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를 읽다가 소개한다.

 원문 :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612

 Horizon] 화장실 없는 26억 인구 무관심 속 무방비 질병 노출 

위생학자 매기 블랙

전세계가 핵화학 오염물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만 골몰하는 지금, 병원균이 득실거리는 배설물 같은 기본적 오염원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런던 템스강 대악취 사건 이후 선진국은 도심환경 정화와 청결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개도국에서는 각종 질병의 발생 원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지난 몇 세기 동안 전염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해로운 공기’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점점 가속화되는 도시화는 늘 새로운 근심거리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오늘날 도시 인구의 대부분은 빈민촌에 거주한다. 판자촌 같은 빈민굴에서 10억 도시 인구가 위생시설 부족과 이로 인한 고통, 건강 악화와 인간의 존엄성 상실을 겪고 있다.

잠비아에서는 지난해 7천 건 이상의 콜레라가 발생했다. 이 중 162명이 사망했고, 수도 루사카에서만 30명이 숨졌다. 잠비아는 이에 125억 크와차(약 150만 유로)를 투자하고 복역수들을 동원해 하수도 정화사업을 벌이는 한편, 콘서트나 TV 드라마를 통해 대국민 의식 개선 등 위험 방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1)

그러나 도시화가 한창 진행 중인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미 국가들에서는 도시 외곽(간혹 도심 내)의 열악한 생활환경이 도시 및 사회 전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국가들도 콜레라같이 비위생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대단위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병원 시설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수돗물과 분뇨의 혼동
수세식 변기와 하수도 시설이 보급됨에 따라 사람들은 수도시설이 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오해를 하게 되었다. 즉, 분뇨 오염이 질병의 중요한 발생 원인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보건정책조차 설사 및 기타 배변 관련 질병을 ‘수돗물 보급’ 카테고리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주택 소유자들은 상수도 사용료를 부담한다. 그러나 여기에 하수도망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교묘한 말장난 덕택에 대중 여론과 국정 논의 석상에서 이 더럽고 불결한 용어는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일부 개도국의 대도시를 흐르는 강은 19세기의 센강·라인강·템스강처럼 썩어가고, 투기된 오물들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악취원들은 화려한 호텔과 관광시설들이 위치한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관심에서 멀어진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그 결과, 무려 26억 명의 사람들이(전세계 인구의 38%나 되는!) 분뇨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에게는 화장실도 없고, 하수도 시설의 혜택도 없다. 분뇨를 모아두었다가 투기하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재래식 변기도 정기적인 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수도가 보급된 경우에도 오물의 10%가량만 종말 처리되고 있다. 즉, 나머지 90%는 미처리돼 하천에 버려짐으로써 어장과 식물군을 포함한 수질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하천수가 세탁물, 세숫물, 목욕물 및 음용수로 그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물이 오물 처리와 흡수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극소량의 배설물에도 미생물 박테리아가 수십억 마리 서식하는 것처럼 물에도 많은 병원체가 서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여러 해 동안 유독성 산업폐기물 투척과 미처리 폐수 방류로 오염된 갠지스강 정화사업을 위해 세계은행에서 5년간 1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받기로 했다.(2) 그러나 갠지스 강줄기에 즐비한 하수구를 따라 정화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정도의 투자로 인도 극빈층에게까지 하수도를 보급한다는 희망은 아직 요원하다. 실제로 위생시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의 대부분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촌에 살거나(70%), 도시 내 사방으로 뻗어나간 빈민가에 거주하고 있다(30%).

개도국 내 대부분의 농촌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노상 배설이 일상적이다. 야간에 들판으로 나가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평판과 체면, 순결이 걸려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하는 여성에게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밤 나들이 때 발생하는 신체 폭행이나 성폭력 피해는 다반사다. 무엇보다도 낮 시간 내내 배변을 참아야 해서 방광뿐 아니라 여러 가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다.


   
 
 
야음을 틈타 들판에서 뒷일
농촌과 달리 도시에서처럼 밖에서도 해결할 곳이 없거나 어린아이나 환자, 장애가 있는 노인과 같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은 양동이를 사용하거나 음식 포장재, 플라스틱 봉투 등을 사용한다. 배설물이 담긴 봉투는 가까운 쓰레기장에 버려지고, 그 근처를 떠도는 개나 돼지들이 뒤처리를 한다. 이 불결한 봉투들은 ‘이동식 화장실’이라고 불린다.

농촌 지역 사람들은 냄새 나고 비좁은 화장실보다 자신들의 전통적 방식을 선호한다. 이들은 집 안에 화장실 칸을 두는 것을 꺼리고, 되도록이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려 한다. 과거에는 태양과 바람에 의한 건조와 탈취, 유수에 의한 세척 작용만으로도 화장실 없이 생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노상 배설은 비위생적인 일이 되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하천과 강가, 해변, 들판, 길가에 퍼져 있는 분뇨 입자를 통해 병에 걸린다. 병원균이 손과 발, 음식이나 식기, 옷에 묻거나 호수나 연못에서 몸을 씻는 사람들과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인체 내로 흡입되는 것이다. 매년 150만 명의 영아가 설사와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또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정기적인 고열과 복통으로 학교를 결석하거나 성장 장애를 겪는데, 이는 곧 육아를 담당하는 어머니의 부담을 가중하는 동시에 가정의 금전적 손실을 야기한다. 맨발로 배설물을 밟아 생기는 기생충 감염이 빈번한데 매년 1억3300만 건을 넘어선다. 장기 내에 기생하는 회충은 어린아이가 섭취하는 영양분의 3분의 1을 흡수하는데, 이로 인해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 천식이다. 어린아이가 열악한 생활환경에서 자랄 경우 장기 내에 1천여 마리의 회충이 동시에 기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위생·정화 시설 부족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더라도 일반 대중에게 화장실은 국가 차원의 위생 지원 정책이 아니라, 개인 생활용품의 일부처럼 인식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화장실 없이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용변을 보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개인만의 은밀한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극빈층 사이에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적 신분 상승에 성공한 경우 그 수요가 높다. 이는 화장실이 텔레비전처럼 세련미와 현대성의 상징물이 되었기 때문인데, 이는 빈민층뿐 아니라 서민층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라 욕실과 샤워 시설, 생활용수 처리를 위한 하수도 설비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가정용 설비 부품’ 수요가 증가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100여 년 전 유럽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하다.


 

 
 
 
 
화장실, 개인 차원의 문제 아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는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도 의지도 부족하다. 지도층 내에서도, 소비자층 내에서도 위생설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현실에는 원조 지원국의 책임도 일부 있다. 물 관련 원조 프로그램 지원금이 연간 130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 중 10억 달러만이 위생시설 확충에 활용되고 있다.(3) ‘물과 위생’ 프로그램 가운데 오물·오수 처리 설비 확충이나 화장실 홍보, 위생 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은 거의 없다. 유엔이 2000년 수립한 새 천년 개발 목표 어디에도 위생은 찾아볼 수 없다. 1990년 기준으로 기본적 위생시설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추가된 것은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제2차 지구정상회의 때인데, 이조차 엄청난 로비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유니세프는 이같은 소극적 목표(위생시설 혜택이 부족함에도 목표 대상에서 제외된 인구는 18억 명에 이른다)조차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위생 측면에 대한 재정적·정치적·제도적·인식적 개선을 위해 유엔은 2008년을 ‘국제 위생의 해’로 지정했다. 유엔의 이런 노력은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마침내 위정자들이 식수 공급과 위생을 별개의 쟁점으로 인식한 것이다.

‘화장실의 비극’을 폭로하라
많은 지역에서 극빈층 거주 지역에 설치할 수 있는 화장실은 급수가 안 되고, 오물 처리를 위한 배수관 설치도 불가능하다. 거주민도 해당 지역 관청도 배수로나 분뇨 정화조에 투자할 형편이 못 될뿐더러, 분뇨 처리 시설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극동 아시아(중국 및 인도를 포함한)의 많은 국가들이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에, 위생시설 보편화는 이미 실패가 예견되고 있다.

오랫동안 간과해온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마다 늘 그랬듯, ‘국제 위생의 해’는 그동안 잊혀져왔던 기술 향상과 교육 측면의 개선 현황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상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폭로하는 계기도 되었다. ‘불법’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인구를 수치에 포함시킨 결과 생활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인구수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관광 차원에서 국가 이미지에 끼칠 악영향을 두려워하는 많은 국가들이 상습적으로 콜레라 발병 건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콜레라가 ‘불결한 질병’으로 인식돼 많은 환자들이 병을 숨기고 있는 만큼 숫자 속이기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4)

기존 위생설비는 선진국이나 부유층에서 편리한 하수설비일 따름이다. 따라서 위생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수확을 거두려면 좀더 저렴하고 설치와 유지가 용이한 위생설비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매기 블랙 Maggie Black
주요 저서로 <최후의 금기: 국제 위생 위기에 관하여>(런던·2008) 등이 있다

번역•김윤형

<각주>
(1) 샘파이리, ‘잠비아: 정부, 콜레라·말라리아와의 전쟁 선포’, <Times of Zambia>, 루사카, 2009년 10월 27일자.
(2) <BBC News>, ‘세계은행, 인도 갠지스강 정화사업에 10억 달러 투자협정 체결’, 2009년 12월 3일.
(3) 세계 물 파트너십, ‘물 안보를 향해: 행동 지침서’, 스톡홀름, 2000.
(4) 세계보건기구 정기간행물, 87호, 885~964, 제네바, 2009년 12월.





1858년 런던 템스강 대악취 사건이란?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런던을 강타한 한여름의 혹서로 템스강은 악취가 심한 시궁창으로 변해버렸다. 당시 막 발명된 수세식 변기가 유행하면서, 런던이 일종의 대형 하수구가 돼버린 셈이다. 심한 악취 때문에 강가에 위치한 법원들은 개정 기간을 축소해야 할 정도였다. 당시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런던도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정기적으로 유행했는데, ‘해로운 공기’가 전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시절이다. 

템스강의 악취가 독성이 강한 ‘해로운 공기’라는 믿음 때문에 의회는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웨스트민스터궁의 테라스와 창문들이 모두 강변 북쪽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의회는 즉시 300만 파운드의 특별예산을 마련해 하수구 시스템을 개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광역 도시사업국(1)은 기술자인 조지프 바잘게트에게 런던 시내 전체의 하수구 설치 책임을 맡겼다. 공중보건법 채택 및 지방행정제 개혁과 함께, 런던 하수구 시스템 개축사업은 위생 역사상 큰 획을 그었으며, 영국 내 공중보건제도 개혁의 시초가 되었다. 또한 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유럽과 북미로까지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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