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 - 사회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31
노명우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8년 10월
품절


계보학적 탐색의 목표는 미디어의 역사를 '단절'을 중시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계보학은 발전의 연속성 대신 역사에서 발견되는 단절과 불연속에 주목한다. 역사 일반처럼 미디어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단절과 불연속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역사는 매우 특이하다. 미디어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단절은 근절적 계승이 아니라,병렬적 동시성의 특성을 지닌다.책이라는 미디어와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 사이에는 분명 단절이 있지만,책 이후에 등장한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가 사회를 지배해도 이전의 미디어인 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이렇듯 미디어의 역사에는 중요한 단절이 기록되어 있지만,단절 이후 모든 시기의 미디어는 동시에 공존한다. -46쪽

미디어의 계보학을 파악하기 위해 나는 두 가지 갠며을 구별하고자 한다. 미디어는 분명 도구의 성격을 지닌다.도구의 성격을 지니는 미디어를 지칭할 때 나는 '도구-미디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한다. 도구-미디어는 특정 미디어가 도구적 성격만을 지니고 있으며 문화적 형식을 갖추지 못했음을 의미한다.인류의 역사에서 무수히 많은 미디어가 출현했지만,모든 도구-미디어가 살아남지는 못했다.-47쪽

도구-미디어가 문화적 형식을 획득하면 한 시대를 특징짓는 중요 기준이 된다. 이렇게 단순 도구-미디어에서 벗어나 문화적 형식을 획득한 미디어를 '환경-미디어'라 부른다. 도구-미디어는 개별 인간이 개인적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지만, 환경-미디어는 마치 공기처럼 개별 인간이 선택할 수 없다. 만약 공기라는 환경을 인간이 거부하면 생명체로 살아갈 수 없듯,환경-미디어화된 도구-미디어는 개인이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되도록 만드는 힘ㅇ늘 지녔다. 환경-미디어는 에피스테메적 미디어이기도 하다. 환경-미디어는 단순한 기술적 불연속뿐만 아니라 인식론적 단절 또한 불러일으킨다.-48쪽

텔레비전과 영화의 결정적 차이는 텔레비전은 방송이라는 제도를 통해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관객들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텔레비전은 말 그대로 방사된다. 영화는 영사기가 쏘는 빛을 인식할 수 있는 어두운 특정 공간 안에서만 유효하지만,텔레비전의 유효거리는 무한하다. 방송이라는 시스템과 결합한 텔레비전은 '양'이라는 개념을 일상화한다.-97쪽

파노폴리 : 파노폴리는 선물세트처럼 개별 상품이지만 특정한 맥락을 형성하는 상품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파노폴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상품을 단품으로 구매하게 되면, 그 상품과 파노폴리라는 맥락 위에 놓인 또 다른 상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나기도 한다.-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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