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의 시대 - 대통령을 만든 미디어 권력
제니스 펙 지음, 박언주.박지우 옮김 / 황소자리 / 2009년 2월
절판


테라피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사람들은 이 해방의 약속 이면에 사회통제,즉 "표준화"라는 세련된 전략이 자리한다고 주장한다.이것은 심리학이 의사,정신의학 전문가,형법체계,교육기관 등의 수단을 통해 어떻게 "표준화된 주체"를 양산해내는지에 대한 미셸 푸코의 비판적 토대이기도 하다. 니콜라스 로즈는(44)푸코의 시각을 빌려 19세기 후반부터 소위 '정신수양'의 '이론적,실질적 기술'이 돼온 심리학은 '인격의 형태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정치권력의 행사 방식에도 변화'를 몰고왔다고 주장한다. 심리적 정신수양은 '주관적 해석의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도 근본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1998,11,13).-44쪽

'심리학적 수양'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과학적 합리성을 현실 문제에 적용한다는 진보적 계몽주의 관점 안에서 그 틀을 형성한 뒤, 개인을 사회 구성의 한 요소로 보는 자유주의적 정치철학에 힘을 입었다. 따라서 심리학적 수양이란,사회질서 유지와 진보라는 과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개인들의 문제에 과학적 지식을 적용시키려는노력에 다름 아니었다.다시 말해 심리학적 수양의 역사는 개인과 사회질서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명하기 위한 시도의 연속이었다.-46쪽

이 관계는 주로 단선적 인과관계로 표현하곤 하는데, 추상적이면서 독자적인 과정이(예를 들면 '근대화','문명화','합리화'와 같은 과정)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그 과정에 개인이 순종하고 종국에는적응한다고 보는 경우와 사회를 개인의 특성과 행동의 집합체로 이해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두 경우 모두에게 모든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주체는 개인이 되고 만다. 즉 모든 사회적 문제는 개인이 자신과 무관한 자연스럽고(또는)불가피한 역사적 과정에 적절히 적응하지 못했거나 이들의 심리적 결함이 합쳐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역사적 진보를 위협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그래서 테라피 이론과 실천강령들은 개인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조종하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이렇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이끌어내면 사회적 문제들이 개선될 것이라는 가정이 밑밭침되는 것이다.-46쪽

회복,레이거니즘 그리고 가족의 위기 : 동반의존 진단은 남녀 갈등을 개인 심리 및 개인 간의 관계에만 한정함으로써 이 갈등을 탈정치화시켰다.그 결과 여성에게 독립성과 능력이 결핍된것은 불평등한 정치경제적 질서의 결과가 아닌 가족병의 결과로 인식된다.회복 패러다임과 레이건 이데올로기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이다.회복운동이 레이건 정부 시절 폭발적으로 유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회복모델의 골자인 '문제가족'과 상처받은 자아가 레이거니즘 이데올로기의 핵심 논점인 '가족가치의 붕괴'및 '무책임한'또는 '비도덕적'자아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162쪽

회복운동이나 레이거니즘의 입장에서 볼 때 가정의 비정상적 문제는 모든 질병의 온상이다.따라서 그 치유책은 가족이라는 제도를 소생시키는 데 있었다.즉 가족의 가치를 부활시키고 그 가치가 다시 '문제를 개선하고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만드는 것이다.(중략)그 결과 알코올 중독,약물 남용,각종 중독,이혼,가정폭력, 아동학대, 범죄 심지어 빈곤의 문제까지도 소위 이 문제 가족에게서 시작된 것으로 간주되었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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