품이 좋은지를 서로 이야기하며 빌리는 행위 일어남. 그러나 이들이 자신들이 빌릴 비디오 작품에 대한 '선호된 해독’을 시도한 상태에서 비디오를 빌리는 것은 아님. 이야기를 통한 상호 의견 교류 가운데 자신들이 밤에 볼 비디오 작품을 선정한다는 특징 있음

  ③ 비디오 영화를 고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장르’에 관한 지식. 인터뷰이들은 대체로 액션, 공포 그리고 코메디류를 좋아했음. 그러나 이것은 젠더적 차이를 수반함. 여성들이 모인 ‘비디오나이트’의 경우, 멜로가 반드시 끼어 있음. 젠더적 특성으로 ‘비디오 나이트’를 보자면, ‘비디오 나이트’에서는 주로 남 - 남, 여 - 여가 모여 시청을 함. 인터뷰 결과, 커플이 있는 친구들과는 비디오 나이트를 시도하지 않음

  ④ ‘감정 경험’의 중요성 : 그로스버그의 ‘정서적 연대’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했지만, ‘비디오 나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수용자 개개인의 정서. 즉 ‘감정 경험’을 통한 ‘감정의 이윤 충족’이 완수되어야 함. 그들에게 작품의 제목이나 작품 속 내용 요약은 쉽게 잊혀질 수 있는 부분임.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무슨 비디오’를 보는가의 차원이 아닌, 함께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마련,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난 경험들의 생성임. (본문 속에서 연구자는 video nights are about nights란 표현을 사용함) 그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영화의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를 세세하게 따져보는 것보다는 “이 영화 열라 웃겨!, 그 장면 졸라 슬퍼!”와 같은 자신의 감정 유발에 더 큰 신경을 씀. 연구자는 그러나 이것이 수용자들의 지적 게으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힘. 이들에게 비디오 나이트는 학교 수업과 같은 공부의 의미가 아님

 ⑤ 비디오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 비디오 시청은 함께 참여한 친구들 간의 침묵이라는 당황스러움을 깨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특성. 비디오 시청을 통해 사람들은 ‘채팅 룸’에 있는 기분으로 대화를 하면서 비디오를 보는 습관이 자연스러움.(영화 관람과 다른 맥락) 이러한 비디오 나이트를 통해 수용자 개개인은 ‘충돌 없는 공간’에 있다고 생각. 그러나 비디오 나이트가 아주 새로운 친교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아님. 이것은 단지 아는 사이끼리 즐기기 위한 시간으로 생각됨. 함께 모여 즐기는 ‘여가 테크놀로지’로서 비디오나이트를 생각하기

 ⑥ 급진적 실용주의 : 부모 세대와 다른 시청 경험 두드러짐. 뭔가 제약된 조건 하에서 정상적인 시간을 지키며 주어진 미디어 속 시간대에서만 시청했던 부모 세대들과 달리, 청소년들은 비교적 유연화된 시간 속에서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비디오 나이트를 즐김. 미디어를 놓고 볼 때, 부모 세대와 청소년 세대 간에 일상 속 미디어의 위치는 상이한 형태를 띰. 즉 미디어가 자연스럽게 일상 속 문화적 실천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하는 비디오 나이트의 특성. 특히 영화 관람의 경우 무슨 작품을 봤는지가 중요하지만, 비디오 나이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가 더욱 중요. 그들에게 비디오를 다 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님.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더 큰 비중이 있음

 ⑦ 비디오 나이트는 중대한 ‘이벤트’는 아님 : 연구자는 비디오 나이트를 젊은이들의 중요한 일상 속 의례라고 생각하지 않음. 비디오 나이트는 파티를 갈 형편이 못 되는 소녀들에게, 주말 저녁 파티에서 이성과의 교제에 스트레스를 받는 소년들에게 대안적 시간 보내기의 실천 양태로 간주됨. 즉 비디오 나이트만을 시도하는 학생들은 없음. 그들은 자신들의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그러한 일상 속에서 계획된 일들이 진행되지 않을 때, 특히 여가의 측면에서 비디오 시청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음

 ⑧ 비디오 나이트에서 ‘취향’은 색다르게 표출 : 즉, 부르디외 식의 ‘문화자본’이 투영된 텍스트에 대한 교양이 기반된 이야기의 주고받음보다는, 액션의 경우 스턴트 액션의 문제라든지, 영화 상에서 웃음, 울음의 기제들이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잘 자극시켰냐를 두고 설왕설래를 함. 무엇보다도 비디오나이트를 통해 청소년들이 추구하는 것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Mattews, D.(2003). Media Memories : The First Cable / VCR Generation Recalls Their Childhood and Adolescent Media Viewing. Mass Communication and Society, 6(3),219~241.

 

1) 논문의 전략적 선택 과정


 ‘비디오의 사회문화사’ 연구를 위해, 국내 수용자들의 VCR 수용 경험을 살펴보는 것은 필수 작업일 것이다. VHS 테이프가 미국에서 생산 중단 되었고, 현재 가정 내에서 영화를 비롯한 영상물을 접촉할 수 있는 경로 일반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일을 내려 받는 것과 DVD 타이틀 대여 정도다. 비록 VHS 테이프의 잔재를 고려하더라도, 그 수요가 급격히 낮다는 점에서, (물론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이제 VHS 테이프를 통한 영상 관람 경험은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동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가르치고 있는 데니스 매튜스(Mattews, 2003)의 논문은, VHS 테이프와 관련된 수용 문화를, ‘추억하는 ’시점에서 진술하는 사람들을 연구 대상으로 잡았다는 점에서, 내가 수행하려는 연구 방향과 어느 정도 상응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2) 연구 방법 분석

  (1) 이론의 적용을 통해 '연구 방법'의 당위성 모색하기    

 

 본 연구에서 시도된 주요 연구 방법은 ‘자전적 에세이(autobiographical essay)’다. 그러나 이것은 본 연구를 수행한 저자 자신의 ‘자기기술지(auto-ethnography)’가 아닌, 연구 대상자들을 상대로 했다는 특징이 있다.1) 저자는 미디어 환경의 특이성이 연구 대상자의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자 이 연구 방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연구 방법과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전적 글쓰기’를 통해, 미디어에 영향을 받는 한 개인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구성하며, 그 언어적 구성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현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연구의 중요한 이론 틀로 적용하고 있는 허버트 블루머의 ‘상징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은 본 연구의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 방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일조한다. 허버트 블루머는 조지 허버트 미드와 함께 사회학 내에서 ’상징적 상호작용론‘을 주창한 대표적 학자다. 하버마스는 본 이론이 "상징에 의해 매개되는 상호작용의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는 것을 과제로 삼는"(Habermas,1981/2006,21쪽)다고 설명하면서, “어린아이가 어떻게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사회세계를 재구성하면서 전유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주로 역할행위의 구조를 설명” 하는 데 중점을 두는 본 이론의 핵심은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의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Habermas,1981/2006,35쪽). 매튜스는 블루머의 1933년 저서인 『Movies and Conduct』의 연구 방식에 착안하여, 본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블루머는 십대와 이십대 시기를 체험하고 있는 개인을 상대로 약  1,000명 이상의  '자전적 에세이’를 받아, 사회 속 개인이 유년 시절 경험했던 영화 관람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사했다. 블루머(Blumer,1933,pp.192)는 특히 연구 방법 상에 ‘자전적 에세이’를 동원하는 것은 연구 대상자를 자신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는 저자로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 질적 연구자가 가져야 할 기본 절차 확인하기

 저자는 질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연구 방법의 성찰성을 면밀히 검토하려 한다. 그가 논문을 통해 드러낸 검토의 측면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듯하다. ⓛ 연구 대상자를 어떤 요인 아래 선정할 것인가 ② ‘자전적 글쓰기’라는 연구 방법을 연구 대상자들에게 어떻게 유연하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그 이후 그들이 어떻게 ‘자전적 에세이’를 써오도록 할 것인가 ③ 질적 연구를 수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연구 상의 윤리적 측면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①의 경우, 저자는 1978년에서 1981년에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연구 대상의 일차 선정 요인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저자가 판단하건대) 1980년부터 VCR을 통한 홈비디오시스템과 케이블 텔레비전의 대중적 인기가 미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미디어 환경 안에 있는 미국의 가족과 가족 내 개인의 미디어 수용 특성을 설명하는데, 이에 의하면 연구 대상자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time shift’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될 수 있는 편리한 시청 여건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보고 싶은 케이블 네트워크에 용이하게 접근하거나,  또 처음으로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를 대여하여 보았던 세대적 특성을 경유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이차 선정 요인으로 고려된 것은 연구자들의 현재 사회적 위치로서, 저자는 연구 대상자들 대부분을 ‘매스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로 삼았다. 저자가 이런 요인을 고려한 이유는, 이들이 어린 시절 경험했던 미디어와 관련된 일화들을, 그들이 현재 공부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학’ 내의 지식적 체계와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으며, 또 이런 요인으로 말미암아 관련된 일화들을 많이 그리고 세세하게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 때문이다. ②와 ③의 경우, 저자는 연구 대상자들에게 ‘보충 과제’라는 명목 아래, 자신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미디어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기술해 줄 것을 제안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135명의 에세이를 추출했다. 저자는 아울러 에세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평소 학문적 가치관이 투영된 편견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비교적 연구의 목적에 맞는 에세이를 자유롭게 선택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연구 대상자의 ‘자전적 에세이’가 자신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공개적 평가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경우, 그러한 의견을 존중하여, 연구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며, 연구 과정 상 연구대상자의 이름은 익명으로 할 것을 주요한 지침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더 중요한 것은 에세이의 내용인데, 이 에세이가 연구자 본인이 아닌, 연구 대상자의 것인 만큼, 연구자가 연구 목적에 부합한 내용을 얻기 위한 제한 요인들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저자는 연구 대상자들에게 준 에세이의 형태를 완전히 열린 구조가 아닌, 어느 정도 구조화된 형태의 질문지 형식으로 유지했는데, 여기에는 학교를 다니기 이전 시절, 초등학교, 중 ㆍ고등학교 시절 각각 달리 겪었던 미디어와 관련된 경험이란 큰 범주 아래, 연구 대상자가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 기억에 남는 광고, 영화를 본 관람 공간의 차이(극장 혹은 비디오 대여, 케이블 프로그램) 등등의 항목이 포함되었다.

3) 연구 내용 정리 및 논문에 대한 평가 

 (1) 미디어 수용 양상의 변화

 이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을 통해 미드나 블루머가 밝히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루머는 사회와 개인이라는 구도 가운데, 개인의 생활 시기를 ‘Play Stage', 'Game Stage', 'Reference group stage'로 구분하고 있다. 이런 구분은 곧 각 영역에 맞는 개인의 사회학적 특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개인이 사회화의 과정을 겪는 가운데, '미디어'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각 시기의 구분에 따라 개인의 지각 능력과 연관된 미디어 수용 경험에는 무엇이 있었고, 그 경험을 기억하는 현재 시점의 개인들에게, 미디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되묻는 작업을 수행한다.

 먼저 ‘Play Stage'의 경우, 저자는 연구 대상자들의 3세와 5세 사이의 경험을 조사했는데, 이 시기는 연구 대상자들이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다. 조사를 통해 저자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텔레비전화', '영화화'된 이미지를 받아들이며, 그런 이미지에서 파생된 사물들, 즉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 캐릭터들을 장난감으로 갖고 놀거나, 프로그램 속 캐릭터들에 대한 흉내내기를 시도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6세에서 10세 사이로 한정된 'Game Stage'의 경우, 연구대상자들은 서서히 자기 발전의 수행과 능력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이 시기부터 미디어를 접한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주관적 놀이 문화를 떠나, 사회적 환경과의 고려를 시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미디어 수용 경험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시기를 기술한 연구 대상자들의 에피소드를 살펴본 결과,  다양한 사회적 규범과 정보들을 미디어와의 접촉을 통해 알았다고 회고한 부분이 두드러졌다고 밝힌다.2) 이는 곧 개인이 사회화 과정을 겪는 가운데 미디어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학교 교육과 더불어 미디어를 통해 사회 속에서 성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특성을 지니고, 연구 참여자들이 기술한 영화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을 보면, 젠더적 측면이 부각된다. 또 이 시기에 보다 VCR이나 케이블 텔레비전에 대한 접촉이 쉬워지면서, 부모와의 갈등도 야기된다. 부모들은 성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난무하는 영상물을 보지 못하도록 아이들의 미디어 수용 습관에 관여하는 특징을 지닌다.3)

 마지막으로 'Reference group stage'에서 드러난 중요한 특징은 미디어 수용 경험에서 고려되는 부분은 단순히 ‘개인’으로서 즐기는 놀이문화가 아닌, 학교 친구들을 비롯한 지인들과의 관계 맺기라는 것이다. 11세에서부터 16세 사이의 시기를 기술한 연구 대상자들의 에세이를 보면, 그들에게 중요한 요인은 ‘동료’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이 미디어의 내용을 선택적으로 수용할 때, 또 미디어와 관련된 경험들을 보면, 대체로 이 시기의 경우 ‘나’라는 주체는 동료들과 함께 미디어 수용 행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4) 즉, ‘나’는 동료와 함께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거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것이다. 또 이 시기에는 미디어를 수용하는 과정에 있어,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그것은 곧 부모가 가지고 있는 모럴의 코드와 미디어를 매개로 한 아이들의 정체성이 상충되는 것을 뜻한다.  

 

 

Pertierra, A.(2009). Private pleasures : Watching videos in post-Soviet Cuba.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12(2),113~130.  

 

연구 방법 소개 및 연구 대상 선정

 '매체 인류학'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  Pertierra는 문헌분석, 참여관찰이 동원된 문화기술지(ethnography)를 통해, 포스트-소비에트 쿠바 시대를 살고 있는 쿠바 현지인들의 삶을 기술했다. Pertierra는 소비자 상품으로서 VCR이 갖는 의미와 비디오 소비자의 위치를 갖는 쿠바인들의 특징을 논하기 위해, 13개월 간의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1) 산티아고 데 쿠바라는 곳의 두 공동체를 조사한 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불법 비디오 대여업을 하고 있는 60 가구를 참여 관찰했고, 그 가구 중에서 삼분의 일이 VCR을 소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생산자 연구에서 수용자 연구로

 연구자는 쿠바에 관련된 기존의 미디어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이 연구들이 주로 국가와 관계 맺고 있는 문화 생산자의 특성이나, 혁명 내부에 존재하는 저널리즘과 예술적 자유의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Pertierra의 견해에 따르면, 이러한 생산자 연구는 소비에트 연방 내부에 촉발된 페레스트로이카 현상 속 창조적 저널리즘이든지, 매체의 국가적 통제가 변화하는 중국 내부의 정치적 긴장감과 문화적 전환의 중심 요인이었던 사례를 통해, 더욱 넓어진 미디어와 사회주의의 연구 등과 공명하고 있다. 그러나  Pertierrar가 이 연구를 통해 제안하는 것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미디어가 왜 그리고 어떻게 논쟁의 중심이 되는가의 측면이다.

3) 내용 정리 및 분석

(1) 연구자는 왜 ‘수용자’로서의 쿠바인을 주목했을까 

  * 쿠바는 변화하고 있다 : ‘표면’적 쿠바를 넘어

 

 이 연구에서 연구자가 강조하는 것은 ‘쿠바’를 단순한 사회주의 국가로 보지 말라는 점이다. 그리고 표층과 심층의 관계 속에서 매체를 인식하고 이용하는 쿠바인들의 일상생활을 검토하고 있는 본 연구의 의의를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길) 1990년대 이후, 쿠바 내부의 미디어 내용 속 정치학적 이야깃거리들은 특별히 논쟁적이지 않다. 도리어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러한 논쟁적 이야깃거리를 매체에서 접촉하기보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산된 미디어 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시청하고 있다. 이들은 헐리웃 영화, 라틴 아메리카의 텔레노바스,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대중음악을 매체를 통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 대상자들 가운데 특히 젊은이들은 국영 텔레비전 방송과 라디오 방송이 지겹다고 불평한다.

(2) 쿠바 사회에서 VCR이 갖는 의미들

 

  ① VCR의 존재와 경제적 불균형의 야기 

   연구자의 조사 결과, 쿠바인들이 VCR 등의 매체를 통해 느끼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사실 그들의 도덕적, 정치적 위험을 초래하는 류의 프로그램을 본다는 것의 위험에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VCR과 VCR 대여라는 것이 공동체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을 인식하게 만드는 점이라는 것이다.  포스트 소비에트 쿠바 시대에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기술을 즐겁게 접한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② 개인의 ‘여가 행위’로서 VCR이 갖는 중요성

  요즘 쿠바에서 비디오를 통해 정치적으로 논쟁거리이면서, 국가로부터 검열을 받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극히 작은 일부분이다. 연구참여자들은 검열 받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접속하기 위해 VCR을 갖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쿠바에서 VCR은 논쟁적 매체로서 사회적 의미를 전송하는 것에 중점적 의미가 있기보다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개인이 불법적인 여가 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3) 공식 경제와 비공식 경제의 분리

                              Formal Economy

                                (국가 주도)

                              

                              Informal Economy

                           (개인 주도- 암시장 형성)







 1993년 쿠바의 경제적 위기 이후, 쿠바는 전형적 사회주의 정책에 사회주의 외부의 수단들, 자본주의적 양식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양식 도입 속에서 쿠바가 특히 국가의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으로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관광산업 육성, 미국 달러의 합법화, 보조세가 감안된 상품 판매의 확산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정작 쿠바 사회 내부의 경제적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사회학자 Susan Eckstei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에 소득 불균형 비율은 4 대 1에서 25 대 1로 증가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전환이 쿠바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했다. 쿠바인들의 여행 기회가 이전보다 많아졌고, 그들의 텔레비전 방송과 음악적 기호를 비롯한 가정 내 문화의 변혁이 이루어졌다. 또 새로운 글로벌 체제의 인식은 쿠바인들에게 더욱 중요해져, 쿠바인들은 많은 비사회주의 사회의 특성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경험은 관광이라는 것을 통해 외부인들과 접촉하면서, 쿠바인들이 그들의 물질적 지원이나 소비 취향에 영향을 주는 자원으로서, 인간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자본 및 사회 자본을 바탕으로 그들은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공식 경제라는 범주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벌인다.




 (4) 프랭크의 사례 : 집에서 비디오 대여점 운영하기

   사실상 쿠바에서 VCR을 소유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정부에서도 VCR과 관련된 소비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 통제를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VCR을 소유한 사람들은 그들의 VCR을 숨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VCR은 쿠바 내부의 사회주의적 분배 계획 안에서는 획득할 수 없는 기기이기 때문에, VCR을 획득하기 위해서 일종의 비공식 시장이 형성되거나, 여행 후 돌아오면서 해외에서 몰래 들여오는 등의 방법이 나타난다. 쿠바에서 VCR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소유자의 현재 위치가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VCR은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 쿠바인 개개인이 얼마나 가난과 싸워야하는지를 입증하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비디오 같은 것은 국가가 관할하는 비디오 숍에서 판매가 되지만, 쿠바인들은 대체로 ‘필름 뱅크’라는 곳에서 비디오를 빌려 본다. 이곳은 공동체 내 VCR을 소유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민간 비디오 대여점으로서, 이들은 이 대여점을 보호함으로써, 비공식 경제 내 불법 대여업을 유지하는데 일조한다.

 프랭크는 하바나라든지, 미국이나 멕시코 등의 영화 및 케이블 방송 등을 복사한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주는데, 연구자 본인도 연구 기간 동안 그에게 비디오를 빌려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2) 프랭크는 그의 침실 안에 비디오테이프를 보관해두었으며, 고객들이 찾아오면, 대여 가능한 비디오테이프 목록이 있는 인덱스 카드를 꺼내어 영업을 했다. 프랭크에게는 헐리웃 액션 영화, 코미디, 로맨스, 만화 및 ‘24’같은 최신 미국 드라마 등이 있었으며, 1박 대여에 미국 돈으로 18센트, 쿠바 돈으로 5페소를 받았다. 고객 관리에 있어 프랭크는 친한 이웃이나 친구에게는 대여료를 깎아주기도 했으며, 개인적으로 절친한 지인의 경우 대여기일을 넘겨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의 고객 중에는 열렬한 사회주의자, 공무원, 국가 안보 요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법을 어기고 사업을 했지만, 자식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이해되고 있었고, 이웃들에게 이러한 프랭크의 사업은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5) 야넷의 사례 : 가정생활 되찾기 - 공간과 시간의 변환

  

 연구자는 대표적인 비디오 수용자 연구 중 하나였던 Ann Gray(1992)의 영국 여성의 비디오 수용 연구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Gray는 'time-shift'라는 비디오 고유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가정 내 여성의 위치가 매체를 이용하는 데 있어 어떤 젠더적인 속성을 갖는가에 주목했다. 그 결과, 여성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 비해 여가 행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쿠바의 경우, 포스트 소비에트 쿠바 시대에서 나타난 물질 결핍과 하부 구조적 문제들은 쿠바 사회 내 가정의 근본적 문제점들을 양산한다. 휘발유 부족, 정전 사태, 주요 야채물 생산의 부족 및 오래된 기계 고장 등은 쿠바인들이 여행을 간다거나, 텔레비전 시청, 쇼핑, 영화 관람 등의 여가 생활들을 편하게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VCR 기기는 이러한 여가 생활의 장애들을 퇴치해주거나,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은 비디오가 쿠바 정부의 검열과 통제를 받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청해야하는 쿠바 개인의 상황을, 가정 속에서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비디오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 이웃으로부터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비디오기기의 보유는 개인 생활의 폐해를 가져온다는 특성이 쿠바 사회에서 나타났다. 연구자의 연구 과정 중, 여성 수용자였던 야넷의 사례가 그러했다. 그녀는 갈수록 증가하는 이웃의 관심이 부담스러워졌고, 자신의 엄마와 함께 편안하게 비디오를 시청하고 싶어했다. 야넷은 이웃에게 자신이 VCR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를 주저했으며, 이런 결과 그녀는 거실에 있던 비디오기기를 위층에 세팅하여,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가정 생활을 누리고자했다. 야넷에겐 국가의 개입이라는 요인보다 이웃의 지나친 관심과 주목이라는 부분이 더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연구자는 개인 생활의 확보, 여가 생활 속 편리함의 추구가 무엇보다 쿠바인들의 일상생활 속에 절실했다면서, 이러한 시청 행위가 국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 행위로 환원되거나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6) 결론 및 논문에 대한 평가

 연구자는 쿠바인들이 공식 경제를 통해 피해 입은 물질적 불행으로 인해, 비공식적 행위로 구성된 암시장의 활성화에 중점을 둔 것을 예로 들며, 비디오 소비에 대해 쿠바인들이 무해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연구자는 연구를 통해 비디오를 소비하는 것은 혁명적 저항의 수단이기보다는, 무해한 오락요소들을 즐기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강조하며,  쿠바인들의 일상생활 속에 깃든 심층적 요인들이 쿠바라는 국가 자체의 거시적 이미지에 가려 간과되는 것을 역설한다. 
 

 

Bjarkman, K.(2004). To Have and to Hold : The Video Collector's Relationship with Ethereal Medium. Television & New Media, 5(3), 217 ~ 246. 
 

연구 방법 분석

 (1) 문헌연구

  저자는 텔레비전 수용자 연구사에서 인상적인 민속지학적 연구를 수행했던 Morley(1982)의 주요 견해를 참조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심층면접 대상자 중 한 명인 Wendy의 사례를 통해, 몰리의 연구에서 지배적이었던 주장,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해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체득 능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반박한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선행 문헌으로 Klinger(2001)의 연구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Klinger는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는 시대에 '시네필'들이 영화를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연구했다. 또, 수집에 관련된 선행 문헌 중 Wenjamin(1958)의 에세이, 『Unpacking My Library』는 책 수집가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특성이 본 연구 속 비디오테이프 수집가들의 특성과 '수집가'로서의 일반적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언급되고 있다.

 (2) 심층인터뷰

 저자는 본 연구에서 총 세 명의 연구 대상자를 선정했다. John은 33살에 시카고 근처에 있는 공공 도서관 카탈로그 업자로 살고 있었다. 그는 16년 넘게 약 3,000장의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했다. 그는 주로 코미디물을 모으지만 그 이외에도 음악, 스포츠, 공상과학, 판타지 프로그램, 또 해외 방송 중에서는 영국 방송 프로그램을 수집중이다. 그는 4대의 텔레비전,  10대의 VCR 등을 보유하였으며, NTSC 방식과 PAL 방식이 호환되는 컨버터 또한 구비하고 있다. 26살인 Dave는 영국 북부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하며 산다. 그는 17세부터 단순한 재미로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다가, 해마다 500개 이상을 수집하는 매니아가 되었다. 위스콘신의 한 대학원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Wendy는 거실에 NTSC VHS VCR과 함께 DVD까지 구비하여, 자신만의 미디어 센터를 구축했다. 그녀는 매 시즌마다 열 편의 시리즈를 모으고, 주로 수집 대상은 십대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상과학 프로그램, 판타지 쇼 등등이다.

 연구방법의 성찰

 

 저자는 왜 이 3명을 연구대상자로 삼았는가를 본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존 및 웬디와 1994년부터, 데이브와는 1997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고로 그들의 수집품들을 수년 간 볼 기회가 있었다. 저자는 특출난 수집광들을 아무렇게 접촉하는 것보다는, 보다 면밀한 조사를 위해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이들을 통해 상세한 질문을 이끌어내길 원했고, 저자 자신도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여자와 관찰자로서의 입장을 긴장감있게 끌고 오려고 노력했음을 언급한다. 또한, 충분히 예상될 만한 결론을 대답으로 이끌어내지 않기 위해 비교적 열린 질문과 이에 상응하는 열린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밝힌다. 그러면서도 연구자 특유의 비판적, 분석적 시각이 불가피하게 연구대상자에 대한 관음증적 응시로 여겨질 수 있음을 의식하여, 되도록 연구 대상자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특정 내용은 배제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3) 연구 내용 정리 및 논문에 대한 평가

 (1) 비디오테이프 수집가들의 자기 인식 유형

  저자는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는 매니아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일정 부분 도식적인 접근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나온 개념이 Captor, Chronicler, Crusader, Competitor, Creator, Curator, Cataloguer다.

* the captor : 비디오테이프 수집광들에게는 비디오테이프를 모은다는 것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특히 영화를 수집하는 매니아들과 달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 중요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이런 수집가들에게 나오는 아카이브의 팽창 욕구 심리가 단지 유물론적 의식에 기인한 것이라는 차원을 넘어, 수집의 제도적 체계에 스며들어있는 서구문화의 선점 욕구가 반영되어 있음을 언급한다.

* the chronicler : 이들은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한다는 것이 일종의 기억의 장소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인식은 정상인들과는 다른 시청 습관을 갖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기록하는 것', 즉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이다. 연구 대상자인 Wendy의 경우 손에 VCR 리모컨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텔레비전 시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비디오테이프는 공통된 문화적 가치가 담긴 일종의 문화적 유산이 될 수 있으며, '팬덤'의 범주 안에서 그들이 서로 열광적으로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기록하고 소유한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의 '상상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 the crusader : 이들은 텔레비전을 녹화하고, 이것을 비디오테이프라는 사물에 저장함으로써, 텔레비전 방송국들의 아카이브 보존 과정의 오류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치가 폄하된 프로그램, 시청률 저조 등의 위기에 처한 프로그램 등을 다시 구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데이브는 이러한 행위가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데이브는 BBC의 아카이브 보존 행위 상에 드러난 일방적인 지난 프로그램의 폐기 처분을 우려했으며, 존의 경우 자신이 살고 있는 시카고 지역 방송 WGN이 자기 지역의 간판 프로야구팀인 시카고 컵스의 경기를 하이라이트만 보내준 부분에 맞서, 자신이 직접 경기 전체를 녹화해두는 열의를 보였다.

* the competitor : 수집이라는 행위는 어떤 사회성이 반영된다. 연구 대상자들이 말한 바에 의하면, 자신들이 비디오테이프를 서로 거래할 때는 지인을 비롯한 친구들을 일종의 경쟁 관계로 인식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쟁 구도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려는 점은 비디오 테크놀로지가 일종의 위계질서를 생성시킨다는 점이다.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는 사람 가운데 최대한 '원본'에 가까운 복사물을 갖고 있는 이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로부터' 건네 받은 테이프보다 더 높은 등급을 얻게 된다. 일종의 전문가적인 자세를 지녔다는 인식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보증되는 동안, 수집가들은 마음속으로 일정한 우월 의식이나 특권을 느끼게 된다.

* the creator : 영화를 수집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텔레비전 컬렉터들은 비디오테이프가 중요한 상징적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구 결과, 비디오 컬렉션 목록 가운데, 상업 영화를 세지 않은 것을 발견했는데, 실제로 웬디의 경우 종종 오락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많은 영화 dvd들은 공개되지 않은 채, 캐비넷 안에 들어있었다. 존과 웬디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은 비디오테이프나 dvd 타이틀이 계속해서 상업적으로 출시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기존에 누리던 결핍, 이에 상응하는 희귀본의 가치, 그리고 그것과 결부된 수요와 공급의 관계 속에서 '거래의 가치'는 비디오 수집문화에서 중요한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연구 대상자 세 사람 모두, 이러한 텔레비전 녹화와 비디오테이프 수집 및 거래 행위가 경제적인 것이 아닌, 창조적인 일이라고 느낀다. 그들은 스스로의 행위가 사적인 공간과 공공적인 공간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섞는다고 간주한다.

* the curator : 박물관이 역사를 스펙터클로 바꾸듯이, 비디오테이프 수집은 스펙터클을 역사로 바꾼다. 연구에 참여한 이들은 비디오테이프를 문화적 유물을 보존하듯이 아낀다. 온도, 자기장의 정도 점검 등 수집을 하는 과정에서 비디오테이프의 '상태' 보존에 최대한 심혈을 기울인다. 바바라 클링거가 연구한 '씨네필'들이 가정 속 영화관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하드웨어' 범주 안에 있는 홈 씨어터 기기들에 신경을 쓴다면, 텔레비전 컬렉터들은 녹화 기술의 특별함이 요구된다. 이들에게 홈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기술중심적 시각의 하드웨어의 측면은 하위 범주로 여겨진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영화를 통한 문화 자본의 차용이 아닌, 편리함과 효율이다. 이들은 텍스트 내부에 신경쓰는 것 대신에, 텍스트 외부, 즉 비디오테이프의 물질적 상태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

* the cataloguer : 연구대상자들에게 '목록 작성 작업'은 아카이브 형성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2)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본 연구를 통해 가장 흥미롭게 다가왔던 대목은 영화 수집가들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수집가들이 각자 갖고 있는 상이한 특성이었다. 특히 텔레비전 프로그램 수집가의 경우, 한국적 사례에 부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논문을 읽으면서 자주 꺼내게 되었는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은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여러 측면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저자는 결론을 통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들어오는 가운데, 이러한 기술의 변화 및 발전이 비디오 컬렉터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블루레이 디스크 개발 소개 및 VHS의 퇴락을 동시에 전하면서, 인터넷이라는 환경에서 유발되는 손쉬운 '다운로드'라는 활동이 영화와 음반 산업에서 보존과 기록의 '물질화된 정보'의 체계를 많이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본문 상의 인터뷰에도 언급되었듯이 비디오 수집광들에게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던 특권은 '희귀'에 기인하고 있는데, 상업적으로 계속 그러한 '희귀함'을 '일반화', '대중화'로 전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것을 의식하였는지, 연구대상자인 존이 새로운 취미를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해, 수용자가 갖게 되는 심정은 너무나 상식적인 부분이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인간으로 하여금, 또 하나의 '상징적 가치'가 발생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함을 열어놓기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DVD 타이틀도 이제 골동품이 되어가는 시기가 곧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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