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과 연계 학문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당신의 저서 <구별짓기>는 사회학이 사회정신분석학과 흡사해지는 것은 사회학이 기호와 같은 대상에 직면할 때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그 뒤를 이어 통계표와 설문조사 요약, 그리고 발자크나 졸라, 프루스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문학적 유형의 분석이 나온다. 그 두 양상이 어떻게 분절되고 결합될 수 있는가?-32쪽
그 책은 소수의 케이스에 의존하고 있는 민족지학적 관찰과,관찰된 케이스들을 존재하는 모든 경우의 우주 속에 위치시켜 그 규칙성을(32) 성립시켜 주는 통계학적 분석이라는 두 양식의 지식을 통합하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이다.예를 들어 부르주아 식사와 민중의 식사 사이의 대조적 성격은 다음과 같은 항구적인 특질들로 요약된다.민중들이 행하는 일체의 소비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기능이다.음식물의 경우 음식물은 든든할 것을, 속을 채워 주기를,스포츠에서 요구하는 힘(보디빌딩의 단련된 근육들)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부르주아의 경우 우선권은 형식(격식을 차린다)에게 돌아간다. 형식의 우선권은 기능을 억압하고 검열하는 일종의 미학화를 내포하는 것으로,이것은 포르노그래피를 부인하고 승화시키는 에로티시즘이나, 기능에 우선한 형식의 특권으로 정의되는 순수 예술에서 잘 나타난다. 강우량 측정의 통계학 자료처럼 그저 엄격하게 확인된 자료들을 실제로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적 분석,(심하게 표현하면)문학적 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질적 분석은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관찰된 모든 실천들의 원칙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32,33쪽
사회학자의 모순 중 일부 - 경험주의 이론은 현실로부터 구조를 차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건설주의 이론은 대상을 구축,건설함으로써만이 대상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통적으로 서로 대립해왔다.(중략) 사회계급이나 사회적 분화란 학자나 기타 사회적 행위자들에 의해 구축된 하나의 구성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계급의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은, 사회 계급은 사회학적 구성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들에 의하면 사회 계급을 만들어 내려는 학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 계급이 존재하는 셈이다.-96쪽
사회적 세상에 대한 재현은 현실 속에 이미 존재하는 분류를 단순히 기록한 것일까,아니면 분류적 도구를 적용해서 얻어진 건축물일까? 행위자들은 일생 동안 스스로를 분류하면서 살아간다. 그들은 이미 그 자체로 분류된 사물들(행위자의 계급에 결부된 사물들)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행위자들은 타인들을 분류하면서 일생을 살아간다. 타인들이란 그 행위자들이 분류한 대상을 자신의 것으로 적용시켜 감으로써 스스로를 분류하는 사람인 것이다.따라서 연구 대상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상의 분류 그 자체이다. -102쪽
청춘은 단어에 불과하다 중 / 청춘과 노년을 논리적으로 분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권력의 문제,공유한다는 의미에서 권력 분할의 문제이며, 이것은 다른 영역(性)에서 도 나타난다. 연령(성,계급)에 따른 분류는 경계선을 긋는 일로서, 각자가 스스로의 자세를 정하고 자신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하나의 질서를 생산하는 일이다.-158쪽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청춘과 노년 사이의 경계는 단순히 젊고 나이 들었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나이 든 이들 사이의 투쟁을 통해 사회적으로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적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의 관계는 복합적이다. -158쪽
여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 / 여론조사가 내포한 세번째 전제는, 만인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합의, 즉 그것이 질문을 던질 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라는 하나의 동의를 암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241쪽
모든 경우에 있어서 힘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 힘을 행사하는 사람의 권력의 합법화를 목적으로 하는 담론을 동반한다는 것, 이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힘들의 역학 관계는 그것이 은폐되면 은폐될수록 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중략)오늘날 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라는 발언의 등가물은 곧 여론이 우리와 함께한다이다. 여론 조사가 행사하는 근본적인 효과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하나의 통일된 의견이 존재한다고 생각하(243)게 만드는 것,그것은 하나의 정치적 합법화이며 그 정치를 형성시켰던 힘들의 역학 관계,혹은 그 정치를 가능하게 만든 힘들의 역학 관계를 강화하는 일이기도 하다.-243쪽
여론 조사의 효과는 질문을 부과한다는 단순한 사실에 의해 도덕적인 응답을 정치적인 응답으로 변형시킨다. -245쪽
여론 조사가 제기하는 질문들은 응답자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제기하는 질문이 아니라는 사실,여론 조사에서 얻어진 응답들은 다양한 사회적 범주의 응답자들이 현실에서라면 기꺼이 대답하게 될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248)고 해석된다는 점, 이것이 바로 모든 여론 조사와 모든 정치적 질문(선거 여론 조사)의 유발시키는 문제 부여 효과이다. -248쪽
여론이 형성되는 상황,특히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기존에 형성된 의견들, 달리 말하자면 특정 사회집단들이 지지하는 여러 의견들과 직면하게 된다.따라서 그 의견들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곧 상이한 의견을 주장하는 사회 집단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된다. 이것이 위기 상황이 생산해 내는 정치화 효과 원칙이다.(중략)실제 상황에서 의견들이란 곧 힘들이다. 의견들의 관계는 여러 집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힘들의 갈등인 것이다.-250쪽
여론 조사는 이미 형성된 의견들에 대해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며 또 그렇게 생산된 의견들을 단순히 통계학적으로 취합해서 여론이라는 인공물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설명했을 뿐이다.-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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