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논문 주제를 정하기까지, 총 4번의 '협상'과정이 있었다.(누구와? 지도교수 그리고 내 자신과) 석사 논문을 쓰기 시작할 때, 정말 멋진 학위논문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욕심은 내 글로 흐리멍텅하고 비판의식 없는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것. 나름대로 나는 그 자극에 '섹시한'이라는 수사를 넣어, 꼭 그렇게 써야지하고,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2009년 1학기 때부터 지금 쓰는 주제를 밀어붙이다가, 다음 학기, 방황의 나날을 보냈고, 지금 다시 돌아와 마음을 가다듬었다. 혹자는, 그냥 수그렸으면, 빨리 졸업하고, 얼른 다음 공부할 수 있었을텐데, 고마운 걱정을 해줬지만, 작년 가을,겨울의 방황을 나는 후회하진 않는다. 

방황의 시간 속 나는 무엇을 했을까. 일단, 이론을 정치라는 단어와 무조건 묶으려는 것에서 조금 벗어난 듯 싶다. 그 무거운 굴레. 비판하지 않는 자들이 다 미워보였던 옛 시간들. 동료들이 한심해보였고, 그래서인지, 간간히 쓴 소논문은 너무나 '태도'중심적이어서, 내 스스로는 신났으나, 내 논문을 읽어주는 분들은 신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비로소 최근에 들어서야, 내가 뭔가 잘못된 고집을 피우고 있다는 걸 몇몇 학회에 참여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늘 비판,비판이라는 개념을 강조했을 때, "oo야, 그래 네가 생각하는 비판적 문화연구..그거 맞는데..그래도 그 여백을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라는 말. 나는 그 동료들의 지적을 사실 별 탐탁치 않게 여겼다. 물렁물렁한 사유들, 뭔가 럭셔리해 보이는 '편안한'글들의 집합.  

하지만, 요즘 나를 반성하면서, 그들의 논문을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테마에 쏟아부은 그 삶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이 열정을 인정하기가 왜 그리 어려웠을까. 

지인들은 요즘 내가 쓰는 논문 주제를 보면 다 의아해 한다. 뭔가 '나답지'않다는 것. 그러나, 그럴때마다 나, 정말 한 살 먹었나. 공부나이가 정말 한 살 더 먹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 안에 자리가 잡힌다. 이제 어떻게 비판해야 할 지, 어떻게 사유해야 할 지, 어떤 논리를 추구해야 할 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보니, 이런 말이 떠올랐다. "나,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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