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움직임과 정지 사이에서 발견되는 시간의 재현 中 - 1970년대 초반에 내가 영화에 관한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1초에 24(또는 대략 그쯤) 프레임으로 영사되는 영화는 언제나 어두운 방에서만 볼 수 있었다. 오직 전문가인 감독과 편집자만이 편집 테이블에 쉽게 접근하여 '자연스런'움직임의 환영을 창조하는 데 필요한 속도를 멈출 수 있었다. 20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졌고,속도의 조절 방식도 광범위하게 확장되었다.(중략)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 영화 미학은 역사적인 본류 전반에 걸쳐 직면하고 있는 뉴미디어 테크놀로지들과 그것이 생산해내는 새로운 관람 방식들에 훨씬 더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본다.-9쪽
내 출발점은 명확한 일상의 리얼리티이다.말하자면, 비디오와 디지털 미디어는 오래된 영화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열어주었다. 이러한 테크놀로지와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조우는 영화 학자에서 영화 팬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슷하다.(중략) 영화를 통한 과거로의 회귀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사용,특유한 필름 조각을 되돌리고 반복하는 가능성과 함께 발전해온 관객성에 의해 역설적으로 촉진되었다. 되돌리고 반복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영화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 속에서 영화와 시간의 복잡한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10쪽
1.흐르는 시간 中 -기계와 화학 기술이 점차 전자 기술로 향하고 보다 극적으로 디지털로 나아감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는 영화에 대한 애수 어린 반추는, 훨씬 직접적으로 영화의 실페가 물질적인 객관으로 변화하는 것을 발견했다.(중략)비디오의 발달이 영화를 위해 점점 중요해졌을지라도,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형식들은 이제 시대의 말미에 더욱 정밀하게 단일 시스템 부호들을 사용한 이진수 코드로 번역 가능케 되었다.상호 텍스트적이고 크로스 미디어적인 그 밖의 관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특이성, 즉 그것의 물질적인 기초와 시적인 것 사이의 관계는 융합된다.-22쪽
사진과 영화를 향한 테크놀로지의 충동, 순식간에 지나가는 불안정한 리얼리티와 시간의 흐름을 고정된 이미지로 저정하고자 하는 열망은 항상 생명을 불어넣었다.빛을 집중시켜서 어떻게 이미지들을 붙잡을 것인가. 그것들의 리얼리티는 인덱스적으로 그리고 기계적으로 어떻게 새겨 넣을 것인가가 항상 문제되었을 것이다.인간의 상상력은 항상 이런 종류의 기계적인 재생산의 마술적인 측면에 사로잡혀왔다.-23쪽
(중략) 새로운 삶(영화는 새로운 소비 양식들을 부활시키고 회복시켰다)은 또한 오래된 영화의 소비 방식을 변화시킨다.옛날 옛적에,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직 움직임의 환영을 창조하기 위해 적정 속도로 영사되고 주어진 이야기 시퀀스를 따라가는 영화 안에서만 한 편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이제 영사되는 영화가 가장 잘 지켜왔던 비밀인 영화의 정지성은 단순한 버튼 조작만으로도 쉽게 드러난다.또한 그것은 정지된 프레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사진의 정지성을 드러내도록 해준다. 한편으로 영화 이전의 정지성은 사진의 자리에 위치한다. (중략) 영화 이후의 정지성은 물질적인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영화와 달리 디지털에 위치하지만, 기계적이고 셀룰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움직이는 이미지를 멀티미디어의 미래속으로 가져간다.그러나 영화 이후의 매체는 영화 이전의 매체를 불러냈다.-27쪽
영화의 속도를 조작하기 위해 처음으로 힘을 발휘한 것은 1970년대 후반에 도착하고 1980년대에 기반을 잡은 비디오였다. 비록 전자 이미지의 불안정성이 이러한 경험이 가져온 흥분을 감소시킬지라도,비디오가 지배하게 된 지난 몇 십 년간의 축적된 경험은 디지털 시대로 전달되어질 수 있다.그러나 현재의 정황은 이 새로운 상호 작용적인 관객성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시켜왔다.-28쪽
새로운 모습들은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유사-박물관과 같은 상태로 이동하면서 과거 영화에 대한 이해를 또한 강화한다. 과거의 특별한 영화광,영화팬,영화 애호가를 넘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는 반면, 영화 체험은 1초에 24프레임의 질서가 주어진 속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전통적인 영화 관객의 체험으로부터는 멀리 이동하게 된다. -34쪽
일단 영화를 소비하는 과정이 몰입된 관람이라는 절대 고립(어둠 속에서 1초에 24프레임으로,외부의 침해 없이 서사적인 질서 속에 있는)으로부터 분리되자 서사의 결합력은 외부 담론으로부터 오는 압력 아래 놓이게 된다. 그것은 제작 배경, 뒷이야기, 역사와 같은(34)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관객성은 또한 서사 내부의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 특 특권화된 위계들을 뒤엎고,원인과 결과가 투여된 의미의 사슬을 대체하는 예상치 못한 연결들을 만들면서 시퀀스들은 쉽게 건너뛰거나 반복될 수 있다. 이러한 상호 작용적인 관객성은 텍스트 본래의 결합력을 공격하면서 이해와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열려지는 텍스트 분석 과정 속에서 즐거운 회상을 함께 가져온다.-34,35쪽
만일 영화를 디지털로 보는 것이 서사 붕괴의 감각에 공헌해왔다면, 디지털 편집 시스템은 영화를 보다 쉽게 인용되고 참조되게 만들었다. -37쪽
2.불확실성 : 주술 그리고 속임수의 예술 中 영화 기술이 일상 속으로 완전히 들어와서 그것의 작동들이 더 이상 신비롭지 않게 됨에 따라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들은 초현실주의자들에게 퇴출되었듯이 홈 비디오나 테크놀로지가 보여주는 평범한 리얼리티에 의해 추월당했다. -46쪽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대중적인 믿음이 증가됨에 따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환영 생산 과정의 신비와 맹신의 가면은 벗겨지게 된다. -55쪽
<시각적인 쾌락과 서사 영화>를 쓴 이후 언젠가부터 나는 대안적인 관객을 발전시키려고 애썼는데, 그러한 관객이란 페미니즘과 아방가르드라는 새로운 영화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관객들로서 그들은 관음증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크린을 판독하려는 호기심과 욕망에 의해서 추동되는 관객들이었다. 호기심, 보고 알려는 충동은 시각 문화를 요구하는 정치적인 것을 위한 유토피아적인 공간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였으며,또한 판독 과정 중의 하나는 퍼즐과 수수께끼를 푸는 인간의 오랜 흥미와 쾌락에 대해 대답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호기심이 강한 관객은 사색적인 관객의 선조이다. -252쪽
그리고 지연의 영화는 엘리트뿐만 아니라 소비의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접근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독의 쾌락을 풀어준다. 특별히 흥미로운 점은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 사이의 관계인데, 즉 지금 나이를 먹어온 영화에 대한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효과이다. -252쪽
동일한 좋아하는 영화, 동일한 특정 시퀀스, 동일한 특정 순간으로 되돌아가려는 사색적인 관객의 충동 속에는 모두 어떠한 반복(253) 강박의 측면이 있다.-253,254쪽
옮긴이의 말 중 - 멀비가 말하는 '정지'와 '지연'은 어떤 이론적인 개념이 아니다. 우리들이 흔히 집에서 영화를 보며 리모컨 버튼을 사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근사한 이미지,옛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또는 '옥에 티', 화면에서 자신만이 발견한 '겨우 존재하는 이미지',이해하기 힘든 부분 등을 다시 보기 위해 움직이는 이미지를 계속하여 정지시키거나 되돌려보는 일상적인 관람 행위를 말한다. 이를 멀미는 이 책에서 편의상 이미지를 소유하려는 페티시적인 관객과 이미지와 그 이미지의 움직임과 연결들이 만들어내는 영화 안팎의 사건들(컨텍스트)을 사색하려는 관객으로 나누고 있다. -260쪽
9. 소유적인 관객 中 - 영화적인 체험은 매우 덧없는 곳이기 때문에 앞선 순간들,이미지들, 특히 우상들을 붙잡는 데 항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영화 산업은 팬 문화가 형성되던 최초의 순간부터, 그러한 영화 자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일련의 방어물, 즉 스틸 이미지들을 생산했다. 그것은 바로 제작 과정에 대한 사건들, 포스터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핀업이라 부르는 미남 미녀의 사진들이었다. 이러한 모든 2차적인 이미지들은 영화 팬들에게 소유의 환영을 갖게 하도록 디자인되며, 그 이미지들을 통해 팬들은 되돌려볼 수 없는 영화의 스펙터클과 각 개인들이 상상하는 것 사이를 연결하게 된다. 만일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팬들은 빠져나가버리는 이미지를 소유하고 붙잡고 싶은 욕망 때문에 영화관으로 되돌아가서 같은 영화를 계속해서 보는 식의 반복적인 관람 행위를 하게 된다. (중략) 전자적인 또는 디지털적인 보기와 함께 영화적인 반복 강박의 속성은 변화한다. 영화는 지연되고 이처럼 선형적인 서사로부터 좋아하는 순간이나 장면으로 파편화되기 때문에 관객은 예전에는 붙잡기 어려웠던 이미지를 붙잡거나 소유할 수 있다.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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