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다시 아침 운동을 나갔다. 어제 지도교수님과 함께 밥을 먹다가, '공부하는 사람들'의 비극적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름 건강 문제에 대해 잔잔한 충격을 받았던 연유일까. 눈 아래 애교살은 두터워지고, 어깨는 천근만근 무겁지만, 억지로 줄넘기를 챙기고, '완전군장'형태를 갖췄다. 어제나 오늘이나 새벽 시간이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자유로이 인생을 논하는 할머니들이 새벽기도를 마친 후일담을 논한다.   

예배당에서 처음 만난 이들의 즉석 번개인 듯한 풍경이 주는 노인들의 미덕, 어찌 보면 지하철의 한 귀퉁이에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그 신비한 풍경은, 마냥 '그들만의 뒷담화'로 비난할만한 모습은 아닌 듯하다. 혼자 운동장을 돌며 그 할머니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는 것으로 이제 한 바퀴 돌았구나라는 것을 센다. 

운동장을 나와 어둑한 하늘을 한 번 쳐다보면, 의외로 아침 잠이 많을 것 같은 젊은이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잠이 덜 깬 소녀들이 중무장을 한 채, 공부의 신이 되기 위해 지하철 역을 향하고, 샴푸 향기를 저 멀리 뿌리고 가는 젊은 여성분의 또각또각 구두 소리는 명랑하다. 정돈되지 않은 거리를 비웃듯 왁스로 머리를 단정하게 만든 한 남자의 진중한 걸음도 새벽 거리를 채운다.  

집에 들어와보니, 창 밖으로 붉으락푸르락, '안마', '모텔'이란 글자가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 보인다. 누구는 어젯밤 술김에든, 하고 싶어서든 섹스의 진입로에서 사랑해? 사랑해! 아, 좋아 하는 교성으로 서로를 만끽했을 것이라는 음란한 상상을 해 본다. 그리고 그들은  아침이 오롯이 자신의 옷을 입고 나타날 즈음, 섹스에 취한 자신을 달래기 위해 또 한 번의 모닝 섹스로 해장하겠지. 

몇 년 전, 여관 앞 새벽녘, 어떤 사연 속에 실랑이를 벌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같이 새벽 택시를 타던 연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텔레비전을 틀어 아침 뉴스를 챙길까 하다가, 에이..하는 마음에 장한나의 하이든 협주곡 연주를 듣기로 마음 먹었다. 

세상이 모두 던킨 도너츠의 홍차 라떼 맛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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