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혁명
레이먼드 윌리엄스 지음, 성은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구판절판


2장 문화의 분석 중 일부를 옮겨본다 / 문화의 정의에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범주가 있다. 첫 번째는 '이상'이라는 정의로서,문화는 절대적이거나 보편적인 가치의 견지에서 인간의 완성 상태 혹은 완성 과정이다.이러한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문화의 분석은 본질적으로 삶과 작품들 속에서 영원한 질서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혹은 보편적인 인간 조건에 대해 영속적인 관련을 갖는 가치들을 발견하고 묘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록'이라는 정의로서 ,문화는 세밀한 방식으로 인간의 생각과 경험을 다양하게 기록하는 지적이고 상상력이 깃든 작품의 총체이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문화의 분석은 비평활동이며, 이를 통해서 생각과 경험의 본질, 언어의 세부 사항들, 이러한 것들이 작동하는 형식과 관례 등을 묘사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83쪽

그러한(83)비평은 '이상'의 분석,즉 '이 세상에서 생각되고 씌어진 것 중 최상의 것'(매슈 아놀드의 말)의 발견에서부터,전통에 관심을 두면서도 연구되는 특정한 작품(연구의 주된 목적은 작품을 명확하게 해주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강조하는 과정을 거쳐, 특정한 작품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 그것들을 그 작품들이 출현했던 특정한 전통이나 사회와 연관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역사적 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84쪽

마지막으로 문화에 대한 '사회적'정의가 있다. 이 경우 문화는 예술이나 학문에서뿐만 아니라 제도나 일상적 행위에서 어떤 의미나 가치를 표현하는 특정한 삶의 방식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문화의 분석은 특정한 삶의 방식,특정한 문화 내에서 명시적으로 혹은 암시적으로 드러나는 의미와 가치들을 해명하는 것이다.그러한 분석은 이미 언급한 역사적 비평을 포함할 것이며,이때 지적이고 상상력이 담긴 작품들은 특정한 전통이나 사회와 연관되어 분석될 것이지만,문화에 대한 다른 정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문화'가 아닌 삶의 방식의 요소들 - 즉 생산의 조직,가족의 구조,사회관계를 표현하고 지배하는 제도들의 구조,그 사회구성원이 의사소통하는 형식들-에 대한 분석도 포함할 것이다. -84쪽

또한 그러한 분석은 '이상'에 대한 강조,즉 절대적이거나 보편적인,혹은 적어도 고상하고 비천한 의미와 가치들을 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생활방식을 구명하고자 하는 '기록'적 측면에 대한 강조를 거쳐,특정한 의미와 가치들을 연구함으로써 이것을 하나의 등급표를 만(84)드는 방식으로 비교한다기보다는 그들의 변화 양식을 연구하여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하나의 전체로서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법칙들이나 경향들을 발견하고자 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다.-84,85쪽

과거의 시대를 연구하는 데서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특정한 장소와 시간의 특성을 체감하는 것-다시 말해서 특정한 활동들이 하나의 사고방식,생활방식과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가를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한 삶의 조직에 대해 기본 윤곽 정(91)도는 꽤 복원할 수 있다. 심지어 프롬이 '사회적 성격'이라 부르는 것, 혹은 베네딕트가 '문화의 패턴'이라고 부르는 것까지도 복원할 수 있다. 사회적 성격-행동과 태도의 가치체계-은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배운다. 그것은 이상인 동시에 양식이기도 하다. 문화의 패턴은 하나의 뚜렷한 조직,하나의 생활 방식을 만들어내는 이해관계와 활동들의 선택과 설정이며,그에 대한 특수한 가치 부여이다.그러나 이런 것들도 우리가 복원해내면 보통 추상적인 것이 된다.그렇지만 아마도 우리는 또다른 공통요소,그러니까 성격도 패턴도 아닌,말하자면 이러한 것들이 체험된 실제적 경험에 대한 감각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 실제적 경험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사실 우리는 어떤 시대의 예술에서 그러한 접촉을 가장 많이 의식하고 있다. 그 예술을 그 시대의 외면적인 성격과 대비해보고 개별적인 변종들을 감-91쪽

안하고 나서도, 여전히 우리가 쉽게 자리를 정할 수 없는 중요한 공통의 요소가 있다.나는 이것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자신이 공유하고 있는 생활 방식에 대한 비슷한 분석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기서 우리는 삶에 대한 특수한 감각,거의 표현할 필요도 없는 특정한 경험의 공동체를 보며,그것을 통해서 외부의 분석가도 묘사할 수 있는 우리 생활 방식의 특성들이 관통하면서 그들에게 특수하고도 개성 있는 색깔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91쪽

(중략)감정의 구조(the structure of feelings)이다. 그것은 '구조'라는 말이 암시하는 바대로 견고하고 분명하지만, 우리 활동 가운데서 가장 섬세하고 파악하기 힘든 부분에서 작동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감정의 구조는 한 시대의 문화이다. 그것은 전반적인 사회 조직 내의 모든 요소들이 특수하게 살아있는 결과이다. -93쪽

새로이 조직되고 있던 노동자들이나 중산층 개혁가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전혀 새로운 제도 속에서 다른 공동체 이미지, 다른 형식의 관계들을 서서히 창조하고 있었다는 것은 인간의 정신이 그만큼 중대하게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과 제도를 통한 이러한 활동을 무시하고서는 문화의 창조적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 산업과 제도는 주요한 예술이나 사상만큼이나 강렬하고 가치있는 인간과 감정의 직접적 표현이기 때문이다.-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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