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딴지일보에서 마련한 경기도지사 후보자들의 토론회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생각보다 많은 '까임'을 당한 것 같다. 몇몇 대형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니,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MB와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같았다. 3퍼센트. 그렇다. 현실적으로 , 그렇다고 숫자라는 것이 그 현실을 다 아우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3이란 숫자는 진보신당이 가진 현실이며. 또 상징이기도 하다.  

정치에 해박한 몇몇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진보신당이 올해가 고비이지 않겠나랴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가늠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그런 묵시록적 발언들을 지지자들로부터 들으니, 가슴이 싸했다. 좀 엉뚱한 발상인지 모르겠지만, '선거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이 못난 MB를 몰아내자라는 심리가 정말 그렇게 커 있다는 현실이 때론 이 MB가 바라는 건 아닐까라는 걸 한 번 더듬거려 봤다. 이 발상은  MB를 그냥 이대로 두자라는 말이 아니라, MB 스스로가 과하게 부상됨으로써, 이 모든 구조적 모순들 자체가 사람 하나의 모습에 담겨 싸그리 퇴색되는 순간이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솔직히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은 대중들일지 모른다. 대중들이 원하는대로 단일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로 한나라당이 깨갱거리는 순간이 왔을 때, 그 순간으로 인해, 대중들의 지지를 힘입은 그 자들이 '정신차렸다'는 그 진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오직 하늘에 계신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오십보백보다,라고 말을 푹 던져놓고 그 차이가 주는 진지전을 시도해려 보는 이 진보의 전략이 마냥 옳은 건지는 사실 확신이 안 선다. 

진보신당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지만, 보이지 않은 게 문제며, 이 '보이는 무엇'을 좋아하고, '당장 보이는' 무엇에 환호하는 이 사회에서, 진보가 늘 내세우는 '아름다운 차선' 혹은 '미래를 위한 열심과 최선'에 사람들이 '지치고 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인 듯하다. 

그래서 지식인들은 '생활정치'라는 개념을 데리고 와서, 강조하며, 로컬에, 풀뿌리에 정치인들이 투신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즉, 뜬구름 잡는 진보가 되지 말고, 생활 =현실이니, 현실적 안목을 키우라는 건데, 그런 지적이 나오는 건 사람들의 마음을 바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오래된 진보의 성찰 상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딜레마는 어디 생활이 현실로만 이루어지겠냐는 것. 그래서 진보신당이 내세우는 공약을 받치는 언어들이 그렇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는 대중들에게, 정말 현실이 무엇이며, 이상이 무엇인지를 묻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 아니겠소라는 그 쉬움을 늘 강요하는 대중들이 이상을 가장 멀리 하는 태도로 위안을 삼는 것, 거기서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너무 변덕스럽게 조정해버리는 대중들의 태도도 정치꾼들을 욕하는 만큼이나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너희들 때문에 일 그르쳤잖아라는 말이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의 유행어가 되지나 않을지, 그래서 진보가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아예 주저앉는 것은 아닐지, 착잡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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