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히고 싶은 건 나는 '천안함'이 소속된 해군 2함대 정훈공보병 출신의 예비역이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내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천안함 관련 뉴스를 계속 녹화하고, 새벽에 일어나 언론의 2함대 관련 뉴스를 클리핑할 후배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위로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군대 언론의 역할을 하는 '정훈공보실'의 구성원들이 아직까지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살아갈 날을 걱정할 이들을 위해,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길 바란다. 군대 내 속성상,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라도, 쉬쉬할 공산이 크다는 건 비단 해군 출신이 아니더라도 군을 갖다 온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상식일 것이다. (상식이라는 표현이 비극적이긴 하지만) 

요즘 군대가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군대라는 울타리에 들어온 이상, "너희는 이제 나라를 위해 쓰일 병기란 말야"라는 훈련소 어느 장교의 말을 곱씹어보면, 군대가 환경이 좋아지는 것과, 그 장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군대 내 많다는 건 다르게 봐야 할 문제라는 건 명백하다. 누구는 기독교를 싸그리 비판할 때와 같이, '일부'를 가지고 그렇게 군대를 폄하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그 '일부'가 군대라는 명령 체계로 움직이는 시스템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천안함 사건'을 통해 시신으로 돌아온 장병들은 엄연히 '개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 '개죽음'은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군대가 그리고 이 사회가 만들어 낸 죽음이기에, 더 그렇다. 더 나아가서는 군대의 일순간 오류가 아닌, 그동안 누적되어온 군대라는 조직의 메커니즘이 방관해왔던 부분들의 폭발로 인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제기하는 '음모론', 언론이 제기하는 '음모론'이 주는 안타까운 이 현실 판단은 씁쓸함을 가중시킨다. 

군대의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정훈공보실, 더 적확하게 말해서 해군 정훈공보실이 다른 병과에서 주는 정보들을  쉬쉬하려는 데 애를 쓰고 있다면, 오늘도 정권의 엉덩이를 핥기에 바쁜 신문,방송 언론들은 팍팍 드러내기에 바쁜 것 같다. 군대는 보이는 것을 보이려 하지 않게, 군대 용어로 '싸재(사회)에 속한 언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려 만드느라 바쁘다. 그 빈틈에 무엇이 있을까. 바로 우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우리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있다.  

정말 잔인한 지적일 수 있겠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해군 지원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해군 2함대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이 더 걱정될까봐 이 사건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는 군대 간부들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와 같은 사병 출신들이 소속 부대에 대한 얼마나 큰 애착이 있겠나. 사병을 나온 우리와 같은 이들에게 어느 부대를 나왔다는 건, 전역을 해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술자리 때 맛난 반찬격인 '향수'용으로 쓰일 따름이다. 단, 이런 충성심의 층위와 달리, 군을 업으로 하는 자들에게 책임을 모조리 전가하는 것과 달리, 군대 안에서 '조국'이라는 이름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령관 이하 간부들이 분명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부탁이 아닐까. 

그런데, 지금 그들이 너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2함대 작전실 벙커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사실상 각 해군 병과 중 가장 낮은 영관 계급을 가진 정훈공보실장의 사무실에서 작전과,감찰실,법무관 등등의 영관장교들은 점심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나는 함부로 예단하지 않겠다.  

나는 큰 것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윗 분들이 지금 실신하고 오열중인 저 가족들의 마음을 '인간'의 모습으로 봐주길 바란다.  희생당한 장병들을 병기가 아닌, 전역을 한 달 앞두고, 가족의 뒷바라지를 위해, 소소하게 살았던 한 인간으로 대우해주길 바란다. 그랬을 때, 그들의 죽음은 2함대의 손실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지금 이 사회의 현실이 이랬음을 공유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간 안에서 보상금이니, 성금모금이니하는 '처리'의 언어들이 넘쳐나는 것은 "이제 이 정도면 되지 않겠냐"는 현실주의를 가장한 또 다른 회피일지 모른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침몰당시 신속하지 못한 구조로 인해 많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생명같다는 군대의 보고 체계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외부의 공격으로 침몰된 것이라면은 국방부와 국군에게는 

중대하고 치명적인 오점이 될 것입니다. 

무능하거나 정직하지 않은 군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물에 잠긴 배 안에서 끝까지 사투를 벌였을 천안함 승조원들과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가족들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모든 진실이 명백하고 완전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길만이 바로 한없이 떨어져버린 군당국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며 피끓는 청춘을 조국에 받치고 있는 60만 국군장병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길이고 역사의 퇴행을 막는 길일 것입니다. 

정부가  천안함 순직 병사들에게 전사자에 준하는 최고의 

예우를 갖추기로 한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티끌만큼의 의혹도 없이 모든 진실을 밝히는 것 만이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살고자 했던 

젊은 넋들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의 마지막 멘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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